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과 기후 위기에 대해서
2023년 9월 12일
고된 출근길과 퇴근길에 돌아보다.
이사를 가며 1시간 50분 정도 걸리던 출근길이 1시간 20분 정도로 줄었습니다. 그래도 두 번 갈아타고 가는 길이 고단하긴 마찬가지입니다. 비좁은 지하철 안에서 이리저리 치입니다. 건강과 체력이 좋았으면 힘들지 않았을 텐데, 아쉽습니다.
쓸데없이 자주 병치레를 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수술했던 곳이 욱신거리며 아픕니다. 난소 절제 수술을 한 지 2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얼마 전 병원에서는 남은 난소에 낭종이 또 생겼답니다. 그런 여성이 얼마나 많은지 의사는 대수롭지 않게 말합니다.
안톤과 저는 난임부부입니다. 초저출산 대한민국이라 비혼주의나 출산을 기피하는 젊은이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나 분석 보도가 연일 방영됩니다만, 우리처럼 애를 갖고 싶어도 가져지지 않는 사람도 많겠지요.
그럼에도 저는 하느님께 아기를 보내달라 적극적으로 기도하지 못합니다. 하느님께 청하면 언젠가 만나게 해 주시리라 알고 있지만 청하기가 내심 두려웠나 봅니다.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지만 사실 이런 세상에서 아이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두렵습니다. 아이가 살아갈 세상을 생각하면 아이를 낳는 것이 무책임한 선택은 아닐까, 개인적인 양심에 걸리기도 합니다. 물론 잉태와 출산은 축복받을 일입니다. 하지만 아이를 지켜주지 못한다면 낳아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그마저도 자기중심적인 걱정이지만,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잉태될 생명은 제 부모와 같지 아니하고 나름대로 인생과 운명(선택)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부모에겐 제대로 양육할 책임이 있습니다.
기후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에게 7년이란 시간이 있다고 합니다. 7년입니다.
한 사람의 인생에도 7년은 짧다면 짧은 시간입니다. 7년 전 저는 첫 직장에서 일을 시작하고 있었고, 남편을 처음 만나 사랑에 빠졌습니다.
여러분은 7년 전 무얼 하고 계셨나요?
7년 전 나를 떠올려봐도 크게 변화된 바가 없습니다. 사람 하나도 바뀌기 쉽지 않은 시간인데 우리는 세상을 바꿔야 합니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섬나라가 잠기고 이산화탄소 배출과 기후변화에 책임이 있는 국가를 상대로 국제 소송도 제기되고 있다고 합니다. 만일 아이를 낳아 기른다면 아이는 초등학교에 가기도 전에, 온갖 자연재해와 경제위기가 심화된 세상에서 폭력과 경쟁 속에서 자라나게 됩니다. 그리고 아이를 갖겠다는 선택은 그런 자연적 위기, 사회적 위기 속에서 아이를 지켜내겠다는 독한 결심을 바탕으로 합니다.
아니면 이런 현실을 잠시 망각해야만 합니다. 내 주위의 밝은 면만을 바라보며 삶의 지속되는 풍요와 소비를 믿으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거죠.
무엇이 옮은 방법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지혜롭게 경각심을 갖고 아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는 부부가 되면 좋을 테지요.
비단 아이의 미래뿐만 아니라, 내 인생의 7년 뒤를 생각하더라도 지혜로운 방법은 필요합니다. 나 자신과 가족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우리의 7년이란 시간은 너무나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