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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의 Nov 06. 2022

플롯의 마법사 홍상수 신작, <탑> 리뷰/해석/평론

비틀기, 비틀기, 또 비틀고 비틀어버려서 결국 맞물리기


홍상수 감독 <탑> 리뷰 / 해석 / 평론
비틀기, 비틀기, 또 비틀고 비틀어버려서 결국 맞물리기.

다른 글을 쓰려했다. 최근 바쁜 일상 속에서 결국 피워낸 개인적인 성취들에 대한 글을 쓰려했는데, 그걸 다 제껴둘 만큼 쩌는 영화를 봐버렸다. 그래서 바로 허겁지겁 쓴다. 이 감동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보도록 하자. 오랜만에 쓰는 영화평... 익숙지 않지만 최대한 정성껏 써보도록 하겠다.

주의 : 지극히 주관적인 글을 마땅히 사실인 마냥 지껄여 놓았을 수도 있음.





영화정보


개봉 : 2022.11.3

장르 : 드라마

러닝타임 : 1시간 37분

_

감독 : 홍상수

출연 : 권해효, 이혜영, 조윤희, 송선미, 박미소, 신석호

_

줄거리(개요) :

중년의 영화감독이 오랜만에 만난 그의 딸과 함께 인테리어 디자인하는 여자의 건물을 찾는다. 딸이 인테리어 디자인을 배우고 싶어 해서 그녀에게 도움을 얻기 위해서다.

디자이너는 직접 고친 그 4층 건물의 소유주이고, 자기가 어떻게 고쳤는지 보여주고 싶어 한 층씩 두 사람을 데리고 올라간다. 각층의 방을 다 열고 들어가 보는 세 사람. 그렇게 시작한 영화는 이제 다시 밑에서부터 한 층씩 올라온다. (출처 : 다음 영화)


한 줄 평


☆ : 8.0/10.0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깨닫고
비틀고 파괴하면서 결국 완성해내기

들어가는 1번 � :
어려운 영화를 감상하는 법


오래 전 포스트에서 어려운 영화 감상법에 대해 말한 바 있다. 그때 언급했던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처럼, 홍상수의 <탑> 역시 쉬운 영화는 아니다. 어려운 영화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에, 우연적이든 계산적이든 수많은 메타포를 활용하고, 플롯까지 파괴적으로 비틀어 놨으니 그럴 수밖에...


완전히 이해할 순 없다.
다만 완전히 사랑할 순 있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중에서


완전히 이해하라고 만든 영화가 아니다. 아마 감독 본인도 모든 것을 철저히 계산하고 의도하진 않았을 테다. 다만 그 느낌과 감상, 중요한 핵심만 온전히 가져가면 된다.


들어가는 2번 � :
Welcome 홍상수 Universe!


 다채로운 플롯과 그걸 티내지 않는 대담 

홍상수 감독 영화는 이전에 단 한 번, <극장전>만 보았다.

<극장전>은 줌인이 촌스럽게 느껴지긴 했다ㅋㅋㅋ

그때도 플롯이 굉장히 다채롭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 영화도 그랬다. 플롯이 다채로울 수록 촬영과 편집 등에 힘을 줘야하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홍상수는 힘을 뺀다. 다채로움을 드러내지 않고 감추려는 듯하기도 하다. 그 무심한 충격을 너무도 잘 구현해낸다. 그러한 방식으로 능청스럽고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시공간의 역설, 참 매력적이다.


사실이 더 이상 사실이 아니게 되고,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의 전위가 수도 없이 일어나며, 결국 혼란 속에서 질서를 피워낸다. 또한 그 혼란을 결코 티내지 않는다.


 인물 세계관 

이 곳은 내가 알 수 없는 영역이긴하다. 그의 영화를 많이 못 봤기 때문이다. 다만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다.


나는 소설을 쓸 때 인물의 이름에도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신중하게 설정한다. 그래서 한 번 이름 지은 인물을 다른 소설에도 같은 이름으로 가져오곤 하는데 홍상수 감독도 그런듯 하다.


여러 번 출연하는 배우, 여러번 등장하는 이름들이 그러한 이유 때문이 아닐까.

<탑> 출연진
감독의 바로 전작, <소설가의 영화> 출연진

<탑> 속에서도 그런 설정의 연장선들이 보인다. 선희라는 이름, 준희라는 이름, 병수라는 이름, 권해효 배우, 이혜영 배우, 조윤희 배우, 박미소 배우... 등등 모두 감독의 전작들과 맞닿아 있을 테다. 이런 반복되는 이름과 배우들을 쓴 이유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보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홍상수 감독의 전작을 봐야만한다...


<탑>
도대체 무엇에 대한 영화인가?


그래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게 뭐야?!

라고 묻는 분들이 분명 많이들 있을 테다.


핵심부터 말하겠다.

이 영화는 자신에 대한 성찰과 주변 인물들에 대한 관찰에 대해 다룬다.


이 영화는 자신에 대한 성찰과
주변 인물들에 대한 관찰에 대해 다룬다.

그 속에는 직업으로서의 예술과, 가정, 성격, 성향, 취미, 종교, 미래와 과거 등등이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어느 것 하나 독립적이지 않고 마치 인물의 만담처럼, 또 이 영화의 플롯처럼, 엉성하고도 복잡하게 얼기설기 얽혀있다. 반복과 변주, 전진과 후퇴, 반성과 자찬과 합리화까지...


범주를 넘나 들고, 끝날듯 끝나지 않고, 모호하게 이어지는 것. 그 혼란 역시 영화가 인물을 투영하는 방식이다. 그렇기에 완전히 이해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 어떤 사람도 완벽히 정의 될 수 없다. 아무도 모르고, 혼란은 혼란이어야만 혼란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가 혼란스러운 건 실패가 아닌 대단한 성공이다. 아마 감독 자신도 모든 것에 명쾌한 답을 내릴 수는 없을 테다. 혼란을 느끼자. 그저 느끼고 우리만의 해석과 우리만의 핵심을 가지자. 그거면 되는 것이다.


<탑>은 인물에 대한 성찰과 관찰-
그 불완전함을 마땅히 불완전한 형식과
혼란을 초래하는 방식으로 구현해낸 영화

-홍상수 감독의 <탑>에 대한 정리-


그럼에도 의도는 있다.
: <탑> 심층 해석



 1. 플롯  : 시간, 공간, 인물을 뒤틀어버리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플롯에 대해 빼놓고 말할 수 없는 감독이란 것은 확실히 알겠다. 그리고 이번 <탑>이라는 영화도 그 플롯이 너무도 기가막히다.


1. 공간을 보여주는 초반부

먼저 제목에서도 쓰였듯이 '탑'이라는 공간이 굉장히 중요하다.


영화는 초반부부터 탑(공간)을 전체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를 많이 본 사람들이라면 눈치챘겠지만 이러한 연출은 ' 여기서부터 시작해서 올라가면서, 결국 여기까지 갈 거야.'라는 가이드를 관객에게 전해주는 것이다.


이는 한정된 공간 내에서 진행되는 장르, 이를 테면 <곤지암> 같은 공포 영화에서 주로 나오는 연출인데, 이걸 이렇게 쓴다고? 싶어서 굉장히 흥미로웠다. 물론 공포 영화같은 느낌은 전혀 없고 굉장히 평이하면서도 쓱쓱 훑고 가는 게 전부다.


그 초반부에서 쓱쓱 훑어지는 공간의 미장센들과, 약간 뒤틀린 듯한 느낌의 숏들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2. 누구의 <탑>인가?

<탑> 속의 '탑'은 해옥(이혜영 배우님)의 건물이다. 그러니 해옥의 내면을 투영한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자꾸만 탑에 병수(권해효 배우님)를 들이려 한다. 그를 사랑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주인은 전위되어 간다. 해옥에서 병수로 말이다.

해옥의 공간에 살게 되지만 사실, 병수의 마음에는 해옥이 없다.


어쩌면 해옥은 종속적인 관계를 의도했을 수도 있다. 그녀는 '착한', '순종적인'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수는 탑을 올라갈 수록 문을 걸어잠그고 독립적인 위치를 유지하게 된다.

그가 꼭대기에 거주할 때 해옥은 집 내부로 한 발자국도 들일 수 없다. 그녀는 그저 문제가 생길 때 해결해주는 관리인으로 전락했을 뿐이다. 어쩌면 주종의 관계에서도 전위가 일어난 것이다.


그러다가 종반부에는 다시 지하로 내려가야하는 기막힌 플롯...


그 사람의 마음 속에 살지만, 그 사람을 마음에 품고 있진 않는

종속되어 있지만 독립적이고도 어쩌면 주종의 위치조차 바뀌어버린...

그럼에도 다시 반복되어야만 하는...

그건 홍상수 감독 자신의 '관계'의 일부를 투영한 것이며, 그 고찰을 플롯에 투영한 듯하다.


이게 만약 감독 본인의 이야기라면

탑의 주인이면서도, 병수(홍상수 감독)에게 종속되어버리는 존재...

다른 여자와 동거하는 것을 곁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고 의심해야만 하는 존재...

그건 누구일까???


 3. 인물의 관계성 

처음부터 깔깔깔 웃으며 볼 수밖에 없었다. 바로 이 관계성 때문이다.

감독은 글을 참 맛깔나게 쓴다. 그리고 배우들은 그걸 참 맛깔나게 표현했다.

이혜영 배우님은... 정말 대단하다고밖에... 어떻게 그런 디테일들을 잘 살리는 지 모르겠다.

병수와 혜영, 선희, 이렇게 3명의 술자리씬 중 '건배-' 씬은 정말... 킹 갓 레전드였다.

(나만 그렇게 느낀 걸 수도 있음ㅎㅎ)



o 병수와 해옥의 관계

앞서도 말했듯, 해옥은 병수를 좋아한다.

그래서 탑에 들이려고 한다.

그래서 병수의 딸(정수, 박미소 배우님)도 자신 밑에 거두어 준 걸 수도 있다.

하지만 병수는 그런 그녀에게 큰 관심이 없다. 오히려 조금은 거리를 두며 필요한 것만 얻는다.

- 끝내 노래도 불러주지 않는다.

어쩌면 병수는 진짜 '여우'다 '여우'.


그럼에도 해옥은 병수를 끝내 놓치 않는다.

또다시 뫼비우스의 탑 지하로 끌어들이고 만다.


o 병수와 정수의 관계

둘은 부녀 지간이면서도 약간 어색한 관계다.

정수는 병수에 대해 잘 아는 편이지만, 완전히 수용할 수는 없다.

병수도 부녀지간임에도 정수를 불편하게 느끼긴 한다.

o 병수와 다른 여자들의 관계

병수는 외로운 사람이다.

그래서 다른 여자에게 의지하지만, 사실 혼자가 편하다고 말하는 이중적인 사람이기도 하다.

여자들이 자신 곁을 떠나면 씁쓸해하면서도, 늘 곁에 있는 해옥에게는 꾸준히 거리를 두는 것- 그것도 이중적이다.


이기적이고 무능력하기도 하다. 그저 타인이 해준 밥을 먹고, 사준 산삼을 먹고, 사준 담배를 피고, 아무 연락도 전하지 못하고 그냥 무기력하게 잠 자고, 영화도 찍지 않고... 뭐... 그런... 어쩌면 탑 속에 갇혀버린 듯한...

그건 홍상수 감독 자신의 객관화된 이면의 모습이자, 자기 반성이라고 볼 수 있겠다.


홍상수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자신에 대한 솔직한 투영과 고찰, 반성을 담은 듯하다.

그리고 그 근간은 이중성과 같은 불확실성에 두고 있다. (영화 속 모든 인물이 그러하다.)


o 기타 등등

뭐, 정수와 해옥이 어색한 사이인 건 잘 알 테고...

해옥과 선희가 친한 듯하지만, 해옥이 은근히 선희를 경계하는 것도 보일 테고...

어쨌든 뭐 그런 미묘하고도 복잡하고도 불확실한 불확실함들이 불확실하게 얽혀서 불확실한 파급력들을 꼼지락꼼지락 피워내는 것이 너어어어어무 재밌었다.


내가 다음에 글을 쓸 때도 이런 관계성들을 살려야지- 다짐하게 될 정도...


추신 : 해옥의 관점에서 영화를 다시 봐볼 것.

이유 : 왠지 굉장한 서브 텍스트들이 쏟아져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4. 예술과 예술하는 사람들에 대한 고찰 

정말 많은 만담들이 오간다.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는데, 그 속에는 사랑도 있고, 가정도 있고, 미래와 과거, 취향과 취미, 뭐 그런 것들이 얽혀있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은 홍상수 감독 본인과, 본인 주변 사람들에 대한 고찰/관찰에서 나온 것-일 테다.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예술에 대한 이야기다.

<탑>에서는 영화 감독으로서의 홍상수, 뿐만 아니라 여러 예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o 각 인물 직업들의 특성 / 표현하고자 하는 바

병수 : 영화감독
줄 : 작가 지망생이자, 식당 직원
정수 : 미술을 했었으나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지망
선희 : 미술을 했었으나 식당을 운영
해옥 : 인테리어 디자이너

지영 : 부동산 중계업

각 인물들의 직업을 모아 보았다.

어떤가 상징적인 의미들이 보이는가?

대부분 상업(현실, 돈, 이성)과 예술(꿈, 소신, 열정)의 경계선에 선, 혹은 섰던 사람들이다.

어떤 이는 힘겹게 발버둥 치다가도, 예술에 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포기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중간점에서 타협하기도 하며,

어떤 이는 별 힘을 들이지도 않았는데도 성공을 거머쥐기도,

어떤 이는 어느 정도 인정받긴 하였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힘들고, 고된 과정을 거쳐야만 하며,

어떤 이는 아직도 여전히 꿈을 쫓는다...


<탑>을 통해서 홍상수 감독은 그들을 아우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대신 전해주고자 한다. 또한 자신 역시 그러한 시절들을 지나왔음을 표현하며, 현재의 자신은 어디쯤 왔는가를 성찰하기도 한다.

그리고 나또한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러한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기도 했다.


o 부동산 중계업자 : 지영의 직업

하지만 이 중 지영(조윤희 배우님)만은 아예 동떨어져서, 부동산 중계업을 하는 사람이다.

어쩌면 가장 현실, 상업과 맞닿아 있는 직업-이다.

그녀는 영화 후반부에서 병수가 새로 만나는 사람인데, 그 의미는 아마도 홍상수 감독 본인이 자신의 영화가 외압에 의해 상업적으로 변모되는 것을 싫어함에도, 매번 조금은 갈등하게는 되는... 그러한 의미를 담은 게 아니었을까... 싶다.


(분명 이보다 더 많은 의미가 있을 테고, 이 해석이 아예 틀렸을 수도 있음. 반박하고자 한다면 댓글로 남겨주say yo! 제발...뭐든 좋으니까...)


2. 메타포
: <탑> 와장창창 해부하기


품격있는 영화는 텍스트 이상의 것을 지닌다. <탑> 역시 품격있는 영화로서, 텍스트 이상의 숨겨진 표현들이 드글드글 들끓는다. 그 숨겨진 것들을 어디 한 번 파헤쳐보자.


 1. 탑 

당연히 분석되어야 할 소재다. 특히 '탑'은 인물의 내면을 투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탑은 수많은 다층적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먼저, 앞서 말했듯 탑은 해옥의 공간이었으면서도, 병수의 공간으로 변모되는 공간이다.

해옥 속에 살면서도 해옥의 것이 아닌, 오히려 해옥이 병수에 종속 되어버리는 전위가 표현되는 공간이다.


또한 탑은 인물의 설정과 상황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공간 혹은 그것이 표현되는 기반이기도 하다. 어쩌면 공간을 통해서 내면뿐만 아니라 시간까지 표현한 것이다.


채식주의였던 그가 육식을 하기도, 와인이 좋다고 했던 그가 소주가 좋다고 하기도... 그런 불완전하고도 이중적인 모습들이 개연성이라곤 하나 없이 팍팍 변화한다.


개연성이 없는 것이 개연성이다. 스토리가 중요한 영화가 아니다.

그렇게 모든 설정들이 근거도 없이 뒤틀려버릴 때, 더욱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탑을 오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먼저 해석을 하기 전 짚어야만 하는 것이 있다. 병수와 해옥-의 관계 구조이다.

나는 두 사람이 정반대 지점에 선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탑을 올라갈 수록 병수가 더 많이 등장하고, 해옥은 덜 등장하며, 초반에 비해 후반에 병수에게 영향력을 전혀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작정 열고 들어오던 문을 잠궈버린 것- 그것이 중요한 서사인 것이다. 그 지점을 캐치했는가?

<관계 구조로 본 층별 두 사람의 플롯>

지하 1층 - 병수는 아예 나가 버리고 해옥과 정수의 이야기가 주로 담김
1층 - 병수와 해옥, 정수가 동등하게 이야기함
2층 - 해옥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함
3층 - 해옥이 거의 관여하지 못함
4층 - 해옥이 한 발자국도 닿지 못함

그리고 다시 지하 1층으로... 순환...

이것이 앞서 해옥의 공간에서 병수의 공간으로 변모하게 된다고 말했던 이유이다.

비약이 있을 수는 있지만 나의 해석은 다음과 같다.


지하 1층 : 타인이 보는 나

1층 : 일상적인 공간

2층 : 비밀스럽던 공간(처음엔 열리지 않았으므로)
-을 열고 들어가서 비밀스러운 이야기 시작

3층 : 새 가정을 이루고 사는 공간
- 남이보는 나와 자신이 보는 내가 어느 정도 합치된 듯함.

4층 : 가장 사적이고 은밀한 모습, 내가보는 나

층을 오를수록 < '나다운 나' : '타인이 보는 나' >라는 비례식의 좌변이 증가하는 것이다.

가장 높고 닿을 수 없는 곳으로 올라가는 행위를 나만 아는 '나'에 닿는 은유로 쓴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이렇게 말한다.

지하 1층에서 정수와 해옥이 둘만 남았을 때, 병수에 대해 나누다가 나온 대사다.


그 모든 것들이 다 감독님 자신인 거지.


영화는 병수라는 인물을 통해 감독 자신을 투영한다.

감독은 '타인의 나'와 '나만의 나'가 모두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알고, 위와 같은 대사를 넣었다.

그러한 두 가지 모습들은 일상 속에서 왔다갔다-하며 혼재되어 나타난다.

어떤 날은 한 쪽이 더 많이, 어떤 날은 다른 쪽이 더 많이...

감독은 그렇게 두 모습이 일상 속에서 순환적으로 표현되는 방식에 대해

시공간을 뒤틀어버리는, 그리고 처음과 다시 맞물리게 하는 미친 플롯을 통해 구현했다.


꼭대기층은 닿을 수 없을듯 하지만, 너무도 쉽게 지하 1층과 맞닿아진다.

타인이 보는 나든, 나만의 나든 결코 분리될 수 없고, 모두 자신의 일부라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또다른 해석 : 현실 vs 예술

또다른 측면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데, 여기에 앞서 했던 예술과 현실(상업)에 대한 이야기를 넣는 것이다.

탑을 오를 수록 만나는 여자가 바뀌는 병수.

그 여자들의 직업을 볼까?


(3층) 선희 : 미술을 하였지만 현재 식당에 종사
(4층) 지영 : 부동산 중개업

병수는 더 이상 영화를 찍지 않고, 그가 만나는 여자들은 점점 상업적인 사람이 되어간다.

순수한 예술과 현실적인 상업-

그 고뇌 역시 탑을 오르는 행위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2. 문 

자, 탑에 대해 이야기했으면 다른 건 다 부속적인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먼저, 문. 쉽다.

처음에 쉽게 열리던 문은 꼭대기 층으로 올라갈 수록 열리지 않는다.

즉, 그만큼 '타인의 나'를 벗어나 '자신만의 나'를 드러나는 감독 자신의 모습에 대해 표현하는 것이다.



 3. 술, 식성, 담배 

홍상수 감독은 술과 담배에 의미 붙이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술과 식성, 담배는 층을 오를수록 변화가 나타난다.


술 : 와인에서 소주로

식성 : 채식에서 육식으로

담배 : 비싼 담배를 피게 되고, 혼자만 피다가 같이 피게 됨.


술 취향과 식성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습을 통해

자신도 자신을 잘 모르겠음...을 표현한다.

'타인의 나'에서 '나만의 나'로 변화하는 모습들을 나타내는 걸 수도 있다.


담배는 마지막 장면에서 의미가 좀 더 깊어진다.

7천원짜리 담배를 피고 산삼을 먹는 모습...

몸을 망치면서도 몸을 살리는 모습이라니...

이 역시도 참 이중적이고 역설적이다.



 4. 신과 배경음악 

홍상수 감독의 종교관이 드러난 것 같기도 한데,

극 중 병수는'신은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말을 한다.


그럼에도 후반부에 병수는 신을 만났다-고 말한다.

뭐, 이 역시도 신을 믿지 않음에도 믿게 된 이중성-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조금 더 나아가서,

만약 '신'이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라면, 병수가 만났던 신 역시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병수는 결국 자기 자신을 만났던 것이다.


또다른 자기 자신이 자신에게 한 말이 : 제주도로 가서 영화 20편을 만들라니... 허허.. 참

남들 다 휴양지로 생각하는 제주도에서 영화를 20편 찍어야 한다니...

홍상수 감독은 영화를 사랑하기도 하지만, 찍어야한다는 강박도 있지 않을까.


배경음악 (작곡 by 홍상수)

그가 신을 만나기 전에 들었다던 음악이 있다. 병수는 그 음악이 무슨 교향곡 같더라고 표현한다.

영화에서는 한 음악이 반복적으로 깔린다.

물론 교향곡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가 신을 만나기 전 들었던 음악이 이 음악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영화에서 이 음악이 나올 때마다 신을 만나게 되는 순간인 것.

신은 또다른 자신의 모습이며,

실제로 이 음악이 나오고 다른 탑으로 전환되고, 병수의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


메타포 분석도 이만하면 중요 소재들 모두 짚고 넘어간 듯 하다.

나머지 궁금한 게 있다면 댓글 달아주시길 바란다.

아마 인물의 혼돈, 이중성, 모호함 등을 표현하는 수단 중 하나일 것이다.



마치는 말
feat. 쿠씨네


휴... 드디어 이 짜증나는 감독의 짜증나는 영화의 짜증나는 영화평을 다 썼다.

(짜증난다는 건 천재적이라는 뜻임...ㅎㅎ)





오랜만에 극장가서 영화보니까 좋다.

홍상수 감독은 다른 의미로 극장에서 봐야할 듯 하다.

사실 극장이어서 그 감동이 온전히 전해졌지, 집에서 봤으면 지겨웠을 수도...ㅎㅎㅎ...


쿠씨네 인증샷 - 팜플렛 함 봐보셈 좋은 정보들이 많을 수도....?

그리고 쿠씨네 첨 가봤는데 너무 좋다.



사람도 없고 가격도 싸다. (아래는 건대생 기준표와 공식 인스타9ram)


https://www.instagram.com/kucinema/


여러분들도 많이 애용하길 바란다.

음료는 반입가능한데 음식은 못 먹는다고 한다 (팝콘 등 못 가져감 주의 ㅅㄱ)




그럼... 이만 마치겠다.

아 영화평 오랜만에 길게 쓰려니까 너무나 힘드네...

댓글 달아라. 좋아요 눌러라. 제발요...

진짜 그냥 건너뛰기만 해봐...

당신들... 각오해...


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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