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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숲 Sep 11. 2023

나의 사랑에게

2023년 9월 11일

나의 사랑에게,

오늘은 고된 하루였습니다. 사실 많이 바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내가 무슨 쓸모인가 돌아보게 되면 불안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합니다. 나는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일 중에서도 작은 일을 하고 있고 그들의 상황이 나아지기란 어렵습니다. 단지 죽지 않을 정도로만, 추락하는 곳의 마지막 바닥에 슬픈 그물을 칠 뿐입니다. 이 시대에 복지사나 선생님은 그야말로 사람 낚는 어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선생님들의 자살 사건이 연일 뉴스로 보도됩니다.

우리나라가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되려면, 교육과 복지가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결국 사람이 국가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이념도 가치도 행복도 결국 인생이 꾸는 꿈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선생님들은 참 귀한 존재였습니다. 우리 기억 속에는 학교 안에서 늘 힘이 있던 선생님이란 자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슬픈 자리가 되어버렸을까요.


언제부터인가 배려도 존중도 사람다움도 잊어버린 세상을 바라봅니다.

미움과 공포는 안에도 있고 사람들 속에도 있습니다. 숨 막히는 무관심 속에 살아 숨 쉽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어디서부터 살펴보아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 세상이 병들 수록 나도 아플 것 같습니다.

내가 아픈 건 그 이유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퇴근하는 길에 많은 사람들을 지나칩니다. 역사 안을 청소를 하는 아주머니와 노상에 앉아 팔리지 않은 양말을 바라보는 아저씨, 열성으로 교회 전단지를 나누는 젊은 여성, 아이같은 눈빛으로 닭꼬치 포장마차 앞에 줄 선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당신에게 이 풍경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저마다 눈물겨운 삶과 단순한 일상을 지켜나가는 평화로운 저녁 시간입니다.


하늘이 예뻐서 사진 한 장 찰칵


추신.

 안톤이 회사에서 직장 상사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어서 걱정입니다. 상사가 마음을 고쳐먹거나 바뀌기 어렵다면 더 좋은 곳으로 보내달라고 기도합니다. 그가 나쁜 습관을 버리고 좋은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곳으로 말입니다. 화도 나지만 좋은 마음으로 기도하려 애씁니다. 그도 아니면 안톤이 이직에 성공해 좋은 사람들을 만나 일할 수 있게 되길 기도합니다. 

 안톤이 지금 겪는 일도 언젠가는 자양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안톤은 신중하고 따뜻한 사람이나 최근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모두 다 당신 뜻대로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작은 꽃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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