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의 하버드대를 같이 다닌 서진규, 조성아 모녀 인터뷰를 보고,
우연히 ‘유퀴즈 온 더 블록’ 재방송을 보게 되었다. 그중 타이틀이 “하버드대를 같이 다닌 모녀”였다.
제목만 보고 ’ 얼마나 집안이 부유하고 좋길래, 엄마가 얼마나 똑똑하시길래 딸이랑 같이 하버드대를 다닐 수 있지?‘ 사실 문득 그렇게만 생각하며 인터뷰를 시청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새벽에 밥을 안쳐야 했고, 개울가에 가서 빨래를 해야 했던 서진규 씨(엄마)는 ‘살림하다가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시집가면 된다’고 말씀하신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오빠와 남동생이랑 무슨 차이가 있는 건지 내가 이러려고 태어났는지를 생각하셨다고 했다. 그러다가 신문에 가사도우미 이민 공고를 보고 1971년 23살의 나이에 미국으로 가서 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한국인을 만나 결혼했지만 가정폭력도 있어 살려고 간 곳이 군대였다고 한다. 출산 후 몸도 회복하지 못했던 그녀는 꼴찌로 들어갔지만 졸업할 당시에는 일등으로 졸업했다고 한다.
그리고 딸 조성아 씨도 엄마처럼 군인이 되었고, 그들은 함께 하버드대를 재학하기도 했다. 엄마는 소령, 딸은 대령이라고 한다.
나는 서진규 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드라마 <조용한 희망>이 떠올랐다. 한 편의 드라마였다.
그녀는 여기서도 어차피 망할 테고 저기서도 망한다고 한다면 그렇다면 일단 가보겠다라고 생각해서 가사도우미 이민을 갔다고 한다.
유재석은 딸인 조성아 씨에게 원래 공부를 잘했느냐에 대한 질문에 중학교3학년 정도부터 관심이 생겼고 엄마가 늘 공부하고 열심히 사는 모습을 몸소 보여주셨기 때문에 자신도 그렇게 엄마의 태도를 닮아간 것 같다고 했다. 늦은 나이에 하버드대를 다니게 된 서진규(엄마)씨는 15시간씩 공부를 했다고 했다.
인터뷰를 엄청 잘 기억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이 인터뷰를 보고 서진규 씨의 삶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 드라마가 같은 삶에서 절대 포기 하지 않고 살기 위해 발버둥 치고 노력한 그녀의 모습이 눈앞의 장면들처럼 지나갔다.
‘일단 해보는 것’
‘내가 맞다고 생각한다면 도전하고 진짜 힘을 다해 노력하는 것’
그녀는 대단한 생명력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를 딸에게 물려주었다.
서진규 씨 이야기를 통해 또 다른 영화가 생각났는데 <북샵>이다. 미망인이 된 여주인공이 한 마을에서 서점을 운영하려고 하는데 어찌나 그걸 막으려는 세력들이 있는지 그러나 그녀는 타협 없이 용기 있게 자신의 뜻을 펼친다. 결국은 서점을 닫게 되고 이 마을을 떠나게 되지만 그녀의 태도와 책을 사랑하는 마음은 한 명의 소녀에게 물려주게 된다.
생명력을 갖고 힘을 내는 사람들을 보게 되면 그 용기의 파편들이 바람을 타고 타서 멀리멀리 누군가들에게 뿌려져서 새로운 땅에 심어지게도 되는 것도 같다.
‘가만히 있는다고 절대 기회는 주어지는 게 아니다. 움직이고 뭔가를 하고 있어야 그 삶의 변화의 기회를 붙잡을 수 있는 것 같다’
서진규 씨가 쓴 도서들이 있던데 도서관에서 빌려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