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태조의 마음을 뺏은 땅
사랑하는 우리 아이에게
사랑하는 우리 ○○야,
오늘도 엄마 아빠가 조선 이야기를 들려줄게.
포근한 이불 덮고, 귀 기울여 주렴.
조선의 첫 번째 임금 태조는
고려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었단다.
그중 하나가 바로 새로운 도읍을 정하는 일이었지.
‘도읍’이란 나라의 중심이 되는 도시를 말해.
지금으로 말하면, ‘수도’라고 부르는 곳이란다.
우리나라의 수도는 어디일까?
맞아, 바로 ‘서울’이야.
그런데 말이야,
조선 시대에도 서울이 수도였다는 거, 알고 있었니?
그때는 ‘한양’이라고 불렀단다.
물론 서울 전체가 아니라, 성벽 안쪽만 도읍이었기 때문에,
지금보다는 훨씬 작은 도시였어.
지금부터 그 한양이 어떻게 조선의 수도가 되었는지 들려줄게.
태조는 조선의 도읍을 새로 정하고 싶었단다.
그래서 여러 곳을 두루 살피며 다녔지.
그러던 어느 날, 한 땅을 바라보더니 무릎을 '탁' 쳤어.
이곳은 새 나라 조선의 도읍으로 참으로 알맞은 땅이로구나.
산과 물의 모습이 아름답고, 땅의 기운도 웅장하여,
여기라면 대대손손 좋은 일만 넘칠 것이다.
궁궐을 세우고 나라를 다스리기에 더할 나위 없겠다.
그 곁에 서 있던 신하 정도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어.
“임금님 말씀이 옳습니다.
이처럼 물 맑고 넓은 곳이라면,
백성들이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왕은 그 말에 빙그레 웃으며 답했단다.
“이곳은 이제 조선의 도읍이다.
이제부터 이곳을 ‘한양’이라 부르도록 하여라.”
이때가 바로, 1394년이었단다.
한양은 참으로 신기하고도 아름다운 곳이었어.
남산을 병풍 삼아, 푸른 한강이 흐르고,
저 멀리 북쪽에는 높은 산이 성처럼 우뚝 서 있었지.
태조는 신하들에게 궁궐을 지을 자리를 고르게 하도록 명령하고,
정도전에게는 새 도읍의 설계를 맡겼어.
정도전은 그 말을 듣고,
언덕 아래 펼쳐진 들판을 바라보았단다.
그 땅은 유난히도 커다랗고 반짝여 보였지.
그런 정도전의 눈에
멀리서 소를 끌고 가는 백성의 모습도,
냇가에서 빨래하는 아낙네의 모습도 아련히 비쳤단다.
그 풍경을 가슴에 새긴 정도전은
붓을 들어 설계도를 그리기 시작했어.
“여기에 궁궐을 짓고,
저기엔 백성을 위한 시장을 두고,
그 옆엔 관리들이 일할 관청을 세워야겠다.”
모두가 분주히 움직였단다.
돌을 나르고, 나무를 자르고,
밤에도 횃불을 밝히며 도시를 만들었어.
백성들은 마음을 모아 궁궐을 지으며,
이곳이 조선의 희망이 되기를,
고려와는 다른,
백성을 위한 나라가 되기를 기도했단다.
임금도 그 모습을 매일 바라보며 말했어.
“이 땅을 잘 다스리면, 조선은 오래도록 평안할 것이다.”
몇 달 뒤, 드디어 왕이 머물 궁궐이 완성되었어.
그 모습이 어찌나 흐뭇했던지,
태조는 활짝 미소를 지었단다.
이 궁을 ‘경복’이라 하라.
‘경복’은 ‘복을 크게 누린다’라는 뜻으로,
모두가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어.
지금도 우리는 종로에 가면 경복궁을 볼 수 있어.
물론 처음 지어진 모습 그대로는 아니란다.
전쟁으로 불타기도 했고,
일제강점기에 망가졌거나, 사라진 곳도 많이 있어.
하지만 지금의 경복궁은
조선의 모습을 되살려 다시 고쳐 지은 궁궐이야.
옛날의 경복궁을 상상하며 살펴보기엔 충분하단다.
그곳엔 외국인들도 많이 찾아와.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단다.
그러니 우리도,
우리의 소중한 보물을 자랑스럽게 여기자꾸나.
언젠가 엄마 아빠와 함께 경복궁에 가게 된다면,
이렇게 상상해 보자.
“태조가 마음속으로 그렸던 궁궐이
바로 이 모습이었을까?”
그 옆의 돌길을 걸으며,
“정도전도 이 길을 지나갔을까?
지금 나도, 그 사람이 거닐던 길 위에 서 있는 거구나.”
이렇게도 생각해 보자.
조선이라는 새로운 나라가 세워지고,
그 중심에 있는 궁궐도 드디어 완성되었단다.
궁궐의 기와 위로 햇살이 찬란히 내려앉고,
새로운 조선의 시간이 흘러가기 시작했어.
이제 조선은
낡은 고려의 옷을 벗고,
다시 새로운 나라로 태어난 거야.
한양, 바로 이 땅에서
조선이라는 긴 이야기의 첫 장이 펼쳐졌단다.
오늘은 ‘한양’이라는 새로운 수도를 세운 이야기를 나눠봤어.
사랑하는 OO야,
너라면 새로운 나라를 세울 때 어떤 땅을 고를 것 같니?
산이나 들이 예쁜 곳?
아니면 먹을거리가 풍성한 곳?
바다가 있고, 놀거리가 많은 곳?
그것도 아니면, 다른 나라로 가기 쉬운 곳?
자기 전에 나만의 궁궐 이름도 한번 지어볼까?
“행복궁?”
“사랑궁?”
네가 짓는 궁궐의 이름은 무엇일까?
내일 밤엔,
행복했던 조선의 첫 여정에
검은 구름이 드리워지게 된 이야기를 해줄게.
형제끼리 칼을 겨눈 이야기야.
조금 무섭기도 하고, 또 슬프기도 할 거야.
하지만 걱정하지 마.
그 이야기도 조선의 역사 속
소설 같은 한 장면이니까.
그럼, 오늘은 이만 꿈나라로 가보자꾸나.
꿈에서 우리 ○○이도 새로운 나라를 한번 세워보렴.
그리고 내일, 엄마 아빠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줄래?
엄마 아빠는 벌써 기대된단다.
사랑해, 내 아가.
작가의 생각
다음 에피소드는 드디어 ‘왕자의 난’입니다.
아주 비극적이고 슬픈 이야기이지요.
실제 사건에는 잔인한 장면도 많지만,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자극적인 표현은 최대한 줄이려 합니다.
그렇다고 역사를 감추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런 이야기들도 결국은
우리 아이들이 꼭 알아야 할 진짜 역사이고 기록이니까요.
앞으로 점점 더 무겁고 안타까운 사건들이 많이 나올 텐데…
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른도,
이야기를 듣는 아이도,
그리고 쓰고 있는 저도…
마음이 너무 다치거나
슬프지만은 않았으면 해요.
따뜻하고 단단한 마음으로,
공감과 연민을 품고,
다음 장도 함께 넘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