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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의 Mar 08. 2022

영화 <파워 오브 도그> 해석/리뷰

격이란 건 말이다, 이렇게 빚어내는 거란다.

격이란 건 말이다, 이렇게 빚어내는 거란다 : <파워 오브 도그> 해석/리뷰
영화 정보

장르: 드라마, 멜로/로맨스, 서스펜스, 미스터리

감독: 제인캠피온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 커스틴 던스트, 코디 스밋 맥피


영화 간단 후기

☞한 줄 평: 한 줄 한 줄 번갈아 엮어 만든 밧줄, 관객을 묶다.

☞★:8.0/10.0


이 영화 어떤가요? 

나 서부극, 좋아했었구나- 새삼 깨닫게 되는 영화다. 아니, 그냥 잘 만든 영화면 다 좋아하는 걸지도. 어쨌든 이 <파워 오브 도그>라는 영화 역시 엄청난 영화임이 틀림없다. 전에 본 아담 맥케이의 <돈 룩 업>이 영화와 다른 영상물 간의 경계를 허물없이 넘나드는 느낌이었다면, 이번 <파워 오프 도그>는 제대로 영화라는 예술에 정통한다. 정교하고, 깊다.     

예상을 조금씩 엇나가는 전위의 마력

영화는 마치 밧줄을 엮듯이 캐릭터들을 번갈아 가며 조명한다. 그중에서 큰 축이 되는 두 사람을 꼽자면, 필(베네딕트 컴버배치)과 로즈(커스틴 던스트).

전반부에는 로즈에 몰입하게 되고, 후반부에는 필에게 몰입하게 된다. 이러한 전위를 통해 두 캐릭터를 향한 감정을 서로 충돌하게 만들고, 파동을 더욱 짙게 만든다. 격 높은 영화는 모든 인물이 입체적이고, 어느 한 인물만 정답이라고 할 수 없으며, 그러면서도 주제 의식이 명확한 영화여야만 한다. 그리고 <파워 오브 도그>가 그렇다.     


간단한 줄거리 (약간의 스포가 있습니다)

1925년, 조지(제시플레먼스)는 대목장을 운영하며 지냈다. 두 사람이 대목장을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브롱코 헨리라는 사람이 그들에게 목장 운영법을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롱코 헨리는 이미 죽었고, 필은 여전히 그를 그리워하고 있다.

브롱코 헨리가 죽은 후, 필은 정서적으로 조지에게 의지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조지가 식당에서 일하는 과부, 로즈와 결혼하게 되자, 필은 더욱 큰 외로움을 느끼고, 로즈와 그녀의 아들 피터에게 더욱 모질게 군다. (로즈가 피아노 연습하는 시퀀스는 진짜... 압권이었다.)

로즈는 필의 극심한 압박에 시달리다가 알코올 중독에 빠지게 되고, 피터 또한 그런 어머니를 걱정하는데...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필이 피터에게 다정하게 굴기 시작한다...(후략)     


주요 메타포(소재) 의미 해석 (극심한 스포가 있습니다.)

이 영화의 격을 높여주는 것에 수많은 메타포 역시 작용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롭던 메타포로 ‘토끼’와 ‘밧줄’을 꼽을 수 있겠다.

토끼

고향으로 돌아온 피터(코디 스밋 맥피)는 함정을 설치해 토끼를 잡았다. 어머니(로즈, 커스틴 던스트)와 피터는 모두 그 토끼를 귀여워했다. 하지만 이내 피터는 토끼의 배를 갈라 장기를 모두 꺼내 해부했다. 단순히 해부학 공부를 해야한다는 이유 하나로. 그건 피터가 그만큼 감성적이고 무르기만 한 사람이 아님을, 매우 냉철하고 섬뜩한 면모도 지닌 사람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토끼는 단지 캐릭터의 성격을 나타내는 정도일 뿐, 누구의 운명을 암시하는 등 방향성을 내포하진 않았다. 하지만 필과 피터가 단둘이 언덕으로 떠난 때, 거기 장작더미로 숨어든 토끼는 방향성을 띄게 된다.

필과 피터가 단둘이 떠날 때, 로즈는 걱정을 가득 담아 소리친다. 제발, 저 둘이 같이 있게 하지 말라고. 아마, 필이 피터에게 해코지할까 두려웠던 걸 테다. 분명, 필이 피터에게 그동안 매우 모질게 굴었으니까, 함정을 파고 필이 피터에게 위협을 가할까 두려웠던 것일 테다.

이때까지만 해도 장작더미 속에 숨어버린(혹은 갇혀버린) 토끼가 피터의 운명을 암시할 줄 알았다. 하지만 다리가 다친 토끼를 편안하게 보내주란 필의 말에, 거침없이 토끼의 목을 비트는 피터를 보고, 또 한 번의 전위가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걸 느꼈다. 토끼는 어쩌면 피터가 아니라 필의 운명일 수도 있겠다... 느낀 것이다.     

밧줄

다른 흥미로운 것은 ‘밧줄’이다. 밧줄은 헨리 브롱코와 필 사이 ‘연대(사랑)’를 상징한다. 필이 계속해서 밧줄을 만드는 것 역시, 헨리 브롱코와의 관계를 잊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필이 피터에게 점차 마음의 문을 열어간 것도, 헨리 브롱코와 필과의 관계를 이젠 필과 피터의 관계로 존속해가려는 마음이었던 것이다. 마침 필이 헨리 브롱코를 만난 때도 피터 나이쯤이었다니 거울 구조가 성립될 듯 하다. 하지만 이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간다.

필은 밧줄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이었고,
피터는 밧줄을 끊어야만 했던 사람이었다.


필은 밧줄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이었고, 피터는 밧줄을 끊어야만 했던 사람이었다.(그의 아버지가 목 매달던 밧줄을 자신이 직접 잘랐다고 말했듯이...) 결국 이 둘의 관계는 필의 생각대로 될 수 없었다. 앞서 말했듯, 밧줄이 ‘연대’를 상징할 때, 필은 연대를 이어가고자 하는 사람이고, 피터는 그걸 끊어내고자 하는 사람이니 말이다. 그리고 그건 적중했다.

필이 밧줄을 만들 수 있도록 피터가 선물한 쇠가죽에는 탄저균이 득실댔다. 손에 상처가 났던(이 상처를 알아차리는 장면도 토끼의 상처와 겹쳐진다...매우 정교한 연출) 필은 장갑도 끼지 않고 그 가죽으로 밧줄을 엮었으니, 탄저병에 걸릴 수밖에 없었고, 결국 필은 죽어 버렸다. 그 뒤, 로즈는 압박에서 벗어나 조지와 다시금 행복한 생활을 이어간다. 이 모든 것은 필을 죽이기 위한, 어머니를 구하기 위한 피터의 계략이었다.     

‘장갑’ 역시 흥미로운 메타포라고 생각하는데, 필은 장갑을 끼지 않는다. 동성애자임을 숨기기 위해 애써 야만성을 드러내는 필의 성향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피터는 장갑을 낀다. 피터는 호리호리한 몸과 곱상한 외모 등 때문에 ‘게이’라는 놀림을 받으나,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장갑을 애용한다. 그만큼 철저하고 정교한 성격이란 것이다.

그리고 필의 야만성보다도 피터의 정교함, 철저함이 결국 승리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럼 피터는 필을
죽여야 하는 대상으로만 생각했던 것일까?


그럼 피터는 필을 죽여야 하는 대상으로만 생각했던 것일까? 어떤 감정적 교류도 없었던 걸까? 내 나름의 대답은 분명 있었다-이다. 단순히 필을 죽여야만 할 대상으로 생각했다면 필이 땋은 밧줄을 자신의 방안으로 가져올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피터는 그 밧줄을 가져와 자신의 침대 밑에 두었다. 물론, 만질 때 장갑을 끼긴 했지만.

필과의 관계는 ‘토끼’와 같던 것이다. 피터 역시 토끼를 귀여워했지만 해부학을 공부한다는 이유로 토끼의 배를 갈랐듯, 필 역시 서로 감정적 교류가 있었으나, 어머니를 위한다는 목적으로 죽인 것이다.     


<파워 오브 도그> 제목의 의미

제목, ‘파워 오브 도그’를 직역하면 ‘개의 세력/힘’이란 의미다.

영화에서 ‘개’에대해 언급한 장면이 딱 2번 정도 나온다. 피터와 필이 언덕을 보며, '언덕이 개의 벌린 입 같다'고 말했을 때와, 마지막 장면, 성경(인지 모르겠지만)에서 ‘내 영혼을 칼에서 구하시고, 내 사랑을 개의 세력으로부터 구하소서’라는 구절이 나온 장면.


개는 남자를 상징


여기서 ‘개’란 누굴까. ‘남자’를 상징한다. 감독, 제인 캠피온이 페미니즘 영화 감독임을 인지한다면, 쉽게 나올 수 있는 유추다.

필은 대목장 주로서, 거친 노동이 난무한 현장 속 남자 직원들과 일하려면 야만성, 남성성을 키워야만 했다. 언덕을 보고 ‘벌린 개의 입’ 같다고 말한 것 역시, 그 남자들의 사회에서 자칫 잘못하면 잡아 먹힐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왜냐면 자신은 동성애자기 때문이다. 그 내면을 숨기기 위해 오히려 자신이 개들의 왕이 되려 하고 있으며, 그래서 더욱 마초다운 척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피터의 눈에 이미 필은 ‘개들의 왕’이었다. ‘파워 오브 도그의 중심’이었고, 여성인 자신의 어머니, 로즈를 압박하고 위협하는 존재였던 것이다. 그래서 결심을 한 것이다, 필을 죽이기로.


피터와 필, 두 사람은 같은 곳을 보고 같은 생각을 하면서도 다른 뜻을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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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진짜... 재미에 작품성까지... 도대체 어디까지 나아갈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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