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고된 하루였습니다. 사실 많이 바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내가 무슨 쓸모인가 돌아보게 되면 불안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합니다. 나는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일 중에서도 작은 일을 하고 있고 그들의 상황이 나아지기란 어렵습니다. 단지 죽지 않을 정도로만, 추락하는 곳의 마지막 바닥에 슬픈 그물을 칠 뿐입니다. 이 시대에 복지사나 선생님은 그야말로 사람 낚는 어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선생님들의 자살 사건이 연일 뉴스로 보도됩니다.
우리나라가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되려면, 교육과 복지가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결국 사람이 국가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이념도 가치도 행복도 결국 인생이 꾸는 꿈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선생님들은 참 귀한 존재였습니다. 우리 기억 속에는 학교 안에서 늘 힘이 있던 선생님이란 자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슬픈 자리가 되어버렸을까요.
언제부터인가 배려도 존중도 사람다움도 잊어버린 세상을 바라봅니다.
미움과 공포는 내 안에도 있고 사람들 속에도 있습니다. 숨 막히는 무관심 속에 살아 숨 쉽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어디서부터 살펴보아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 세상이 병들 수록 나도 아플 것 같습니다.
내가 아픈 건 그 이유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퇴근하는 길에 많은 사람들을 지나칩니다. 역사 안을 청소를 하는 아주머니와 노상에 앉아 팔리지 않은 양말을 바라보는 아저씨, 열성으로 교회 전단지를 나누는 젊은 여성, 아이같은 눈빛으로 닭꼬치 포장마차 앞에 줄 선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당신에게 이 풍경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저마다 눈물겨운 삶과 단순한 일상을 지켜나가는 평화로운 저녁 시간입니다.
하늘이 예뻐서 사진 한 장 찰칵
추신.
안톤이 회사에서 직장 상사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어서 걱정입니다. 상사가 마음을 고쳐먹거나 바뀌기 어렵다면 더 좋은 곳으로 보내달라고 기도합니다. 그가 나쁜 습관을 버리고 좋은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곳으로 말입니다. 화도 나지만 좋은 마음으로 기도하려 애씁니다. 그도 아니면 안톤이 이직에 성공해 좋은 사람들을 만나 일할 수 있게 되길 기도합니다.
안톤이 지금 겪는 일도 언젠가는 자양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안톤은 신중하고 따뜻한 사람이나 최근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