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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의 Mar 15. 2022

영화 <봄날은 간다> 리뷰

계절처럼 지는 사랑

계절처럼 지는 사랑에 대하여
<봄날은 간다>
영화정보

장르: 드라마, 멜로/로맨스
감독: 허진호

배우: 유지태, 이영애


영화 간단 후기

한 줄 평: 늘 이 맘 때쯤 생각나는 사람과 영화

★: 8.5


영화 줄거리

사운드 엔지니어 상우(유지태)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백성희)와 젊은 시절 상처한 한 아버지(박인환), 고모(신신애)와 함께 살고 있다.

 어느 겨울 그는 지방 방송국 라디오 PD 은수(이영애)를 만난다. 자연의 소리를 채집해 틀어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은수는 상우와 녹음 여행을 떠난다. 자연스레 가까워지는 두 사람은 어느 날, 은수의 아파트에서 밤을 보낸다. 너무 쉽게 사랑에 빠진 두 사람... 상우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그녀에게 빨려든다.

 그러나 겨울에 만난 두 사람의 관계는 봄을 지나 여름을 맞이하면서 삐걱거린다. 이혼 경험이 있는 은수는 상우에게 결혼할 생각이 없다며 부담스러운 표정을 내비친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묻는 상우에게 은수는 그저 "헤어져" 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영원히 변할 것 같지 않던 사랑이 변하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우는 어찌 할 바를 모른다. 은수를 잊지 못하는 상우는 미련과 집착의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서울과 강릉을 오간다.


이 영화 어떤가요?

이 영화를 보면서 역시 <8월의 크리스마스>와 닮은 부분이 참 많다고 느꼈다. 주인공의 성격, 촬영, 배경, 연출 등 많은 것들이 감독의 전작과 비슷했다. 마찬가지로 좋았다는 뜻이다.

허진호 감독의 이전작 <8월의 크리스마스>. 한석규, 심은하 주연

상우 역의 유지태 배우와 은수 역의 이영애 배우, 그리고 이제는 늙어버리거나 세상을 떠나버린 수많은 배우들의 옛모습도 참으로 반갑다. 특히 유지태 배우가 참 좋았는데 어쩜 그 큰 체격의 사람이 이리도 순박한 연기를 해낼 수 있는지, 그것이 참 대단했다.



이 영화는 <8월의 크리스마스>보다 확실하게 사랑에 초점을 둔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겪는 달고도 쓰린, 그런 이야기다. 특별한 설정, 스펙타클 그런 거 하나도 없다. 격앙된 감정으로 막 싸우고 소리지르는 장면조차 찾기 힘들다. 하지만 그럼에도 연출과 감정선이 가득 차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누구나 공감하고 빠질 수 있는 즐거운 멜로를 선사한다.

이렇게 담담한 결의 영화가 참 반갑다. 최소한의 OST로, 자연의 소리를 담는 음향은 참 현명했다. 더 감정선에 집중하도록 한다. 설렐 때 설레고 슬플 때 슬프다. 어느새 상우의 표정을 따라 짓고 있을 정도.

악수와 라면과 할머니와 사진들. 추억들은 모두 그녀를 떠올리게 한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상우의 말대로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장면은 정말 뛰어났다. 언제든 붙잡으면 붙잡을 수 있는 관계, 하지만 상우는 그러지 않았고, 은수도 기꺼이 그러지 않았다.


주관적인 명장면

"라면 먹을래요?",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등과 같이 수많은 명대사와 명장면을 많이 남긴 영화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개인적인 이 영화 명장면은 다음과 같다.

은수가 상우에게 화분을 건네는 장면

 은수는 상우에게 화분을 건넨다.  상우의 할머니께 전해드리라며, 식물을 키우는 게 치매 환자들에게 좋다는 말과 함께...

 하지만 상우의 할머니는 이미 돌아가셨다. 상우는 일단 화분을 받지만 이내 돌아가는 길,은수에게 다시 돌려준다. 이는 상우가 은수와의 재결합을 거절하는 메시지로 암시된다.

또한, 화분은 은수와 상우 사이 마음의 시차/차이가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메타포가 되기도 한다.


(추가) 엔딩영상
봄날은 간다 결말
영화의 다른 결말 : 은수 버전

영화의 다른 버전은 아래 링크로 남겨두겠다.

극장판은 상우 버전을 최종 선택했다면, 은수에 초점을 두어 촬영된 버전도 따로 있었다. 두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더 큰 도움이 될 수 잇겠다.



상우가 사랑 주는 것만큼 그에게 사랑주지 못한 은수의 비겁한 모습들은 나의 어느 조각들과도 닮았다.

누구 하나 미워할 수 없는 따스하고 고즈넉한 허진호 감독의 영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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