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Dear Somebody

소마이 신지 감독 영화 <이사>를 보고,

영화관 데이트를 함께 해준 딸아이에게 편지를 쓰며,

by 소행젼
영화 '이사' 포스터

라끌아(태명으로 이름을 대신해 봅니다).

우리 지난여름 방학에 밤에 영화관 데이트를 했었지. 기억나?

엄마는 여름이 되면 마음이 조금 더 확장되는 것 같아. 겨울보다는 낮이 길고 해가 잘 뜨고 따뜻하고.. 그러다 보니 여름이 더 활동적인 것 같고 초록이 무성하니까 더욱 기분이 긍정적일 때가 많은 것 같더라고.

그러던 어느 날 소마이 신지라는 감독의 <이사>라는 작품이 리마스터링 되어서 영화가 개봉한다고 하더라고. 예고편에서 보이는 풍경들(화면의 색이나 질감) 등이 확 끌어당겼어.

엄마가 좋아하는 감독들이 존경하는 감독이라는 표현이 예고편에 나오니 더욱 호기심이 생겼지 뭐야.


그런데 영화가 근처에서는 개봉되지 않더라고.

그리고 마침 예고편에서 나오는 대사 중에,

"넌 내 딸이야!"

"딸에 대해서 뭘 알기는 해?"

이 영화는 1993년에 개봉했던 영화인데 (거의 30년 전) 엄마 아빠의 이혼으로 인해 겪는 주인공 아이의 힘듦과 성장 등을 보여주는 영화라서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인 네가 이해할 수 있으려나 싶은 거야.

영화를 이해시키는 목적 따위는 없었어.

난 그저 여름밤에 영화 보러 하루는 나가야겠다 생각이 들었고, 혹시 '너도 갈래?' 물어봤을 때 흔쾌히 좋다고 이야기해서 우리 둘의 여름밤 데이트는 시작되었지.

우리 집에서 이 영화를 보기 위해 독립예술영화를 개봉하는 인천 CGV까지 가야 했어.

같이 네 교통카드, 내 교통카드 찍으며 지하철 타고 영화관까지 가는 시간이 참 즐거웠어 엄마는!

나도 그 영화관은 처음 가본 것 같아. 같이 네 컷 사진도 찍고, 팝콘도 사 먹고.

영화관이 참 조용하더라고. 확실히 이 영화는 개봉관이 많은 것이 아니고 좋아하는 소수만 이 시간까지 오겠지 라는 생각에 너도 지루하고 혹여나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건 아닌지 나름 걱정이 되더라고.

영화는 나름 난해하고, 어려운 장면들도 있고 내가 아이를 데리고 가서 보는 게 맞나 불안이 약간 있었지만.. '뭐 어때'라는 생각으로 나도 영화를 보다가 네가 속닥거리는 작은 말소리에 집중하기도 했어.

영화관은 무척 예의 바른 관객의 어른들이었고, 라끌이 너도 멋진 관객이었다. 엄마는 너에게 이 지루할 수도 있는 영화를 끝까지 봤다는 거 자체가 굉장히 칭찬하고 싶어.

끝나고 영화관에서 주는 포스터도 받아서 집에 와서 방문에 붙여놨잖아. 그렇지?

영화는 내용보다는 엄마는 여름의 풍경들이 좋았고, 내용적으로도 약간 심오한 부분이 있어서 어려웠지만 결국에 주인공 여자아이가 성장하더라고.

결국은 엄마, 아빠도 여자 주인공 렌의 노력으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거 같아. 그리고 렌도 스스로가 스스로를 도닥여주며 성장하는 장면이 그려진 것 같았는데 마음이 조금은 짠했고 어쩌면 그게 엄마, 아빠와의 일이 아니었더라도 성장의 과정 중에 '지나가야 하는' 부분 중에 하나였겠지 싶어.

우리 딸이랑 같이 본 영화여서 꼭 기록을 남기고 싶었는데.. 너무 늦어졌지만..

여름에 본 영화를 겨울에 쓰지만 말이야..

여름밤 영화 끝나고 나오면서 서로 할 얘깃거리가 더 생겼다는 것에 기뻐하고 행복하며 그렇게 생각해.

이렇게 또 하나의 추억을 남겨줘서 고마워.




ps. 네가 즐거워하며 엄마를 보고 찡긋, 환하게 웃어주던 그 표정들을 더욱 선명히 기억해보도록 할게.

사랑해


영화 '이사' 예고편





* 지극히 개인전인 리뷰입니다.

*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이사'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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