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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희 Sep 06. 2022

이승윤이 노래한 연금술

달이 참 예쁘다 너도 그렇다


이승윤의 노래를 듣고 나면 책을 한 권 읽은 기분이 든다. 곡의 전개 속에 스토리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 짧은 문장들 속엔 각자의 의미와 가치가 담겨있다. 의미를 풀어내는 것은 오롯이 듣는 사람의 몫이라 더 오랫동안 곱씹어 보는 것 같다. 그래서 이승윤의 노래를 듣고 나면 마음속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는다.


‘달이 참 예쁘다고’를 듣고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과 따듯한 목소리에 금세 매료되었었다. 멜로디뿐 아니라 가사는 아름다운 은유를 담고 있었다. 이 노래를 듣고 있다 보면 연금술사가 생각이 났다. 가사의 지향점이 나만의 보물을 찾아 떠난 산티아고의 깨달음과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달이 참 예쁘다고



이승윤 - 달이 참 예쁘다고

https://youtu.be/eNovSMOZ3VQ




밤 하늘 빛나는 수만 가지 것들이
이미 죽어버린 행성의 잔해라면
고개를 들어 경의를 표하기 보단
허리를 숙여 흙을 한 웅큼 집어들래


1987년에 지구와 16만 8천 광년 떨어진 초신성이 폭발했다. 이미 폭발한 초신성의 빛이 16만 8천 년이 지나서야 지구에 도착한 것이다. 우리가 하늘에서 관측할 수 있는 모든 별들은 모두 과거의 흔적이다.


별은 흔히 꿈과 이상으로 비유된다. 그는 별을 바라보는 대신 흙을 집어 들기로 한다. 별은 내가 서있는 이 땅에서는 닿을 수도, 잡을 수도 없다. 게다가 이미 사라져 잔상을 남긴 존재이다. 소멸되고 실체가 없는 것을 쫓느니 내가 딛고 있는 현실을 살피고 내 주변의 것들과 교감하고 살겠다. 현실에 충실하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진다.



방 안에 가득히 내가 사랑을 했던
사람들이 액자 안에서 빛나고 있어
죽어서 이름을 어딘가 남기기 보단
살아서 그들의 이름을 한번 더 불러 볼래


이제 현실을 소중히 하는 그는 사랑하는 이들의 이름을 부른다.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생명력을 불어넣는 행위이다. 내가 관심을 갖고 그 사람의 존재를 인식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명예와 영광을 얻으며 모르는 이들에게 이름을 알리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아까는 흙을 들어 행동을 취했지만 이번에는 사랑하는 존재들의 이름을 부르며 입 밖으로 얘기한다.



위대한 공식이 길게 늘어서 있는
거대한 시공에 짧은 문장을 새겨 보곤 해
너와 나 또 몇몇의 이름 두어가지 마음까지

영원히 노를 저을 순 없지만
몇 분짜리 노랠 지을 수 있어서
수만 광년의 일렁임을 거두어
지금을 네게 들려줄 거야 달이 참 예쁘다


땅 위에 서있는 인간이기에 신처럼 모든 것을 하지 못한다고 전한다. 하지만 그는 끝없는 우주를 빗대어 현실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다. 이승윤이 가장 잘하는 것은 노래를 짓는 것이다. 이 우주에 너와 나 그리고 사랑하는 것들에 대한 마음을 담은 노래를 불러 너를 사랑하겠다는 마음을 수놓았다.


‘수만 광년의 일렁임’에는 수만 광년의 시간 동안 날아온 별빛 속에 별의 생애가 모두 담겨 있다. 그 일렁임 들을 다 담는다는 것은 생의 시작부터 죽음까지 모든 생애를 사랑하겠다는, 시간을 관통한 우주적인 끝없는 사랑이 느껴진다.

  




밤하늘을 보다 보면 별뿐만 아니라 달이 가장 크게 존재한다. 달은 연금술사의 ‘표지’인 동시에 ‘자신만의 보물’이라 느껴졌다. 표지는 자아의 신화를 이루기 위한 곳으로 이끌어주는 것이며, 인생 어디에나 존재하며 그것을 보고 성장하는 것이다.


이제는 별의 잔상을 쫓기보다 현실의 삶에 충실하겠다고 했던 그는 달을 보며 애정을 느낀다. 같은 밤하늘에 있는 것이지만 달은 지구를 공전하며 항상 함께 있으며 그 존재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산티아고가 자신의 보물은 결국 자신의 곁에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듯이 이승윤도 달을 보며 자신만의 보물을 찾았던 게 아니었을까.


달의 의미는 다양하게 읽을 수 있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 사랑하는 연인, 사랑하는 가족, 자기가 가장 찾아 원하던 꿈이 될 수도 있으며, 내면의 나 자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것으로 특정 짓지 않겠다. 받아들이는 것은 오롯이 즐기는 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숨고 싶을 땐 다락이 되어 줄거야
죽고 싶을 땐 나락이 되어 줄거야
울고 싶은만큼 허송세월 해 줄거야
진심이 버거울 땐 우리 가면 무도회를 열자


아마 이 가사가 가장 많은 위로와 공감을 담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사람들은 일평생 사랑을 하고 받지만, 무한한 사랑과 신뢰를 오롯이 주는 존재를 만나긴 쉽지 않다. 나의 보물을 위해서 숨고 싶을 때 숨어줄 공간이 되어주고, 절망적일 땐 함께 밑바닥까지 떨어져 주고, 눈물이 날 때 울고 싶을 만큼 맘껏 울게 해 주고, 진심을 내비치기 힘들 때 거짓말도 함께해 주는 사람이 되겠다고 한다.



달 위에다 발자국을 남기고 싶진 않아
단지 너와 발 맞추어 걷고 싶어
닻이 닫지 않는 바다의 바닥이라도

영원히 노를 저을 순 없지만
몇 분짜리 노랠 지을 수 있어서
수만 광년의 일렁임을 거두어
지금을 네게 들려 줄거야

달이 참 예쁘다고


우주적 사랑을 말하고 달이 예쁘다는 구절과 음악은 마무리된다.


‘연금술사’에서 산티아고는 보물을 찾으러 멀리 여행을 떠난다. 보물을 찾으러 떠난다는 것은 일상에 존재하던 사람들과 그곳에서 얻을 수 있는 사랑을 놓고 떠난다는 것이다. 이상을 좇으면 일상에서 얻을 수 있는 행복은 즐길 수 없다. 산티아고는 길고 긴 여행 끝에 자신의 주변에 있는 것이 바로 보물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승윤은 일상을 즐기고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방식으로 사랑하겠노라 다짐한다.  


 



이 노래를 통해 이승윤이라는 사람이 갖고 있는 이상과 현실에 대한 간극을 고민하게 되었다.


사람의 삶의 방식은 다양하다. 일상을 소중히 하는 현실주의자가 있고, 이상을 소중히 하는 이상주의자가 있다. 이승윤의 지향점은 우주이지만, 발은 땅바닥을 딛고 있다. 이승윤이 바라보고 있는 우주는 음악이며 지구는 자신의 삶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는 완전히 지구에 속해 있지도, 우주에 속해있지도 않은 애매한 사람이다. 나는 그가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가지고 자신의 노래를 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승윤은 언어적으로는 현실주의적이다. '쪼잔뱅이', ‘내 깜냥을 알고 있다’, ’자신은 애매한 사람이다’,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언어를 사용하며 현실에 발붙이려고 노력한다. 반면 음악적으로는 이상을 추구하고 있다. 이상을 추구하는 방식이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메타포를 사용하는 것은 이상주의이며, 손으로 잡히지 않는 것을 표현하며 그것에 대해 끊임없이 고뇌하는 것 또한 이상이다.


예술가는 이상주의자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바꾸고, 통념에서 탈피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승윤은 이상주의자가 되고 싶은 현실주의자인 것일까? 현실에 발붙이려 노력하는 이상주의자인 것일까?  


 


나는 어떠한가 현실주의자인가 이상주의자인가?


확실한 것은 그가 노래했던 것처럼 주위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나 자신을 돌보고 사랑하는 것은 나만의 보물을 찾아 자아의 신화를 이루게 될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꿈에, 운명에, 영혼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노래를 추천한다.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52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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