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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한나 Jul 06. 2022

영화 <헤어질 결심> 리뷰/해석

<헤어질 결심> 속 메타포 파헤치기

충격은 짙어지고 표현은 세련되어진 깐느박
<헤어질 결심> 속 메타포 파헤치기
: <헤어질 결심> 리뷰/해석



 CH1. 개요

영화 기본 정보

장르: 멜로/로맨스, 드라마, 서스펜스

감독: 박찬욱

주연: 탕웨이, 박해일

+2022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


영화 간단 줄거리
산 정상에서 추락한 한 남자의 변사 사건.

담당 형사 '해준'(박해일)은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와 마주하게 된다.  남편의 죽음 앞에서 특별한 동요를 보이지 않는 '서래'. 경찰은 보통의 유가족과는 다른 '서래'를 용의선상에 올린다.
'해준'은 사건 당일의 알리바이 탐문과 신문,  잠복수사를 통해 '서래'를 알아가면서  그녀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져가는 것을 느낀다.

한편, 좀처럼 속을 짐작하기 어려운 '서래'는 상대가 자신을 의심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해준'을 대하는데…. 

진심을 숨기는 용의자  용의자에게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는 형사.

그들의 <헤어질 결심>

-출처 네이버 영화 정보-


영화 간단 후기

★ : 8.5 (완성도만 놓고 봤을 땐 이 점수지만, 그 충격과 여운은 9점 대 이상.)

영화 감상 포인트

1. 더욱 세련 되어진 박찬욱 감독만의 독창적인 편집 스타일

2. 휘몰아치는 고품격 메타포 : 이번 글에서 주로 다룰 내용

3.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미장센

4. 주/조연 할 것 없이 격동하는 명배우들의 명연

5. 대중성과 예술성, 모두 잡은 몰입감 넘치는 플롯




잠깐! 스포일러 주의

해당 리뷰는 관람자들을 위해, 심층적인 분석과 평론을 전하는 글입니다.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은 스포일러에 주의해주시길 바랍니다.



 CH2. 포스터 속에 답이 있었네
: 산과 바다, 어느 곳을 더 좋아하세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산'과 '바다'로 정리되는 영화이다.

포스터 속 서래(탕웨이)는 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고, 해준(박해일)은 산을 배경으로 서 있다.

바다와 산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에 수도 없이 나온다. 영화 초반 부 '산과 바다 중, 바다를 더 좋아한다'고 두 사람은 말했다. 영화가 시작되고 심화되고 마무리되는 지점- 그 모든 지점 역시 두 배경 속에서 진행된다.

이토록 산과 바다가 많이 노출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하면서 확실하다. 산과 바다는 각각 두 사람을 은유하는 것이다.


산과 바다는 각각 두 사람을 은유하는 것이다.

바다는 '해준'

바다는 해준을 은유한다.

근거 1. 그의 이름, '해준' 부터 그렇다.

이름에 '(바다)해' 자가 들어가는 것부터 의도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근거 2. 또 해준을 맡은 배우의 이름이 무엇인가, 바로 박해일.

바다를 쉽게 연상하기 딱 좋은 이름이지 않은가.


산은 '서래'

산은 서래를 은유한다. 이 근거는 영화에서 찾을 수 있다.

근거 1. 국가 유공자의 후손인 서래는 한국에 자신의 산이 있다고 한다.

서래가 산과 깊이 관련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설정이다.


근거 2. 서래가 꼿꼿해서 좋다는 해준의 말.

해준은 서래가 꼿꼿해서 좋다고 한다. 꼿꼿해서 좋다는 말- 그 역시 산의 성질과 유사하다.


근거 3. '서래'라는 이름의 유래

서래는 '서리'의 방언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해준이 서래를 떠올릴 때마다 서리가 깊이 꼈나보다.

한 가지 더, 서래는 '조사서래의'라는 고사에서도 인용된다. 이는 불법의 이치에 대해 말해주기도 한다.

선사가 늑담영징에게 인도에서 중국으로 서래(서쪽에서 온 이유)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늑담영징은 산에 대한 일상에 대해 말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한다.


서래의 이유는 '산', 그녀의 이름의 이유도 '산'이기 때문에-로 유추할 수 있다.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이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참조해보시길.


CH3. 산과 바다,
주요 은유로 본 <헤어진 결심> 주요 장면 해석


<S#1> 바다가 더 좋아요. 저도.

영화 초반부, 서래 남편의 죽음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장면.

서래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산과 바다 중 '바다가 더 좋다'는 말이 나오게 된다. 그러자 해준도 '저도요'라고 답하는데, 이 장면은 단순히 넘어가는 장면인 듯하지만 많은 것을 함의한다.


바다가 더 좋다는 서래의 내면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1. 살인 사건 용의 선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2. 진짜로 바다가 더 좋아서.


하지만 이 두가지는 충분히 양립할 수 있다.

1. 살인 사건 용의선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해준(바다)에 대한 사랑을 연기할 것이라는 암시와 동시에,

2. 해준을 진짜로 좋아하게 될 수도, 이미 좋아하게 된 것일 수도 있다는 복선이 되기도 한다.


현재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거짓말 하지만, 은유적으로 해석해본다면, 그 거짓말은 자신(산)보다 상대(해준, 바다)를 위한다는 의미다. 자신과 상대에 대한 사랑이 갈라질 때, 상대를 선택하는 서래의 본성을 암시하는 장면으로, 서래의 거짓말은 점차 진실이 된다.


바다가 더 좋다는 해준의 내면 역시 두 가지로 해석된다.

1. 서래의 호감을 얻기 위해서.

2. 자기 자신을 더욱 사랑하고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


해준은 처음엔 서래를 사랑했다. 아니, 그런 줄로 알았다. 하지만 그건 타인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이 서로 양립할 때나 가능한 이야기였다. 경찰인 해준은 서래가 진짜 살인 용의자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자신이 그녀의 살인을 본의 아니게 덮어주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붕괴'된다.

서래와 해준,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장면


그리고 다시 서래를 마주했을 때, 해준은 사랑보다도 자부심을 위한, 진실을 파헤치는 일을 택하게 된다.



<S#2> 나는 붕괴 되었어요.
공간 미장셴도 눈여겨 볼 만하다. 산을 상징하는 돌 장식들과, 바다를 상징하는 벽지가 양립하는 서래의 집...

서래가 남편을 죽인 진범이라는 진실을 알게 된 해준,

사랑과 자부심이 서로 완전히 갈라서왔음을 깨달은 순간, 그때의 장면이다.


서래는 이때까지도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해준의 말을 녹음한다. 혹시나 수가 틀어질 경우, 경찰인 해준을 협박할 의도였을 테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해준은 담담하게 서래를 진실로 사랑해왔음을 고백하고, 그 사랑이 부정한 것임을 알게되자 '붕괴'되었다고 밝힌다.


그는 사랑도, 자신을 지탱하던 자부심도 붕괴되고 말았다. 해준이 헤어질 결심을 한 순간이다.


하지만 그렇게 끝날 줄 알았던 그 두 사람의 관계에 거대한 변수가 하나 생겼다. 바로 서래의 해준을 향한 마음이 진실이 된 것이다. 해준이 놓으면서 끊어질 줄 알았던 관계는 서래가 잡게 되면서 유지되고 말았다. 아마 그의 진실된 마음이 그녀의 마음을 움직인 것일 테다.



<S#3> 서래와 해준, 깊은 밤 눈내리는 산에서
해당 장면이 없어서 이 사진으로 대체합니다...

두번째 살인사건이 일어난 후, 해준은 서래의 부름에 응해 깊은 산에 들어간다. 아주 어둡고 깊은 산, 그것도 눈 내리는 날에 말이다. 그 산에서 서래는 '자신의 산'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해준에게 절벽에서 어머니의 유골을 뿌려달라고 부탁한다.


절벽에서 첫번째 남편을 밀어버린 서래.

해준은 그녀를 믿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죽음까지 감내하겠다는 결연한 표정으로 서래의 말을 들어준다. 그때 서래는 해준의 뒤에 천천히 다가가는데, 그리고 마침내 그를 껴안는다. 아마 모든 관객들과 해준의 예상에 빗나가는 행동이었을 테다.


불안해하는 해준과 달리, 그녀의 사랑이 정말로 진실된 것임을,

해준은 그녀를 불신하면서도 죽음까지 감내할 만큼 진실된 마음이 남아있음을 보여주는 아주 매혹적인 장면이다.


(끼워넣기) 세부 메타포 :  '눈'과 '안개'

'눈'이 내리는 야산, 그리고 산에서 내려왔을 때는 '눈'이 내리지 않았더라...

'눈'에 대한 신비한 설정이 나와서, 이참에 세부 메타포에 대한 이야기도 해보겠다.


1) 먼저, 앞을 볼 수 없게 하는 '안개'는 진실을 가리는 것으로, 혼돈, 사랑, 갈등 등을 의미한다.

2) 하지만 '눈'은 그럼에도 진실을 보게하는 것이다. 그래서 해준이 인공눈물을 계속해서 주입하는 것이다.

인공 눈물 짤- 아무거나 퍼왔어염~ㅎㅎ

3) 하지만 '인공눈물'은 눈물을 주입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가 스스로 끊임없이 감정을 주입하는 소재인 것이다. 진실을 갈구하지만, 마음 역시 갈구하는 존재. 그것이 바로 해준의 캐릭터인 것이다.


4) '서리'는 '서래'의 또다른 의미이기도 하다.

서리는 공기 중의 수증기가 얼어 지면에 붙은 잔 얼음을 뜻하는 것으로, 차가운 성질을 가진다.

그날 산에서만 눈이 내렸던 이유는, 자욱히 깔려 진실을 가리던 안개가 얼어붙은 것이 아닐까. 그만큼 서래의 사랑이 짙게 와닿은 장면임을 의미한다.



또 동시에 '눈'과 '눈:'의 발음의 유사성을 봤을 때, 진실(눈)과 거짓(안개->눈:)이 격하게 요동치는 장면, 그만큼 해준에게 혼돈으로 와닿은 장면이었음 또한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잠깐! 초강력 스포일러 주의

이 영화는 마지막 장면의 임팩트가 매우 중요한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이라면 이 부분은 특히 열람에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S#4> 엔딩 : 바다 속에 파묻힌 서래
당신이 사랑한다고 말할 때 당신의 사랑이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났을 때 내 사랑이 시작됐다.


자살을 택한 이유

서래는 확신했다, 아니 이미 알고 있었다, 해준은 자신을 향한 사랑보다 자기 자신을 향한 사랑(자부심)이 더 크다는 것을. 그렇기에 서래는 '헤어질 결심'을 한 것이다. '마침내' 한 것이다.

하지만 서래는 안다, 사랑에는 시차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둘 중 한 사람이라도, 희미하게라도 붙잡고 있다면 그 관계는 결코 끊어질 수 없다는 것을. 헤어져도 헤어질 수 없는 관계, 서래는 그것을 알고 있기에 완전히 헤어질 결심, 자살을 택한 것이다.


자살의 방식

자살의 방식이 매우 인상적이다.

바닷물이 빠져나가는 간조일 때 모래 해변에 자신이 몸이 파묻힐 만큼 큰 굴을 파고, 그 속에 들어가 만조가 되길 기다린다. 만조가 되면 파도는 가득 밀려와 그녀가 들어선 굴을 매운다. 그리고 그녀는 천천히, 그리고 꼿꼿이 죽어간다. 사라지듯이 죽어간다. 마침내 사라진다.


그녀가 바다를 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바다가 해준을 은유하기 때문.

그녀는 바다 속에서 죽어갈 테다. 하지만 꼿꼿이 서 있을 테다. 어쩌면 죽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어딘가 영원히 살아있을 지도 모른다. 바다 속에서, 해준의 마음 속에서 말이다.


만조가 가득 밀려와 그녀를 완전히 뒤덮고 말았을 때, 그때까지, 그리고 그 이후까지 해준은 한참을 그녀를 찾아 헤맬 테다. 한참 헤맬 테고, 어딘가 살아있을 지도 모르는 그녀를 오랫동안 그리워 할 테다. 



 CH4. 사랑에 대하여
: 마무리 글

사랑한다는 건 상대의 마음을 추적하는 일이고

잉크처럼 천천히 번지기도, 파도처럼 휘몰아치기도 하는 일이다.

 누군가를 죽이기도, 속이기도, 속아 넘어가기도 하며,

주체성을 가지고, 그 속에서 자신과 상대 사이 균형과 박자를 맞추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헤어진다는 건 그런 일이다,

영원히 살아있을 누군가를 마음 깊은 곳에 품고 사는 일.




그 진리를 아주 격조있는, 동시에 아주 흥미로운 예술로 풀어낸 박찬욱 감독, 깐느박님께 진심어린 존경과 찬사를 보낸다. 또한 그 예술을 아주 멋지게 표현해낸 박해일, 탕웨이, 그리고 이정현, 고경표, 김신영 등 모든 배우님들께도, 그리고 같이 고생해주신 스태프님들께도 말이다.



추신) 사실 김신영님은 이미 연기 잘하는 줄 알았다.

개그맨들은 달리 말하면 희극인이고, 연극 배우이다. 그들의 연기를 걱정하는 건 아-주 쓸 데 없는 우려와 편견일 테다. 웬만한 배우들 보다 더 대단한 연기력을 가지신 분들도 많고, 더불어 현장 무대에서 길러온 그들의 탁월한 센스는 결코 넘볼 수 없는 수준일 테다.


그 사실을 멋지게 증명해주신 김신영 배우님께 진심 어린 감사와, 축하의 박수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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