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28
진료 중에 문득 생각했다.
내가 마구마구 다른 생각을 하나...
억지로 시댁일을 떠올리려고 해 보고 친정일을 떠올리려고 해 봐도 지금 하는 치과일만 생각이 났다.
약이 좀 맞는 건가?
전에는 그리도 시댁 친정이 내 머릿속을 채웠는데..
아니면 요즘 시댁도 친정도 별 문제가 없어서일지도...
손톱을 깎았다.
참 귀찮은 일이다.
안 길었으면 좋겠다.
머리카락도, 손톱도..
하지만 자꾸자꾸 자라서 나를 귀찮게 한다.
전 같으면 이리 길기 전(손톱이 일할 때 거슬리기 전)에 잘랐을 텐데... 하다 하다 손톱 깎는 것까지 미룬다.
그런데 오늘 해냈다.
나는 오늘 손톱을 잘라낸 사람이다.
어느 순간에는 내 우울증이 사라져 멋지게 사는 나를 상상해 본다:
내 머릿속에 멋진 모습이라고 해봤자 정돈된 집에서 나무도마에 또각또각 야채를 써는 모습.
좋아하는 책을 읽는 모습. 좋아하는 글을 쓰는 모습.
그 모습 안에서 내가 불안해하지 않고 안정되어 있는 모습. 그게 다다.
주방을 마감하고 자야 잠이온 다던, 아침에 일어나 책을 읽고 글을 쓰던... 계절이 바뀌면 옷장을 정리하던... 오늘은 무얼 해먹을지 고민하던.. 내가 너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