엄마·아빠가 들려주는 조선왕조실록

잠들기 전 우리 아이와 나누는 역사 이야기

by 두부
프롤로그

잠들기 전, 저는 아이와 함께 침대에 누워 책을 하나씩 읽어 주곤 합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베드타임 스토리는 이솝우화와 탈무드가 많았죠.


그런데 문득 생각했어요.

우리 역사로 된 ‘잠자리 동화’는 왜 없을까?


서점에 있는 조선왕조실록 책은 대부분 어른용이라 두껍고 어렵습니다.

제 목소리로 읽어 주어도 아이가 따라가기 힘들었죠.

재우기에는 좋지만(웃음), 아이가 받아들이지는 못했습니다.

그런 책이 아니면, 역사 이야기는 대부분 ‘학습만화’뿐이었죠.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실록을 아이의 언어로, 침대맡 이야기로 풀어써 보자.


사실 확인과 고증을 놓치지 않되,

어려운 용어는 덜어내고 아이의 질문을 살렸습니다.

한 편이 짧고 포근해서, 불을 끄기 전 함께 생각을 나눌 수 있도록요.


우리 아이들이 조선을 조금 더 가까이 느끼길 바랍니다.

5학년이 되어 부랴부랴 외워야 하는 과목이 아니라,

엄마·아빠와 나누는 살아있는 대화가 되기를.


오늘도 그런 마음으로 한 자 한 자 써 내려갑니다.

그럼, 아이와 함께 조선으로 떠나는 밤여행을 즐기시길 바라요.





1화 조선의 시작 – 이성계와 위화도 회군


사랑하는 우리 아이에게


사랑하는 우리 ○○야,

오늘 하루도 참 잘 보냈어.

하루를 마무리할 시간

이불속에 쏙 들어오면,

엄마 아빠가 너에게 옛날의 진짜 이야기를 하나 들려줄게.


그 속에는 아주 먼 옛날의 사람들이 나온단다.

왕도 있고, 장군도 있고, 백성도 있어.

그 사람들은 지금처럼 휴대전화도 없고, 자동차도 없었지만

우리와 아주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살았어.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옳은 걸까?’

‘모두가 다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모든 사람이 그렇게 착한 생각만 하지는 않았단다.

어떤 왕은 욕심을 내기도 했고,

어떤 왕은 화를 참지 못해 큰 실수를 하기도 했어.

누군가는 너무 고집을 부렸고,

누군가는 백성을 두고 도망친 적도 있단다.


그래도 그 안에는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이 참 많단다.

"왜 그렇게 했을까?" "다른 길은 없었을까?"하고

같이 생각하다 보면, 우리 마음이 조금 더 자라니까.


이제 매일 밤, 그 옛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

누가 상처받지는 않았는지,

그때 그 사람의 마음은 어땠을지를

천천히 들여다보자.


자, 오늘은 우리나라가

‘조선’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던 이야기를 들려줄게.



지금으로부터 600여 년 전,

우리나라의 이름은 '조선'이었단다.

네가 잘 아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도

모두 그 조선 시대에 살았던 사람이야.


그런데 그 이전의 우리나라는

‘고려’라는 이름의 나라였단다.

그 무렵 이웃 나라였던 중국은,

원나라가 무너지고

새로운 나라 명나라가 막 세워졌어.

고려는 오랫동안 원나라와 가까웠기 때문에

명나라와는 사이가 어색했단다.

그런데 명나라가 우리 땅인 ‘철령 이북’을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며 내놓으라고 하자,

사람들은 화가 났고, 나라 안은 술렁였지.


그때 고려에는 최영 장군이라는 아주 훌륭한 장수가 있었단다.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말을 남긴 그 장군은

자신보다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었지.


최영은 임금님께 말했어.

“명나라는 우리 땅을 뺏었습니다.

이대로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먼저 요동을 공격해서 되찾아야 합니다!


당시 왕이었던 우왕은 이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이성계 장군에게 명령했지.

“군사들을 이끌고 요동으로 가거라.

전쟁을 벌여 잃어버린 땅을 찾아오너라!”



하지만 이성계는 걱정이 되었어.

“지금 이 시기에 정말 전쟁을 하는 게 옳을까?”

그래도 왕의 명령이니, 군사들을 이끌고 북쪽으로 출발했단다.

그러다 압록강을 건너기 직전,

강 가운데 작은 섬, 위화도에서 걸음을 멈추었단다.

압록강은 지금의 북한과 중국 사이를 흐르는 큰 강이야.


이성계는 마음속으로 깊이 생각했단다.

‘지금은 한여름이라 병사들이 병에 걸리기 쉽고,

먹을 음식도 부족한 데다,

비가 계속 내려 활도 쏘기 어려워.

게다가 남쪽에선 왜구가 쳐들어오고 있어.

지금 여기서 싸우는 건 나라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어.’


오래 고민한 끝에, 이성계는 전쟁을 멈추고,

군사들과 함께 돌아가기로 결심했단다.

이 일을 우리는 “위화도 회군”이라고 불러.


임금의 명령을 따르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 선택은 많은 백성들의 마음을 움직였어.


“전쟁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했구나.”

“공을 세우기보다 모두를 지키는 쪽을 택했네.”

“이런 사람이 나라를 이끌어야 하지 않을까?”


그 무렵 나라는 더욱 어지러워졌고,

임금은 두 번이나 바뀌었지.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마음은 점점 이성계에게 모였단다.


그리고 1392년, 이성계는 새 나라 조선을 세웠어.

나는 왕이 될 뜻이 없었다. 백성을 위한 선택이었을 뿐이다.

이렇게 말한 그는 조선의 첫 번째 임금인 ‘태조’가 되었단다.



사랑하는 ○○야,


때로는 싸우는 것보다 돌아서는 게 더 어려울 때가 있어.

그리고 정말 용기 있는 사람은

자신의 이익보다 모두의 안전과 평화를 먼저 생각하곤 한단다.


그렇다고 싸우자고 말한 사람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니란다.

최영 장군은 나라의 자존심과 우리 땅을 지키고 싶어서,

먼저 공격해야 한다고 믿었지.


누군가는 물러나는 용기를 택했고,

누군가는 맞서는 용기를 택했지.


누가 더 옳았을까?

정답은 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서로 다른 용기를 낸 두 사람의 마음을

우리는 이야기로 오래오래 기억할 수 있어.


너라면 그때 어떻게 했을까?

싸울까, 물러설까?

오늘 밤 꿈속에서 생각해 보자.


내일 밤엔 조선의 두 번째 이야기를 들려줄게.

잘 자렴, 우리 아이.

사랑해.




작가의 생각

저는 조용히 최영 장군의 손을 들어주고 싶어요.

모 아니면 도! 칼을 들었으면 무라도 썰어야 하지 않을까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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