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문화해설사의 스토리텔링 명화 산책
삶이 지칠 때, 불안과 고뇌에 휩싸였을 때 <미드나잇 뮤지엄>의 문을 열어보는 것을 어떨까. 이곳엔 과거에 우리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똑같은 슬픔을 고민한 작가들이 있다. 그들의 그림들은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가 기대한 위로와 힘을 얻어 갈 수 있는 곳. 바로 <미드나잇 뮤지엄>이다.
<미드나잇 뮤지엄:파리>는 프랑스 공인 문화해설사가 소개하는 파리의 미술관과 유명한 작품이 담겨있는 있는 책이다.
파리의 미술관과 작은 미술관을 포함한 총 아홉 곳의 미술관을 소개하며 각 미술관의 대표 작품을 알 수 있다. 파리의 미술관과 다양한 작품들을 이 책 한 권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총 2장으로 이뤄져 있는데, 1장 '파리 미술관에서의 하루'에선 하루 정도 시간을 쓰면 좋을 대표 미술관을 소개한다.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퐁피두 센터 오랑주리 미술관, 로댕 미술관에서 미술사의 큰 흐름을 읽고 파리를 대표하는 화가와 작품을 만난다.
2장 '파리 작은 미술관에서의 하루'에선 관심사와 취향에 따라 반나절 정도 시간을 보내면 좋을 조용하고 한적한 작은 미술관을 담았다. 마르모탕 미술관, 귀스타브 모로 미술관, 프티 팔레와 파리 시립 현대 미술관이 그곳이다.
오르세 미술관은 1986년에 개관한 젊은 미술관이며 르누아르, 고흐, 드가, 밀레, 쿠르베 등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그림에 대한 해설이 있을 뿐만 아니라, '미술관에 들어서며'라는 챕터로 미술관의 역사와 설명을 볼 수 있다.
이 미술관의 특징은 과거 여러 공간을 거쳐 미술관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곳은 본디 기차역이었다. 철골과 유리를 사용해 빛이 잘 드는 기차역은 시내 중심에 위치해 접근성도 좋고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그러나 새로 개발된 전동 열차의 선로 규격이 변경되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임시 수용소, 영화 세트장 등으로 쓰이곤 했다. 마침내 이 공간은 오르세 미술관으로 자리 잡았다. 이 오르세 미술관엔 공간의 역사가 살아있는데, 기차역 때 쓰이던 커다란 시계, 호텔 연회장으로 쓰였던 '축제의 방'이 그대로 남아있다.
박송이 문화해설사는 이 미술관을 더 잘 감상하기 위한 팁도 일러둔다. 오르세 미술관은 프랑스가 문화적으로 화려하게 꽃 폈던 시절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작품 자체에 담긴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만으로 충분히 의미 있는 관람이 가능하지만, 시대상을 읽어낸다면 더욱 풍성하게 느끼고 깊이 있는 관람이 가능하다고 한다. 작품 속에 담긴 부르주아와 농부들의 대비로 상반된 삶을 살고 있는 모습, 기성의 화가들과 새롭게 떠오르는 화가들의 등장 등을 눈여겨보길 바란다.
작품의 분석과 사조가 그 작품을 이해하는 중요한 흐름인 줄 알았으나 미술관에 대한 특징과 역사 또한 해당 작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였다. 작가가 각각의 미술관에 대해서 어떻게 하면 더욱 의미 있는 관람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일러두었으니, 이를 확인하여 파리 미술관을 관람하기 전에 참고한다면 더욱 재밌고 깊이 있는 관람이 가능할 것 같다.
오르세 미술관엔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가 있다. 19세기 말 파리 북쪽의 몽마르트 언덕에는 예술가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모여들었다. 르누아르가 몽마르트로 거처를 옮긴 해,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가 탄생됐다. 반짝이는 자연광을 맞으며 춤추고 놀고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이들은 하나같이 즐거움과 여유로움을 보여주고 있다. 당대 파리사람들의 평화로운 주말을 담은 이 그림은 1877년 제 3회 인상주의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에서는 초기 인상주의의 '빛 표현'이 두드러진다. 군중들 위의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빛과 그 안의 움직임을 담았다. 그러나 당시 비평가들은 빛의 움직임 표현이 아니라 형태가 해체되는 것으로 보였다고 한다. 따라 좋은 평가는 못했지만, 대중적인 장소를 유쾌하고 친근하게 그려내어 르누아르에 대한 평은 긍정적이다. 그가 그려낸 이 장소는 주말마다 무도회가 열리던 유명한 선술집이다. 르누아르는 친구들과 함께 커다란 캔버스를 이곳까지 옮겨놓고 주말의 풍경을 그려내곤 했다. 그는 행복한 이곳을 솔직하게 담기 위해 친구들까지 모델로 출연시켰다.
작가는 그림의 대각선 구도에 집중한다. 전경과 배경을 나누는 이 대각선의 구도는 오른쪽에 크게 그려진 사람들, 춤추는 무리를 나눈다. 사람의 눈은 본능적으로 왼쪽을 먼저 향한다고 한다. 화가는 이를 깨부수기라도 하듯이 가운데 두 여성의 얼굴이 오른쪽을 향하게 하여 관람자의 시선을 뺏는다. 테이블을 둘러쌓아 앉은 인물들의 엇갈리는 시선과 달리 춤추는 사람들은 모두 정면을 바라보게 하여 관람자가 그림 전체를 훑어볼 수 있게 했다. 이는 르누아르가 전체적인 그림의 구성에 공을 들였다는 것이다.
르누아르는 모든 인물의 표정을 평온하고 행복하게 그려 넣었다. 그는 삶의 기쁨과 충만한 순간을 관람자에게 전하여 '행복의 화가'라는 별명을 얻었다. 르누아르는 "그림은 즐겁고 아름다워야 한다. 세상은 이미 충분히 추악하기에 그런 것을 더 할 필요가 없다"라며 자신의 신념을 밝히기도 했다.
그림 속 인물들이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던 것처럼 르누아르도 행복한 길을 걷게 된다. 인상파 화가 중 유일하게 부르주아 출신이 아니었던 그는 이 그림을 그린 이후 경제적인 여유를 얻고, 1881년에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난다. 이 여행에서 고전 미술에 대한 큰 감동을 받고 고전적인 스타일로 변화하게 되어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이처럼 역사적 흐름 속에서 작품을 바라보고, 그림을 하나하나 분석한다. 작가는 찬찬히 스토리텔링을 하며 그림을 소개하고 작가의 삶을 연결 지어 설명한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그림의 힘과 작가의 영향력을 받을 수 있다.
삶이 고통스럽다면, 공허한 나날이라면 <미드나잇 뮤지엄:파리>을 통해 화가들이 그림에 담은 따스한 메시지를 포착하고 진정한 위로를 얻고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어 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