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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희 Oct 04. 2022

영원한 것은 없다는 진리 앞에서

조금 부끄러운 고백


저는 염세주의자였습니다.

고통뿐인 인생에 유한한 존재를 비관하는 투털쟁이였죠.


모든 것은 유한합니다. 시간도, 마음도, 육체도 모두 흘러가고 바뀌고 사라지죠. 이것은 과거의 나도, 지금의 나도 알고 있는 절대적 진리입니다.


과거의 나는 이 진리에서 허무를 느끼곤 했습니다. 사라질 존재에 미래를 그리고, 변화를 꾀한 들 무슨 의미가 있나 하고요. 어차피 언젠가 다들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갈 텐데, 사람들은 고통과 고난을 헤치며 왜 이리 치열히 사는 것인지 이해를 할 수 없었죠. 치기 어린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게 무력한 삶을 살다가 어느 순간, 제 진심에 조금 솔직해져 보기로 했어요. 앞뒤 다 내려놓고 그저 좋아하는 것을 따라가 봤습니다. 재미있더군요. 세상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넓고, 안 해본 것은 더 많고, 재미있는 것은 주위에 널렸어요. 재미를 찾는 것, 우리 인간의 본능이잖아요. 아, 이렇게 즐거워지려고 행복해지려고 그렇게들 열심히 살고 있는 걸까.


침대 위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냈던 2년 전과는 달리 요즘 저는 하루도 스케줄이 없는 날이 없습니다. 일이든, 놀이든. 뭐든 많이 보고 경험하고 배우고 느끼려 제 바운더리를 자꾸 벗어나고 있습니다. 현재의 존재에 집중하다 보니 사라질 존재에 대해 허무해할 틈이 없죠. 미래의 탄식 대신에 당장을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들로 가득 찼습니다.


모든 것은 유한합니다. 시간도, 마음도, 육체도 모두 흘러가고 바뀌고 사라지죠. 이것은 과거의 나도, 지금의 나도 알고 있는 절대적 진리입니다.


지금의 나는 언젠간 끝날 이 시간 속에서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완연한 '지금'을 삽니다. 똑같은 진리 앞에서 마음가짐 하나만으로 인생은 달라졌습니다. 확실히 과거보단 지금이 더 좋은 것 같네요. 매일이 기대가 되거든요.


여전히 "왜 사는지?"에 명확하게 대답할 순 없지만, 어떻게 사는지를 고민하다 보면 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왕 이렇게 부여받은 인생, 고통이든 기쁨이든 다 느껴보면서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려고 합니다.


모두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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