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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희 Sep 21. 2024

거장들이 보았던 따스한 밤의 풍경

<화가가 사랑한 밤> 책 리뷰: 명화에 담긴 101가지 밤 이야기




내게 명확한 것이라곤 없지만, 밤하늘의 별을 보면 항상 꿈을 꾸게 된다.

- 빈센트 반 고흐


<화가가 사랑한 밤>으로 밤의 명화를 담은 이야기로 돌아온 스타 도슨트 정우철. 정우철은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 반 고흐의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을 마주했다. 그에겐 원화를 감상하는 그만의 감상법이 있다. 화가가 붓을 들고 캔버스 앞에 서 있을 그 거리를 상상한다. '화가가 그곳에 서있었겠구나, 붓터치 한 번에 많은 고민을 했을까'를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희망찬 미래를 꿈꾸고 고독을 달랬었던 화가의 마음에 조금씩 다가갈 수 있다.


도스트 정우철은 작품에 대한 섬세한 분석과 화가의 삶을 들여다보며 생생한 스토리텔링을 한다. 한밤의 이야기꾼이 선사하는 현장감 넘치는 해설은 우리가 화가의 특별한 순간에 한 발짝 더 다가서도록 한다. 

<화가가 사랑한 밤>에서는 아름다운 밤 풍경을 담은 작품들을 엄선해 그 안에 담긴 화가들의 삶과 특별한 순간을 조명한다. 거장 16인과 총 101점의 작품을 담아내어, 어둠 속에서 위로와 영감을 찾은 거장들의 이야기를 잔잔한 감동으로 들려준다.




빈센트 반 고흐 

현재 전 세계의 인파는 반 고흐의 별을 보기 위해 오르세 미술관과 뉴욕 현대미술관으로 모여든다. 

그러나 생전 그는 그림을 단 한 점밖에 팔지 못한 늦깎이 화가였다. 목사 아버지와 무명 화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반 고흐는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잘 몰랐다. 방황하는 요즘 청춘과 비슷한 모습이다. 반 고흐는 구필 화랑에서 최연소 점원으로 일하기도 하고 목사의 꿈도 꾸었지만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고흐는 운명의 순간을 만난다. 밀레의 그림을 본 것이다. 농민의 모습을 숭고하게 그린 밀레의 그림은 고흐에겐 한 줄기 빛처럼 보였을 것이다. 화가란 하나님의 말씀을 그림으로 전하는 직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운명의 계시처럼 작가의 꿈을 꾸게 된, 그의 나이는 27세였다.


반 고흐가 37세에 세상을 떠났으니,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림들은 고흐가 10년 사이에 그린 그림들이다. 반 고흐는 그림에 영혼을 바칠 수도 있다는 말을 했었다. 살면서 정말 사랑하는 일, 인생을 바칠 수 있는 일을 찾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힘든 삶이었지만 반 고흐는 죽는 순간까지 화가가 된 것을 후회하지 않았을 것이다.


밤하늘의 별을 보며 꿈을 꾼다는 반고흐, 그가 처음 별을 그린 장소는 아를이었다. 반고흐는 예술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아를의 노란 집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설렘을 느꼈을 것이다.  


낭만적인 작품인 <밤의 테라스> 또한 이곳에서 탄생했다. 


작품에서는 노란 가스등이 빛나고 연인이 손을 잡고 걸어간다. 고흐는 아를에서 별을 보며 새로운 인생을 꿈꿨고, 꿈을 함께 이룰 고갱을 만났다. 하지만 얼마 뒤 불화를 겪고 고흐의 희망은 사라진다. 발작과 알콜 중독에 시달리던 고흐는 자신의 귀를 자르게 되는 등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마음사람들은 고흐를 쫓아내라는 탄원서까지 제출했고, 상처받은 고흐는 스스로 정신병원에 들어간다. 


단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 달라는 조건을 걸고서 말이다. 그곳에서 창밖을 보며 그렸던 작품이 <별이 빛나는 밤에>이다. 이전보다 더욱 커진 소용돌이치는 구름, 높게 솟은 사이프러스 나무가 보인다. 자신의 고향 아를을 상상으로 담은 마을 풍경이다. 이 풍경을 그리기 그는 위해 눈앞에 보이는 창살을 지웠다. 아직 삶을 포기하지 않은 마음이었다.  



고흐는 생전에 '세상에 가치를 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고 생각했다. 그림을 통해 아름다움이라는 가치를 전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꿈은 사후에 이뤄졌다. 현재 우리가 고흐의 작품에 감탄하는 이유는 아름다운 작품을 남겨주었기 때문과 그의 순수한 열정을 늦게 알아줬다는 미안함이 공존하기 때문이 아닐까. '밤하늘의 별을 보면 꿈을 꾸게 된다'는 고흐의 말처럼, 그가 남긴 작품들은 우리에게 또 다른 꿈을 꾸게 해 준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밤은 화가에게 번뜩이는 영감과 따뜻한 위로가 되었다. 작품에 담긴 숨겨진 이야기와 작가의 특별한 사연으로 캔버스 위의 깊은 울림과 위로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도슨트 정우철의 섬세한 해설과 책의 한 면을 가득 채운 고화질의 명화로 미술관에서 직접 작품을 관람하듯 감동이 전해졌다. 


어두운 밤 속에서 거장들이 보았던 빛과 희망, 위로를 얻고 싶은 분들에게 <화가가 사랑한 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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