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바람, 자신을 삼키다

조광조와 중종, 무너진 조선의 꿈

by 두부

사랑하는 우리 ○○야,


우리 어제는 조광조라는 새로운 인물이

중종 때 등장했던 이야기를 해주었지?

그 학자가 궁궐에 들어온 뒤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이어서 들려줄게.



조광조는 궁궐에 들어오자마자

나라를 더 정직하고 올곧은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애썼단다.


먼저, ‘현량과’라는 시험 제도를 만들었어.

기존의 과거 시험은 글을 잘 써야 붙는 시험이었거든.

그래서 다들 시험에 붙기 위한 공부만 했기 때문에

그 사람의 진짜 됨됨이는 알 수가 없었지.


“누가 착하고, 어질며, 배움이 깊은가?”


그렇게 추천받은 사람들이 임금 앞에 나와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시험을 본 뒤,

합격한 이에게 벼슬을 주었단다.


또한 ‘향약’이라는 마을의 약속을 만들었어.

마을마다 함께 지켜야 할 규칙을 세우고

서로 돕고 예절을 배우며 살아가도록 한 것이지.

누가 좋은 일을 하면 다 함께 칭찬해 주고,

누가 잘못된 일을 하면 따뜻하게 타이르며 바로잡아 주었지.


조광조의 생각은 언제나 바르고,

그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어.

그래서 젊은 학자들과 대신들도 조광조의 편을 들었지.

무엇보다 조광조의 가장 큰 팬은 중종이었단다.

중종은 그의 학문을 높이 평가하며

항상 그에게 배우려 했지.


“이제 조선에도 정의로운 바람이 불겠구나!”


하지만 점점, 그 바람이 너무 거세졌어.

조광조는 잘못한 대신들을 꾸짖었고,

심지어 임금인 중종에게도 따끔하게 말했단다.


그 말은 틀리지 않았지만,

듣는 사람의 마음은 무겁고 비뚤어졌지.

훈구라 불리며 힘이 많던 옛 신하들은

조광조가 자신들의 자리를 빼앗을까 두려워했단다.


게다가 조광조는

연산군을 몰아내고 중종을 도운 공신들 중

자격이 없는 사람들의 지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어.


이미 새로운 시험인 현량과로

조광조를 따르는 많은 선비들이 벼슬을 얻었으니,

훈구 신하들의 마음은 더 불안했지.


그래서 그들은 몰래 왕에게 이렇게 속삭였단다.

“전하, 조광조가 왕의 자리를 노린답니다.”


중종의 마음은 흔들렸어.

조광조를 믿고 싶었지만,

그의 힘이 너무 커진 것도 사실이었지.

그리고 자꾸 자신을 몰아세우는 그의 말에

임금도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단다.


결국 왕은 그를 내쫓을 수밖에 없었어.

조광조는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쓰고
멀리 유배를 가게 되었단다.
그리고 그곳에서 끝내 사약을 받고 생을 마쳤어.

그뿐만 아니라, 조광조를 따르던
다른 사림파 학자들도 목숨을 잃었어.

그들이 함께 꾸던 새 시대의 꿈도 그날로 사라지고 말았단다.

그 일을 ‘기묘사화’라고 불러.


그 후 중종은 나라를 다스리는 방향을 잃었단다.

공신들은 서로 힘을 다투었어.

누구 한 사람이 조광조처럼 힘을 가졌다가,

곧 다른 사람에게 밀려나기도 했단다.

그 과정에서 많은 신하가 벌을 받거나 멀리 쫓겨났고,

때론 감옥에서 죽기도 했어.

사람들의 마음은 더 불안해졌지.


결국 중종의 정치는

이 사람, 저 사람 말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 같은 세상이 되어버렸단다.

그 사이에 백성들의 삶은 점점 더 어려워졌지.



우리 아가,


조광조는 진심으로 나라를 사랑하였고,

정의로운 뜻을 품었지만,

너무 빠르게 세상을 바꾸려 했단다.

아무리 옳은 일이라도,

때로는 사람의 마음을 기다려야 할 때가 있지.


내 생각만 맞다고 밀어붙이면 결국 지쳐버리기 마련이야.

다른 사람의 말에도 귀 기울일 줄 아는

넓은 마음과 열린 생각이 중요하단다.


그리고 중종처럼,

좋은 뜻을 품고도 흔들리지 않으려면

많은 공부와 용기가 필요하지.


오늘 이야기는 슬프지만,

우리 아가도 이건 꼭 기억하렴.

나의 진심이 선하고 곱더라도,

그 마음을 지키는 지혜와 기다림도 함께 자라야 한다는 걸.


그럼 이제 코 자자꾸나. 사랑한다, 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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