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세상에 나온 지 157일째
2024년 10월 14일
나의 작은 친구에게
너를 재우고 나에게 주어진 고요한 시간에 이제 나는 책을 읽기도 너에게 편지를 쓰기도, 글을 끄적이기도 해. 사실 네가 세상에 태어나고 잠깐 막막할 때도 있었다. 내 모든 시간을 가져간 너에게 묶여 조금은 헛헛하고 허무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던 것 같거든.
근데 너를 낳고 5개월. 일단 우리는 지금까지는 훌륭한 팀워크를 자랑하고 있어. 이제 너를 난 어느 정도 파악했고 너에게 묶여있던 시간을 조금씩 내 것으로 만들고 있어. 물론, 언제 그랬냐는 듯 리셋될 수도 있겠지. 그래도 한 번 해봤으니 피곤할지라도 그 시간을 겸허히 받아들여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네.
아, 채아야 올해 우리나라에 굉장히 기념적인 일이 일어났어.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이 탄생했거든! 모국어로 적힌 글이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주게 되었다는 것이, 네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을 얼마나 더 튼튼하게 만들어 줄 일이 될지 나는 너무 기대가 되고 기다려져. ( 번역본 외에도 한글 원서가 외국서점에서 엄청나게 팔리고 있대..!)
세상엔 참 강하고 굳건한 사람이 많다.
무엇이 되려고만 마음먹었다면 그리 되지 않았을 거야.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고단히 하다 보니 좋은 날이 온 거라고 생각해. 그 행운은 정해진 자에게만 가는 것이 아니라, 아주 보통의 사람에게 빛처럼 뿌려지는 걸 거야.
채아야! 나는 너무 기쁘다. 너의 모국어가, 나의 모국어가. 예쁘고 아린 몇몇 단어들을. 절대로 번역으로는 알 수 없는 깊은 마음을. 그런 단어들이 빼곡히 적힌 글이 넘쳐나는 세상에 살아갈 앞으로가!
채아를 낳은 해에 참 기분 좋은 소식이 많네.
너는 필히 복덩이일 거야. 잘 자 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