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by 이소해

오늘도 하루를 살아냈다. 눈을 뜨고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고 눕는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간다. 나는 매일을 그저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삶은 누구나 자기 자신이 주인공이라던데, 내가 주인공인 책은 몇 장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가혹한 시련도 없고 뚜렷한 도전도 없는 그저 그런 이야기 일 것만 같다.


퇴근 후 무언가를 도전하는 사람들,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 일터에서 시키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내는 사람들. 반짝반짝한 사람들. 너무 대단하다. 나는 주어진 일만 쳐내는 것도 바쁘고, 퇴근하고 운동도 가끔 하는 것만 같은데.

나는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반짝이는 그대들을 그저 쳐다만 보고 있다.


찐득한 나태가 나에게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나도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라고 생각만 한다. 정작 무언가를 해야 하는 지도 알지 못한 채.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반짝이는 이유는 나 같은 나태한 사람이 어두운 배경으로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런 사람도 있을 수도 있는 거지. 끊임없는 자기 위로를 하며 나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로 도망친다.


짧거나 긴 동영상, 혹은 짧은 글귀. 책, 만화책, 웹툰, 웹소설, 혹은 SNS 속 이야기들.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생각은 다른 세계로 발을 들이면서 점점 흐릿해진다. 나의 세계에서 도망쳐 다른 이들의 이야기 속으로 나를 숨긴다. 안락한 이불속으로 점점 더 깊게 들어가며 내 손 안의 작은 세상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다른 사람들의 세계로 도망친다. 실제 하는 이야기든 허구의 이야기든, 그들이 주인공인 세상은, 이야기는 너무나도 빛이 나서 나는 또 하염없이 바라만 본다.


언젠가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소비만 한다고 자책하고 허망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나를 그만 미워하기로 했다. 이런 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빛이 나는 그대들은 너무 매력적이고 나태한 나는 그대들을 훔쳐보는 것을 너무 좋아하니까. 나는 다른 이의 이야기를 사랑한다.


오늘도 그저 그런 삶을 살아내면서 그대들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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