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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의 Mar 22. 2022

영화 <화양연화> 리뷰/해석

삶과 사랑이라는 거대하고 허무한 연극


삶과 사랑이라는 거대하고 허무한 연극 : <화양연화> 해석/리뷰

영화 정보

장르: 드라마, 멜로/로맨스

감독: 왕가위

배우: 장만옥, 양조위     

영화 간단 후기

☞한 줄 평 : 공허를 감정으로 가득 채우는 법

☞★:8.0/10.0     


이 영화 어떤가요?

 솔직히 말하면 엄청난 스토리가 있는 영화는 아니다. 00년도에 나온 영화다 보니 조금 올드하게 느껴질 만한 편집도 있다. -예를 들자면, 씬 전환부분 등에서-

 다만 그럼에도 연출력과 미장센만은 아주 매력적인 영화다. 그래서 때때로 감탄이 나온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스펙타클한 플롯이 있는 것은 아니기에, 영화에 오롯이 집중하기엔 힘들 수도 있다. 특히 예술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하지만 다시 역으로 말하자면, 영화의 깊이를 느낄 줄 아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봐야만 하는 영화다. 

영화의 깊이를 느낄 줄 아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봐야만 하는 영화    

간단한 줄거리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씨(양조위)와 진부인(장만옥)은 바로 옆집에 사는 이웃이다. 두 사람은 각자 혼인을 한 상태이지만, 둘의 배우자가 서로 불륜 관계를 가진 채 외국으로 떠나버렸다. 그렇게 남겨진 두 사람은 서로를 위로하며 의지하게 되고, 서로에게 마음이 기울게 된다.     

영화 관전 포인트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주씨와 진부인, 두 사람에게만 집중한다. 둘의 배우자는 목소리나 뒷모습 등으로 대체될 뿐, 아예 얼굴이 나오지도 않는다. 그건 오직 두 사람에게만 포커스를 두겠다는 감독의 포부처럼 보이기도 하다.

 또한 영화 초반부에서부터 두 사람을 의도적으로 연결하는 연출을 이용한다. 둘을 자꾸 겹치게 하고, 관객을 오해하게 한다. 그렇게 두 사람의 관계가 시작하기도 전에 시작할 것임을 알게 한다. 그렇게 연출로 스토리의 타당성을 부여한다.     

 그렇게 영화 속에 담겨진 연출과, 미장센, 메타포 등을 해석해낼 수 있는 식견을 갖춘 사람이라면 분명 이 영화는 좋은 영화가 아닐래야 아닐 수 없다.     


주관적인 메타포 해석
(극심한 스포 주의! 영화를 관람하고 읽으면 더 와닿을 것입니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로 메타포가 매우 중요한 영화다. 영화 속 자주 나오는 핵심 메타포들 몇 가지만 말하자면

(1) 국수, (2) 계단, (3) 담배, (4) 슬리퍼, (5) 연극(상황극)     

이 있다.


***

아래 해석은 영화를 근거로 하지만 주관적일 수 있으니, 다른 의견이 있을 경우 댓글로 남겨주시면 의견을 공유하는 좋은 기회가 될 듯합니다.

국수

국수는 연결을 의미하는 '실'과 같은 의미를 지니며, 주씨와 진부인, 두 사람의 관계가 시작하고 지속되는 것을 보여준다. 처음 두 사람이 자주 겹쳐지는 공간도 국수집이었고, 두 사람이 처음, 주씨의 집에서 함께 있을 때도 국수를 먹었다. 그리고 진부인이 주씨와의 관계를 정리하려고 할 때는, 국수를 먹지 않겠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두 사람의 관계가 국수로 표현됨을 유추할 수 있다.     


계단

 계단을 오르내리는 행위는 인물의 마음의 상태를 의미한다.


오르는 행위는 상대를 향해 마음이 가까워지는 상태를 표현,
내려가는 행위는 그 마음을 보류하고 부정하는 상태를 표현

 오르는 행위는 상대를 향해 마음이 가까워지는 상태를 표현하고, 내려가는 행위는 그 마음을 보류하고 부정하는 상태를 표현한다. 진부인이 주씨의 부름에 응할지 말지 고민할 때, 수없이 계단을 오르내리는 장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뿐 만 아니라, 시간이 흐른 뒤 주씨가 약간의 기대를 품고 진부인과 살던 옛 집으로 올라갈 때도 계단을 오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역시 주씨가 진부인을 향한 마음을 정리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인 것이다.     


담배

 주씨는 늘 담배를 핀다. 영화 후반부에서 진부인이 주씨의 방에 들어와 담배를 피워보는 장면. 그건 진 부인이 아직 주씨를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으며, 주씨의 흔적과 향을, 입장과 감정을 헤아려보는 씬이다. 이후에 전화를 거는 씬도 마찬가지. 하지만 전화를 걸었음에도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고, 두 사람 사이에는 너무도 두꺼운 벽이 있었다.

슬리퍼

 이는 진 부인에 대한 주씨의 마음이다. 진 부인이 처음 주씨의 방에서 함께 밤을 새운 날, 슬리퍼를 두고 갔다. 그리고 주씨는 유일하게 남은 진부인의 흔적인 그 슬리퍼를 아주 오래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 후반부, 진부인이 주씨의 방에 들어온 날, 그 날 진부인은 슬리퍼를 들고 떠났다. (싱가폴에 사는 주씨가 방에 자꾸 누군가 들어온다며 따지는 장면에서, 무엇을 훔쳐갔는지-가 바로 이 '슬리퍼'다.)

 슬리퍼를 들고 떠난 행위는 주씨가 자신을 잊길 바라는 마음이자, 자신도 주씨로부터 완전히 떠날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연극(상황극)

 둘은 이별의 상황을 가정하고 상황극을 벌인다. 이는 둘의 감정선을 더욱 극대화 해주는 매우 훌륭한 연출이라고 느껴진다. 헤어지지 않았음에도 헤어짐을 가정하고 연기를 한다는 것. 관객들로 하여금 더욱 인물들의 감정선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하는 매우 현명한 장치다.

 영화 후반부, 진부인이 주씨의 방을 찾아가 그에게 아무 말 없는 전화를 걸었던 장면, 그때 배경음으로 경극 소리가 들렸다.

 둘만의 상황극에만 그쳤던 연극이, 진짜 무대 위 경극으로 변주되어 나오고 있음은, 이제껏 상황극으로 연습만 해온 이별이, 그 순간은 진짜 이별임을 의미한다.

그 순간은 진짜 이별을 의미

그렇게 침묵의 전화로 진부인은 주씨에게 이별을 전한 것이다.     


마지막 장면 해석
옛날 사람들은 나무에다가 구멍을 파서
그 속에 비밀을 말하고는 진흙으로 막았대.

 주씨가 친구 아부에게 한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 주씨는 캄보디아의 유적지으로 가서, 유적지의 돌벽(성벽)에 난 구멍에다가 뭔가를 속삭이고, 흙으로 막아넣는다. 아마, 그 내용은 진부인과의 애틋했던 사랑일 것이다.     

 하지만 이전 대사를 근거로 보았을 때, 유적지의 성벽이 아니라 나무 구멍 속에다가 말하는 것이 훨씬 타당하다. 그런데 왜 감독은 이런 변주를 준 것일까. 그 의미는 무엇일까.

 나무보다 유적지의 돌벽이 더욱 웅대한 느낌이 있다. 그리고 화면은 그 흙으로 막힌 구멍을 보여주다가 이어서 문으로, 더 큰 문으로, 유적지 전체로 이어지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그 구멍 속 이야기가 하나의 위대한 유적이 되는 듯한 느낌을 전해 준다.


 비록 시절과 전설은 이미 끝났지만, 그 자리에 고고히 남아 평생의 추억과 기념이 된 유적처럼, 주씨와 진 부인의 이야기도 분명 그렇게 남을 것이다.


 비록 시절과 전설은 이미 끝났지만
그 자리에 고고히 남아 평생의 추억과 기념이 된 유적처럼
 주씨와 진 부인의 이야기도 분명 그렇게 남을 것이다.

<아비정전>과 <화양연화>, 두 작품 속 왕가위 감독의 허무주의 변천사

이제껏 왕가위 감독의 1990~2000년대 대표작 두 개를 보았는데, 하나는 <#아비정전>, 그리고 다른 하나가 바로 이 <#화양연화>이다. 두 작품 사이를 관통하는 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허무’이다. 하지만 두 작품 속 허무는 조금 결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아비정전> 포스터 : 왕가위 감독, 주국영 주연

 비교적 이른 시기에 나온 <아비정전>은 허무주의, 즉 일체의 사물이나 현상이 아무런 의미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상과 매우 상응한다. 즉, <아비정전>은 아비의 삶을 ‘허무’로 표현하여 삶과 사랑을 찾는 과정이 얼마나 덧없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화양연화>의 허무는 조금 결이 달라졌다. 물론, 주인공의 결말이 아무 성과 없이 허무하게 끝난 것은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주씨와 진부인의 이야기가 담긴 유적지가 점차적으로 웅대함을 더해가는 장면을 보며, 그들의 이야기가 비록 끝이 났어도 결코 아무런 의미가 없진 않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한다는 걸 느꼈다.

 시절과 전설은 끝났어도 고고히 남아 기념과 추억과, 애도가 되는 유적처럼, 그들의 사랑 이야기도 그렇게 유적처럼 남을 테다.


 허무한 결말이라도 결코 허무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그렇게 사랑은 고고히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허무한 결말이라도 결코 허무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그렇게 사랑은 고고히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는 어쩌면 왕가위 감독의 내면의 성장을 보게된 걸지도 모르겠다.


이 외에도, 진부인이 입은 치파오의 색깔, OST의 의미 등 좀 더 세밀한 메타포를 알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참조하길 바란다. 내가 다루지 못한 내용들을 여기서 다뤄주셨다...ㅎㅎ..



이참에 <중경삼림>이나 <해피투게더> 등 다른 영화들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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