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야겠다, 잘 살아야겠다.
지난 10월 14일 토요일 저녁 9시 50분
cgv에서 하는 네이버 웹툰 원작 <문유>의 4DX 버전을 보았다.
영화로 리메이크 된 건 아니고 1시간 5분짜리 더빙+4DX 처리된 버전의 웹툰을 극장에서 상영한 것이다.
<문유> 원작과 영화 개요 및 비교
보면서 많은 것들을 느꼈다.
'중간만 하자'가 삶의 모토였던 주인공이 달에 홀로 남겨진 뒤
가짜 영웅에서 진짜 영웅이 되기까지...
그의 고독과 고뇌와 내면의 갈등, 그리고 선택들이 담겨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웹툰 원작에는 담겨있고, 영화에서는 최대한 담으려 했었다.
영화 자체의 평점은
★ : 3.5/10
많은 내용을 압축하려다보니 스토리도 어색하고
원작의 개그 코드도 제대로 못 살리고
모션 그래픽 효과는 어지러웠다.
다만 원작의 메시지 자체가 좋았다.
꼭 원작을 읽고 싶어지는 작품이었다.
나의 이야기
나는 왜 달에 남으려 하는 걸까?
홀로 달에 남아 무슨 소명을 기다리는걸까?
아무 것도 아니면서 뭐라도 된 것마냥 비치고 싶었나,
영웅도 아닌 게 영웅처럼 비치고 싶었나...
중간만 가자-
빈 껍데기일 지라도 타이틀만 가지자-
생각했던 지도 모른다.
그렇게 바쁜 척 필사적인 척 능력있는 척 하고 싶었나 보다.
현실은 나태하고 무지하고 비겁하며
아무 것도 아니면서...
<문유>는 그런 내게 왜 살아야하는가?
왜 잘 살아야하는가?
왜 내가 글을 쓰고 영화를 보고
영화를 찍고 연극을 하고 창업을 하고
그 모든 것과 사람과 기억들을 사랑하는가-
에 대한 답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문유>는 그런 내게 왜 살아야하는가?
왜 잘 살아야하는가?
왜 내가 글을 쓰고 영화를 보고
영화를 찍고 연극을 하고 창업을 하고
그 모든 것과 사람과 기억들을 사랑하는가-
에 대한 답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이승윤
같이 보러 간 사람이다.
내게 <문유>라는 웹툰을 권해준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보름달 같은 눈동자로 말했다.
"내 인생은 <문유>라는 작품을 영화화 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성공 여부가 갈릴 것" 이라고.
매일같이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이야기하고,
단편 영화를 찍고, 자기가 쓸 작품의 시놉시스에 대해 떠드는 놈이다.
'입만 닫으면 이상형'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친구다.
그를 존경한다.
그는 준규 형이랑도 닮았고 나의 어떤 부분이랑도 닮았을 테다.
내가 못 가진 것들을 가졌고
내가 이미 가진 것들을 가지려고 발버둥 친다.
그러면서도 아직 우리는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런 그와 <문유>를 보았다.
그 자체가 참 거대한 은유 같았다.
왜 우리가 영화를 사랑하는가.
왜 우리는 영화를 찍고 글을 쓰고 창업을 하려 하는가.
왜 우리는 멍청하고 무모한가.
왜 우리는 그렇게, 사람들 다 안 된다고 하는 '달'에 남기를 자처하는가.
- 우리는 대답대신 묵묵히 걸어가기로 했다.
부디 우리는 죽지 말고
묵묵히 살자.
그게 외로우면 평소처럼 시끄럽게 떠들며
시원하게 욕도 지르며 그렇게 꾸준히 살자.
일단 부디 살아만 있자, 일단 부디 살아만 가자.
다짐
요즘 너무도 나태에 빠져 있었다.
벽은 뛰어 넘어야 하는 것인데
벽이 스스로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끄러운 나를 닦아
다시 고고히 빛나야만 한다.
승윤씨는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신다는데
나도 이제 새로 나와의 약속을 정하고
그것을 꾸준히 지켜내야겠다.
글도 쓰고 운동도 하고 영화도 보고 명상도 하고 잠도 자고...
그래, 부끄러운 나를 닦아
다시 고고히 빛나야겠다.
그래, 부끄러운 나를 닦아
다시 고고히 빛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