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파릇한 세상

풀에 걸리다

by 풍탁소리

산책을 하다 보면, 이 세상의 주인은 식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풀은 숲에도 있고, 강에도 있고, 공원에도 있고, 심지어 보도블럭 틈에도 있다.

인간이 만들어놓은 울타리나 벽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어디에서나 풀은 자란다.

누가 이끌어주지 않아도, 자기가 자라날 길을 용케도 찾아낸다.

꽃향기가 싱그럽다 하나 비온 뒤의 풀냄새 만큼 강렬하진 않다.

늘 걷는 길을 매번 새롭게 만들어놓는 건 풀이다.

오늘은 또 뭔가.

누가 엮어놓은 것처럼 풀이 목걸이 모양으로 놓여있다.

스스로 그러하니, 자연!

밟지 않으려고 옆으로 비껴서 걸어간다.

이 길의 주인이 화려한 단장을 시작한 것을 보니, 가을이 오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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