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기다리며
2022.01.03. 기억보관함
새해가 밝았는데
난 아직 새벽에 머물러 있다.
해 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두운 법이라는데
그래서 요즘 다시 미움이 늘었던 건가….
그래도 돌이켜보면
어둠이 가장 짙을 때 별은 가장 밝게 빛났었다.
그걸 어스름하게 지평선이 밝아오는 순간 깨달았다.
내가 미워했던 시절들이 이토록 아프고 찬란하단 걸
별이 질 때야 깨달은 것이다.
순간이 별이 되고 별들이 묶여 별자리가 되고
한 시절의 그림이 되었다.
내 그림은 밤하늘처럼 넓고 짙어서
몇 해는 유심히 지켜보아야만 한다.
그래서, 완성은 되었지만 내 그림을 사랑하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분명 사랑하게 될 것임은 확실하다.
깨어있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다. 간직할 수 있다.
사랑하게 될 수 있다.
깨어있는 사람만이 제대로 된 완성을 할 수 있고
깨어있는 사람만이 제대로 된 안녕을 할 수 있다.
오직 깨어있는 사람만이, 움직이는 사람만이 해를 볼 수 있다.
오직 깨어있는 사람만이 해가 뜨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새 해가 떠오르면
이제껏 밤하늘에 그려온 그림은 점점 지워지겠지만
모든 예술가들에게는 자신의 작품을 잊는 법도 필요하다.
그리고 다음 밤, 그 다음 밤, 그 다음다음 밤마다
이미 완성된 지 오래된 그림을
새로운 느낌으로 돌아보는 법도 필요하다.
그래서 변화가 필요하고
이별이 있어야 하며
새로운 시작이 있어야만 한다.
잠들지 못하고 깨어있는 새벽,
난 이별을 기다리며 밤하늘을 아득히 올려다 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