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을 든 형제, 이방원

왕자의 난

by 두부

사랑하는 우리 ○○야,


잠자기 전에 옛날이야기를 하나씩 들은 지도

벌써 세 번째 밤이네.


오늘 엄마 아빠가 준비한 이야기는

즐겁지만은 않은, 조금은 무거운 이야기란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진짜 이야기니까,

엄마 아빠랑 같이 조심조심 들어가 보자.



조선의 첫 번째 임금, 이성계에게는
아들들이 아주 많았어.

그 아들들은 전쟁터에서도, 궁궐 안에서도
아버지를 도와 나라를 세우는 데 큰 힘이 되었지.


그중에서도 다섯 번째 아들, '이방원'은
가장 눈에 띄는 왕자였어.

칼도 잘 쓰고, 글도 잘 쓰고, 생각도 깊고…
무엇이든 척척 잘하는 왕자였거든.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대.

“이방원은 정말 훌륭해서,

나라를 다스리는 임금님으로 딱이야!”



그런데 아버지 이성계와
그의 믿음직한 신하 정도전은
생각이 조금 달랐어.


“앞으로는 왕이 아니라,

똑똑한 신하들이 나라를 이끌어야 해.


방원이는 힘도 세고 자기 생각도 굽히지 않았기에,
“방원이 왕이 되면, 다시 임금 혼자 모든 걸 정하는 세상이 되겠지…”

하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지.


게다가 아버지 이성계는
방원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새로운 부인과 다시 결혼했는데,
그 새어머니를 아주아주 사랑했단다.

그래서 그 왕비가 낳은 막내아들, '이방석'
더 많이 아꼈지.


“우리 막둥이 방석이가 최고야~ 으쓱으쓱~!”

왕은 하루 종일 방석이만 보며 방긋방긋 웃었어.

이미 어른이 된 다른 아들들과 달리,

방석이는 볼수록 귀엽고 사랑스러웠거든.

그런 방석이는 이성계의 하루를 환하게 비춰주는 작은 기쁨이었어.


그럴 때마다,
방원과 형들은 슬쩍 서운했어.


“아니, 이건 너무하잖아!
우리는 함께 전쟁터를 누비고
조선도 같이 세웠는데…”



하지만 결국, 막내 방석이

다음 왕이 될 ‘세자’로 정해졌어.


세자는 지금의 임금이 세상을 떠난 뒤,

다음 왕이 될 사람을 뜻한단다.


방원은 마음이 뒤죽박죽이었어.
나라를 위해 애쓴 자신과 형들은
점점 아버지와 멀어지는 것만 같았거든.


“그저 막내이고,

임금이 가장 좋아하는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왕이 된다면…
이건 너무 불공평해.”



그러던 어느 날 밤이었어.

“임금님이 많이 아프시다”라는 소식에
신하들과 왕자들이 병문안을 갔지.


방원도 두근두근 걱정되는 마음으로
깊은 밤, 말을 타고 궁궐로 달려갔어.


그런데 도착한 궁궐은 깜깜했단다.

불빛이 하나도 없어서,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웠지.


보통 왕이 있는 궁궐은
밤에도 반짝반짝 불이 켜져 있어야 했어.

그리고 누군가 병문안을 오면,

불을 켜고 ‘어서 오세요’하고 맞이해야 하잖아, 그렇지?


그런데 그날 밤은 달랐어.
아무도 없는 빈집처럼
불도 꺼져 있고, 문도 굳게 닫혀 있었어.


방원의 가슴은 쿵, 하고 내려앉았어.

“이건 이상해…
왜 우리를 못 들어가게 하는 거지?
혹시… 우리 몰래 무슨 일을 꾸미는 건 아닐까?”


그 순간, 방원은 마음이 철렁했어.

무언가 나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안 좋은 예감이 들었지.


막내를 왕으로 만들기 위해
나와 형들을 없애려는 건지도 몰라…

나는 아직 약하니까,
내가 이기려면 먼저 움직여야 해.



그렇게 믿은 방원은

칼을 들고 자신을 따르던 병사들과 함께
곧장 궁궐로 향했어.


그리고…
자신을 해치려 한다고 믿었던 사람들-
정도전과 그의 편에 섰던 사람들,
그리고 새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이복동생들, 방석과 방번까지...

그날 밤, 모두 목숨을 잃었단다.



며칠 뒤, 아버지 이성계는
왕의 자리를 내려놓았어.

오랜 벗이자 믿었던 신하의 죽음,

사랑하던 아들의 죽음까지
그 슬픔이 너무 커서
이제는 왕으로 있고 싶은 마음조차 사라졌거든.


그다음으로는, 방원이 아닌

둘째 형, '이방과'가 왕이 되었어.


방원은 일부러 왕 자리를 형에게 양보했지만,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지.


“이제 이 나라에서,

진짜 제일 힘 있는 사람은...

방원이구나.”




사랑하는 우리 ○○야,


오늘 이야기는 조금 슬펐지?


옛날에는 왕이 되기 위해
형제끼리 칼을 드는 일도 있었단다.


방원은 슬기로운 왕자였고,
나라를 세우는 데 큰 힘이 되었어.

충분히 왕이 될 만한 사람이었지.


하지만...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만약 아버지 이성계가
조금만 더 공평했다면,
방원도 그토록 마음 아픈 선택을 하지 않았을지도 몰라.


그랬다면,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었을까?


우리 ○○는 어떻게 생각해?

왕이 되려고, 아니면 무언가를 가지고 싶은 욕심에
형제끼리, 친구끼리 싸우는 것보다,
서로를 믿고 아끼는 마음이 더 소중하지 않을까?


오늘은 그 마음을 꼭 안고,
구름 이불속으로 쏙 들어가 보자.


엄마 아빠랑 나누는 조선 이야기,
내일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어.


그럼, 오늘은 이만 잘 자렴. 사랑해. �





작가의 생각


역사는 결국 승자들이 남긴 기록입니다.

그래서 가끔은 패자에게 더 마음이 가고,

기록에 남은 이야기보다,

이러쿵저러쿵 상상해 보는 쪽이 더 말이 된다고 느껴질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 이야기란 무엇보다 기록에 기반해야 한다는 것이
제가 지키고 싶은 원칙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어린아이들이 듣는 역사 이야기였기에,
제 생각이 살짝 스며들었을 수도 있겠어요.

혹시라도 제가 너무 각색한 부분이 있다면
기꺼이 말씀해 주세요.
더 배워가며, 더 나은 이야기로 다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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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말랑하고 따뜻한 조선의 밤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GOOD NIGH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