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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희 Oct 11. 2024

포스터를 예술로 만든 천재 휴머니스트, 툴루즈 로트렉

<툴루즈 로트렉 : 몽마르트의 별>


올해는 현대 그래픽의 선구자 툴루즈 로트렉의 탄생 160주년이다. 이를 기념해 마이아트뮤지엄에서 <툴루즈 로트렉 : 몽마르트의 별> 전시를  2024/9/14부터 2025/3/3까지 개최한다. 툴루즈 로트렉은 '벨 에포크' 시대 파리의 밤문화를 매혹적으로 표현했다. '벨 에포크'란 '아름다운 시절'이란 뜻의 프랑스말로, 제1차 세계 대전 발발까지 프랑스가 사회, 경제, 기술, 정치적으로 번영했던 시대이다. 로트렉은 특정 화파에 속하지 않고 당대 예술의 중심지였던 몽마르트에서 예술의 다양성을 배우고 독창적 화파를 구현해 낸다. 


<툴루즈 로트렉 : 몽마르트의 별>에서는 툴루즈 로트렉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본다. 이전까지 로트렉은 심리적 결핍과 비운의 생애가 강조되었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신체적 장애를 신경 쓰지 않고 사람들과 교류한 호방함, 어떤 화파에도 속하지 않고 자유로운 예술을 진행했던 보헤미안적 실험정신, 화려함과 계급 이면의 인간미를 관찰한 휴머니즘을 강조한다. 


전시에서는 툴루즈 로트렉의 인간애가 담긴 비범한 예술성을 만날 수 있으며, 로트렉뿐만 아니라 동시대 프랑스 아르누보 포스터 황금기를 이끈 알폰스 무하, 쥘 세레를 포함한 13명의 작가와 159점의 석판화 명작을 관람할 수 있다. 



전시장에는 당시 로트렉이 삽화를 그려 넣었던 신문지와 비슷한 디자인의 브로셔가 비치돼 있다. 종이의 빛바랜 느낌과 서체가 레트로한 감성을 더욱 살려주며 로비에서는 당시의 재즈음악이 잔잔히 흘러나와 마치 프랑스에 벨 에포크 시대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전시장 내부는 강렬한 원색으로 칠해졌는데, 크로키와 같이 로트렉의 단순한 작품들이 더욱 돋보여서 공간 디자인도 몰입하기에 충분했다.  




툴루즈 로트렉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은 프랑스 귀족 출신 미술가로 현대 그래픽 포스터의 선구자이며 '벨 에포크' 시대 파리 밤문화를 매혹적이고 대담하게 표현한 예술가다. 유전적 결함과 유년시절 사고로 신체적 장애가 있었지만 승마나 사냥 같은 귀족문화 대신 그림을 그리며 외로운 시간을 지냈다. 몽마르트에 정착한 그는 유명 카바레와 파리의 보헤미안들에 관심을 가지며 그 소재들을 자유로이 그렸다.


로트렉은 석판화 광고 포스터를 예술로 끌어올린 장본인이다. 고급과 저급 미술의 계급을 허물고 지금 보아도 트렌디한 서체배치로 현대 그래픽에도 큰 영감을 주고 있다. 


전시 섹션 구성은 '보헤미안', '휴머니스트', '몽마르트의 별', '프랑스 아르누보 포스터' 이 순서로 작품의 주제에 따라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로트렉이 다양한 예술 사조를 자유롭게 수용한 실험적인 모습부터 몽마르트의 하층계급을 남다른 인간얘로 본 휴머니스트적인 모습, 창작 후반기의 작품과 당대 프랑스 아르누보 포스터의 황금기를 이끈 예술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어 전시 기획의도인 툴루즈 로트렉의 입체적인 모습을 다각도로 볼 수 있는 구성이다.   




휴머니스트 툴루즈 로트렉

<아리스티드 브뤼앙. 자신의 카바레에서>, 1893


<아리스티드 브뤼앙. 자신의 카바레에서>는 파리의 유명인사인 카바레 가수 아르스티드 브뤼앙 공연을 홍보하는 작품이다. 브뤼앙은 큰 키에 나폴레옹과 비슷한 옆모습, 교활한 눈매와 냉소적인 입술을 가졌고, 벨벳 의상과 무거운 부츠를 착용하며, 외출할 때는 망토와 넓은 챙 모자를 착용한다고 전해진다. 


작품에서 교활한 눈매와 짙은 눈썹 입술, 챙모자와 망토 패션이 잘 드러난다. 이는 공연자가 자신의 이미지를 포스터로 의뢰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브뤼앙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는 이 작품은 카바레의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툴루즈는 카바레의 분위기에 매료되었으며, 이 카바레는 툴루즈가 몽마르트 문화를 받아들이고 서민층의 어두운 면을 보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로트렉이 휴머니스트라 불리는 이유는 매춘부와 같은 하층 계급을 인간적인 모습을 담아 그려냈다. 소박한 일상을 특유의 관찰력과 인간애로 남아내어, 로트렉의 예리한 통찰력을 볼 수 있다.     


<에글랑틴 무용단>, 1896


필자가 전시를 관람하며 발견한 툴루즈 로트렉의 큰 매력 포인트는 생생한 표정이다. 이는 <에글랑틴 무용단>에서 가장 잘 드러나는데, 이 작품에서 인물 각각의 표정들이 살아있다. 캉캉의 인기가 절정일 때, 유명 무용수였던 에글랑틴 드베이와 물랑루즈 출신 세 명의 무용수가 함께 4인조 무용단을 창단했다. 이 작품은 에글랑틴 무용단의 영국 투어 홍보 포스터 제작한 것인데, 독특한 화면구성으로 무용수의 격렬한 동작을 생생히 담아 아름다움과 동시에 역동성을 표현했다. 


그뿐만 아니라 무용수의 아름다움 이면까지도 다층적으로 보여주었는데, 자세히 보면 각 인물들은 냉랭해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다.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거나 자신을 뽐내는 듯한 익살스러 표정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포스터 속 영국 투어 중 네 무용수들 사이에서 벌어진 경쟁의식 심리가 드러나며, 로트렉은 이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다.  


그의 전시를 본다면 인물들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인물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를 유심히 보면 작품을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툴루즈 로트렉 : 몽마르트의 별> 전시를 관람하고 툴루즈 로트렉이 바라보았던 따뜻한 휴머니즘적 시선, 신체적 장애는 개의치 않고 사회와 교류하며 표현했던 매혹적이고 당당한 화풍, 도발적인 필체로 포스터의 예술성을 한층 끌어올렸던 로트렉의 특별한 시선과 담대함을 얻고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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