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왕

두려움 속에서도 바른 길을 꿈꾼 임금, 중종

by 두부

사랑하는 우리 아가,


오늘은 참 특별한 왕의 이야기를 들려줄게.

왕이 될 마음이 없었는데,

하룻밤 사이에 나라의 주인이 되어버린 사람이란다.


그의 이름은 진성대군이야.

성종의 아들이자, 연산군의 이복동생이었지.

조용한 성품의 그는

아내 신 씨 부인과 함께 평범하게 살고 있었단다.

형 연산군이 혹시 자길 죽일까 봐

늘 걱정하며 조심조심 살았지.


그런데 어느 날,

박원종과 성희안, 유순정 같은 신하들이

군사를 이끌고 그의 집 문을 두드렸어.

그래, 저번에 들려준 이야기에서

연산군을 몰아낸 반정을 이끈 사람들이야.

그들은 진성대군에게 말했어.


“전하, 나라가 어지럽습니다.

새 임금이 되어 주셔야 합니다.”


진성대군은 깜짝 놀랐단다.

왕이 될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거든.

그는 머뭇거리며 대답했지.


“제가 어찌 감히 형님의 자리에…”


하지만 이미 연산군은 쫓겨났고,

백성들도 새로운 임금을 원했어.


그렇게 진성대군은 중종으로 즉위했단다.

그의 삶은 이후에 완전히 달라졌지.


그러나 세상을 바로잡기는 쉽지 않았어.

나라를 구했다는 박원종 같은 신하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놓지 않으려 했단다.

중종은 왕이었지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어.

그리고 중종 역시 갑자기 왕이 됐기에,

자신을 왕으로 만들어 준 공신들의 뒤에 숨어있기 급급했어.


게다가 더 큰 시련도 있었지.

중종의 아내, 신 씨 부인은

사실 연산군의 아내였던 폐비 신 씨의 조카였단다.

그 신 씨의 오빠가 신수근이야.

그는 반정이 일어났을 때,

“연산군은 나빠도, 세자는 총명하니 걱정할 것 없소.”

라고 말하며 반대했었거든.

그래서 신수근은 반정군에게 죽임을 당했단다.


신수근의 딸인 신 씨 부인이

나중에 아버지의 복수를 할 수도 있었기에

공신들은 그녀를 가만히 둘 수 없었어.

그래서 “그 사람을 중전으로 둘 수 없습니다” 하고

중종에게 거듭 말했단다.

결국 중종은 눈물을 머금고

사랑하던 아내를 궁궐 밖으로 내보낼 수밖에 없었지.

다행히도, 훗날 임금에 의해 그녀는 단경왕후라는 이름을 되찾게 되었단다.


그 뒤 중종은 장경왕후를 새 왕비로 맞이했어.

그러나 어렵게 얻은 왕자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나고 말았지.

그 왕자가 바로 인종이란다.


중종의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어.

반정을 도운 사람들에게 상을 주다 보니,

아무나 공신이 될 수 있는 세상이 되어버렸단다.

심지어 연산군 편에 섰던 신하들도

그 상을 받으며 공신이 되었지.

그 자리를 얻기 위해 뇌물을 주는 사람도 있었단다.

이렇게 공신들이 점점 많아지고,

힘이 한쪽으로 몰리자,

백성들의 삶은 점점 더 힘들어졌어.

자신의 배를 불리려고만 하는 이들이 많아지니

사람들은 굶주리게 되었고

고향을 떠나야만 했지.

결국 도적이 되는 사람까지 생겼단다.


하루아침에 왕이 된 중종은

자신을 왕으로 세운 신하들의 그늘에서

그들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중종은 마음 한편으로 이런 생각을 했어.

“스스로 나라를 이끌려면,

바른말을 하는 사람이 곁에 있어야 한다.”


그래서 젊은 학자 조광조를 불러들였단다.

그는 사림이라 불리는 학자 무리에서 공부한 사람이지.

이 사림파는 연산군 시절 무오사화를 통해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단다. 기억나지?


조광조는 곧은 사람으로,

나라가 바르게 서야 백성이 편히 산다고 믿었어.

그는 부패한 대신들을 몰아내고,

공정한 나라를 만들자고 했어.

백성들의 세금을 줄이고,

학문을 널리 배우게 했단다.



○○야,


중종은 원하지 않았는데 왕이 되었기에

항상 다른 사람의 눈치를 봤단다.

형이 신하들에게 쫓겨난 모습까지 봤으니

두려움도 컸겠지.


그래도 그는 바른 나라를 꿈꿨단다.

하지만 그 꿈은 과연 이루어졌을까?

조광조는 끝까지 바른 세상을 만들 수 있었을까?


그리고 중종의 나라는

정말로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을까?


그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들려줄게.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려는 용기를 품으며.

잘 자렴, 우리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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