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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행젼 Nov 05. 2022

영화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 리뷰

부부들에게 추천하는 영화/Hope Gap/여운이 깊은 영화



내가 어쩌다 이 영화를 알게 되었나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영화 ‘러브 액츄얼리’와 ‘어바웃 타임’에서 인상적이었던 배우 빌나이가 출연하여 추천하고..

29년을 살았지만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살아왔던 부부 이야기를 영화 속에 녹여냈다고 해서 나중에 봐야지 계속 이러다가…

전에 구매한 TV 유료 서비스가 너무 아까워서 보게 되었다.


조금 지루할 수도 있어서 남편한테 선뜻 보자고 하기가… 고민스러웠으나, 영화가 100분 정도의 러닝타임이라 보게 되었다.  남편이 보다가 잘 수 있는데… 그 코 고는 소리가 내 몰입을 깨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영화의 스포가 포함되어 있으니 참고해 주세요)


영화는 조용하고 한적한 어느 집, 노년을 맞이한 어떤 부부의 하루로 시작한다. 시를 엮어서 책을 만드는 일을 하는 것 같은 아내 그레이스, 밝고 유쾌하다.

그리고 너무나도 차분하고 조용한 고등학교 교사 남편 에드워드.

독립을 하여 자기 생활을 꾸려나가고 있는 아들 제이미.




그러던 어느 날, 부부에게 아들이 오랜만에 찾아왔다. 아들이 오게 된 것도 아내가 보고 싶다고 말해서 남편이 아들에게 전화하여 오게 된 것.. 그래서 남편이 ‘스위트’하다 생각을 했고 매번 아내가 책을 읽거나 일을 할 때 남편이 차(tea)를 타 준다.

그런데 문제는.. 사소한 말다툼에 의해서 옥신각신 다투다가 흥분한 아내가 남편의 뺨을 때리고 식탁 테이블을 엎는다. 그리고 그다음 날 아내가 새벽 미사를 갔을 동안 남편은 아들에게 이야기한다.

‘이제 떠나야겠다고’. 


에드워드(남편)는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아들에게 이야기한다.

아내가 돌아오고 아들 제이미가 자리를 피해 준 그 시간에 아내에게 이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남편은 떠나고 아들과 엄마의 시간들, 엄마의 모습들, 그리고 아빠와 아들의 만남과 대화들로 이 영화는 이어져 나간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처음에 부부가 싸우면서 말다툼하고 제삼자가 봤을 때 그레이스가 다소 자기 멋대로 말을 하고 기분의 변덕이 심하고 그에 비하면 다소 차분한 에드워드가 피해자인 것처럼 보다.

(아마 그 부분을 보면서 남편이 공감하며 키득대는 모습이…. 덕분에 남편영화를 보며 졸지 않았다)


에드워드는 그레이스를 존경하고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녀가 만족할 만한 사람이 될 수 없고, 나는 수십 년 동안 노력했지만 지치고 편안한 기분이 드는 안젤라(그가 사랑하게 된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을 선택하게 된다.

그렇게 사랑에 빠지고 시간이 지난 게 1년이라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내가 만약 미혼이었다면, 결혼생활이라는 것을 해보지 않아서 누구 한 명이 나쁘거나 둘 다 나쁘다라고 평가하거나 비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 결혼생활이라는 게,

부부관계라는 게 이 영화에서 말하는 것처럼 복잡하다. 말로, 글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나마 쉽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거기에게 자녀까지 낳았다면 진짜 그건.. 어렵고 복잡하고 너무 사랑하지만 때론 굴욕적이고 이런 복합적인 관계라고 말할 수 있다. 단순히 연애하던 그 시기와는 다른 차원이지 않을까 싶다.



남편도 이 영화가 여운이 깊었다고 이야기했다.

나도 그렇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부부관계는 진짜 겉만 봐서 모르고.. 누구 한쪽만 노력해서도 이어갈 수 없는 노릇이다.


수십 년을 같이 살았는데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다는 게 이 영화에서 특히 아내가 느꼈을 배신감이지 않을까 싶다.

아내는 남편과 ‘대화’를 하고 싶어 했고, 남편은 자신이 ‘말’을 하면 어차피 이 대화와 사이를 악화시키기 때문에 말문을 닫고 살아가는 쪽을 선택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이 부부가 자녀한테 나쁜 부모냐?

그건 절대 아니다.




남편이 아내를 사랑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다만 내가 봤을 때 그들은 서서히 멀어져 가진 것 같다. 그게 꼭 사랑이 식어서이기보다.. 세월과 (싸우기 싫어서 어떤 부분은 포기하거나 등이 누적된) 관습과.. 어쨌든.. 아내는 끝까지 남편과 함께하고 싶어 했지만 남편은 그것을 마다했다.


그런 대화를 나눌 때 엄마는 아들에게,


“너는 왜 노력하지 않니? 아빠가 집에 돌아오길?”

“엄마! 아빠는 지금 사랑에 빠졌다고요.. (he is in love)”


사랑에 빠진 그 누구를 어떻게 하겠느냐… 고…



그리고 아들과 아빠의 대화도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다.

“언제부터인데요?”

“한 1년 정도 되었다..”

“ 그러면 진작 엄마한테 말했어야죠.”

엄마는 우리 가정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오고 있는데, 아빠는 그 기간 동안 평상시와 티를 내지 않으면서 그렇게 살아온 아빠에게 한 말이었다.



엄마는 실의에 빠지고,

남편에게 마지막까지 합치기 위해 의견을 이야기한다.

내가 봤을 때 남편은 안젤라에게 이미 빠져있기 때문에 그럴 생각이 전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엄마가 다시 일어날 때는 바로 아들 제이미의 역할이 컸다.

엄마 아빠의 일이지만 성인이 되었더라도 그들의 자녀인, 아들에게 영향이 없는 게 아니다.

그들은 가족이고, 연대가 있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제이미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들 잘 키웠네..’


나중에 엄마가 자신을 찾는 데 있어서 아들의 이 말이 정말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 같다.

내가 진짜 이 영화에서 좋았던 대화는…. 이 부분이다.


“제가 이해한다는 것을 알아주세요.

엄마가 만약에 암에 걸려서 극도의 고통 속에서 천천히 죽어가고 있다면 전 이만 끝내라고 할 거예요. 엄마를 사랑하니까.

엄마가 너무 고통스러워 삶을 끝내려고 한다면 전 막을 수 없어요. 엄마를 사랑하니까요..

그냥 얘기만 해주세요. 놀라게 하지 말고 작별 인사할 시간을 줘요.”


“너한테도 슬프고 어두운 시기가 있었던 모양이구나..”


“저를 위해 살아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잖아요.

각자의 삶의 짐을 지고 살아가지만..

엄마는 일종의 탐험가예요. 아주 먼 길을 가셨죠. 훨씬 앞서가셨다고요 만약 엄마가 멈춘다면 전 깨닫게 될 거예요. 그 길이 너무 힘들고 길다고요. 전 결국 불행이 이긴다고 생각하겠죠.

하지만 엄마가 멈추지 않고 끔찍한 길을 간다면 그럼 전 아무리 고되고 힘들어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할 거예요. 엄마가 해냈으니까요.”


“우리 아들 다 컸구나.”



제이미와의 깊고 진한 대화로 엄마는 일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제이미(아들)의 역할이 좋았고..

 이 영화는 부부 영화이기도 하겠지만 아들, 자녀와의 연대도 보여준다. 이 영화 보면, 누군가들은 아이를 낳고 싶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부부 사이로 돌아가서 이야기하면,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드워드가 이기적으로 보였다.

알겠다. 누군가와 우연히 사랑에 빠졌다고 이야기하지만 그게 1년이면 ‘우연’이라고 볼 수 없다. 자신이 노력해도 아내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은 핑계라고 생각한다. 아내와의 삶을 떠나서 자신의 삶이라고 봤을 때, 아내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안 들고 나는 이게 싫고 하는 점을 표현했어야 맞다. 표현하지 않으면 그가 뭘 좋아하고 어떤 부분을 경멸하는지 아내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나는 영화를 보면서 … 그냥 안젤라라는 존재가 진짜 없을 수도 있겠다. 에드워드가 사랑에 빠졌다는 그녀는 없고 그냥 혼자 지내고 싶어서 거짓말이길.. 했는데 영화 말미에 그녀가 등장한다.

그녀와 어떻게 만났냐는 질문에 그는 반에 학부모였고 그녀가 남편을 사별한 후였고, 자녀의 일로 만나다 위로해 주다가 사랑에 빠졌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영화 마지막에 보면 그가 일을 하고 있을 때 안젤라가(추정) 차(tea)를 옆에 놓아준다.


아내와도 비슷하게 만났다. 아버지를 여의고 그 슬픔이 가득한 시기에 기차를 타고 어딘가에 가다가 그레이스를 만났고 그녀에게 위로를 받아 사랑에 빠진.. 우연치고는 비슷한 결의 만남이고, 그녀에게 해준 것처럼 그도 안젤라에게 차를 대접받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 오기 전에, 소소하게 싸우면서 서로가 원하고 싫어하고 그런 모습을 맞춰갔으면 이렇게 아무 일도 없다고 착각하면서 살아오진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그레이스도 그의 텐션을 조금 더 이해하고 배려하고 그의 입장이 돼보려 했음.. 조금 더 나았을까?

이 영화를 보고 나는 부부는 끝까지 노력해야 하는 사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은 남녀 같은 불꽃으로 시작했을 수 있겠지만 그 불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장작이 필요할 텐데 그 장작은 서로의 끊임없는 노력이다. 한 번의 노력이 아니라..

결국 사랑은 노력과 그로 인해 쌓아진 믿음으로 유지되는 건가.


서로가 끊어진 사이라고 해도..

자신의 삶을 위해 받아들이고 노력하는 그레이스의 모습과, 아들로서 부모의 의견을 존중하는 제이미의 모습이 진짜 어른 같아 보였다.


그레이스는 아마 남편과 살면서 답답했을 것 같다.

 ‘우리 행복하잖아?’라는 말은 아마도

‘우리 행복한 거지.. (나도 잘 몰겠어 너는 어때?)’ 아님.. ‘우리 행복하지!’라는 남편의 대답을 듣고 싶었을 수도.


에드워드는 자신이 하는 취미 활동인 위키피디아 등록 및 수정의 일을 아내가 무시한다고 생각하고 자신은 아내를 만족할 수 없다는 귀결을 맺고 어떤 누군가와 다른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사랑이란 빠질 수 있었도.. 그걸 ‘유지’, 사랑을 지속하는 건.. 그 또한 매한가지로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가 좋아서 리뷰가 꽤 길었다.

화면에 나오던 풍경들이 좋았고 영화에 나오는 그 절벽이 hope gap이라고 하는 것 같았다.

절경이었다.

다만 약간 아쉬웠던 화면은 아들과 아빠의 대화 장면이었나 어떤 부분은 화면이 옛날 화면 같고, 약간의 CG처럼 보이기도 했다.



가끔 여운이 있는 영화 한 편은 값비싼 어떤 선물보다 귀한 경험이 되기도 한다.

(그런 괜찮은 영화를 만나려면 꾸준히 또 영화를 봐야 얻을 수 있는  경험을 겠지만..)






* 이 영화 리뷰는 제 블로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ㆍ 이미지 출처 : 영화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 스틸 컷

ㆍ 지극히 제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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