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 해도 설레는 순간
눈이 왔다. 아침에 문을 열고 세상에 나오니 새하앴다. 눈이 왔다. 거리가 하얗게 소복하게 눈에 쌓여있었다.
그날은 많이 내린 눈 때문인지 도로에 차가 많아서 버스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었다. 그래서 걸어서 출근했다. 뽀독뽀독 소리를 내며. 길이 미끄러울 거 같아서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손이 시릴까 장갑까지 끼고 어쩐 일인지 이어폰도 없이 걷는 데 집중했다.
평소에 핸드폰을 보면서 다녀서 그럴까. 그날은 이상하게 매일 보는 풍경이 달랐다. 눈이 왔어서 그랬던 걸까. 나의 건너편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골목을 지나가는 차. 골목길 너머 보이는 학교 옆 오르막길, 그리고 그 오르막길 뒤 산까지. 그날의 아침 풍경은 뭐랄까 여행지에서 보는 풍경 같았다.
여행지 이른 아침 그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내가 교차되는 그 순간 같았다. 출근길이 마치 여행 같았다.
뽀독뽀독뽀독 소리. 등교하는 아이들. 그리고 학교 교문에 나와서 염화칼슘을 뿌리는 선생님. 뽀독뽀독뽀독. 내 뒤로 재잘거리며 동료와 같이 출근하는 사람. 뽀독뽀독뽀독. 나를 지나쳐 가는 바쁜 발걸음. 사악사악사악. 쌓인 눈을 치우는 소리. 겨울을 맞이해 앙상해진 나뭇가지들이 눈을 입어 마치 꽃이 만발한 듯한 거리. 아직 치우지 못한 거리의 눈이 새하얗기만 해. 뽀독뽀독뽀독.
그 모든 순간이 여행지에서 걸어 다니는 내가 된 것 같았다.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나 잠깐 머물다가 가는 것인데 그렇다면 어쩌면 모든 순간이 여행이지는 않을까. 어제는 분명 오늘과 같지 않았고 내일도 분명 오늘과 다를 테지. 그렇다면 삶은 여행의 한 자락이겠구나.
여행 온 것처럼 설레게 살아야지. 새로운 풍경에 거리 구경하느라 5분에 한 번씩은 사진을 찍어 남기는 것처럼, 잠깐씩 머문 순간들을 기억하려던 것처럼, 매일의 순간들을 즐겨야겠다 생각한 겨울의 끝자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