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15
다시 또 우울증 글을 쓸 줄은 몰랐다.
경조증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다.
내가 집안일을 열심히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던 그때가 내게는 경조증증세 때문이었다니...
정신과 원장님은 내게 살짝 화를 냈다.
마음대로 약도 끊겠다고 하고 진료도 안 오고..
(지난번에 약을 그만 먹으라고 할 때 내가 그만 먹겠다는 의견이 강해서 그러자고 했다는 의견이셨다.)
나도 치과에 그런 환자들이 있어서 안다.
나는 정신과약을 당뇨약이나 혈압약처럼 그냥 먹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다가 약을 먹어서 편안하다는 느낌을 진짜로 알게 되고 그러면 어느 순간 약을 끊어도 편안해지는 순간이 온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아직 약을 제대로 고르지도 못하고 약 용량을 정하지도 못했는데 마음대로 그만두겠다고 했다며 답답해했다.
나도 일하다가 치료를 마음대로 중단하려거나 안 받는 사람들은 보면 답답한데, 그 심정이었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내 마음대로 치료를 중단한 게 얼마나 무식한 일인지 깨달았다. 이제 정말 제대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좀 더 솔직했다. 욱하는 감정이 있는 편이고 감정기복도 있다고 했더니 전에는 얘기하지 않던 증상이라고 했다. 그러더니 감정조절약을 먼저 먹어보자 했다. 그건 일주일만 먹어도 알 수 있다며...
참..... 내가 생각해도 어리석었다.
요즘 나는 집도 엉망이고 하려고 했던 많은 일을 미룬다. 누워서 핸드폰만 하려고 하고 자꾸 무언가를 산다. 어찌 보면 요즘 현대인들이 다 그러지 않겠냐고 하지만 우리 집에 와보면 그 얘기가 아니라는 걸 실감하게 될 거다.
아이들에게도 남편에게도 미안하다.
근 열흘간 아이 생일날 아침 미역국을 빼고는 밥을 해본 적이 없을 정도이고 화장실청소는 언제 했는지 기억이 안나며 안방에는 머리카락과 먼지가 뒤엉켜서 돌아다니고 이불은 빨래한 지 두어 달도 훨씬 넘었다.
집이 거지 같은데 몸이 움직여지질 않는다.
나도 내가 답답하다. 자꾸 무기력하고 처지는 내가 너무 답답하고 싫다.
빨리 낫고 싶지만 그렇게 될 일이 아니란 건 누구보다 절실히 깨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