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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옥같은 김광석의 노래가 가득한 혜화 뮤지컬

뮤지컬 <바람으로의 여행>

by 이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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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그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전설 같은 가수다. 그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공연 <바람으로의 여행>이 혜화에서 내년 1월 5일까지 열린다. <바람으로의 여행>은 김광석의 주옥같은 노래들을 스토리텔링으로 재구성한 주크박스 창작뮤지컬이다. 소극장 콘서트와 뮤지컬을 결합한 이 작품은 12년째 롱런하고 있다. 특히 공연은 김광석의 고향인 대구에서 시작되어 뮤지컬의 본산인 서울 대학로로 진출하여 누적관객 15만 명을 기록했다. 공연 기간과 관객수만으로도 스터디셀러 뮤지컬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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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 같은 김광석의 조각들로, 어쿠스틱 뮤지컬의 붐을 일으킨 <바람으로의 여행> 공연을 어느 늦은 가을날 관람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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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솔하게 표현된 우리의 이야기

90년대 대학교 캠퍼스, 그 낭만이 있던 대학시절부터 극은 시작한다. 새로운 부원을 뽑고 있던 밴드 동아리에서 혜성처럼 나타난 이풍세. 김광석의 노래를 사랑한 그는 기타와 목소리만으로도 관객을 몰입시키고 감동을 만들어낸다.


퍼스트기타, 베이스, 건반, 퍼커션, 보컬, 서브보컬까지 새로운 신입생들이 모여 6인의 바람밴드가 탄생한다. 그들의 목표는 대학생들의 꿈의 무대인 대학가요제의 무대에 서는 것. 가수의 꿈을 갖고 있는 베이스의 홍영후가 작곡한 곡으로 그들은 예선에 통과하게 된다.


그러나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병세로 돌아가시게 되고, 홍영후는 전업가수의 꿈을 접고 현실에 발을 붙이며 취업을 하게 된다. 사랑을 하던 이풍세가 갑작스럽게 군대에 가고 격동의 시기에 친구를 잃는 등 여러 상황에서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이등병의 편지>, <사랑했지만> 등의 김광석의 노래들이 등장하며 이야기의 깊이를 더하고 관객이 상황에 더욱 푹 빠져들게 한다.


대학시절을 겪었다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캠퍼스에서의 우정, 사랑, 꿈과 현실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리고 신기하리만큼 김광석의 노래는 그 모든 시절의 이야기를 감성적으로 담아낸다.




주옥같은 김광석의 노래들

김광석 노래엔 시대가 지나도 가슴을 저미게 하는 감성을 갖고 있다. 단순하지만 감성을 자극하는 코드, 감성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멜로디, 김광석의 메시지가 담긴 서정적인 가사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어느 세대에게든 공감과 위로가 된다.



사랑했지만 그대를 사랑했지만
그저 이렇게 멀리서 바라볼 뿐 다가설 수 없어
지친 그대곁에 머물고 싶지만 떠날 수 밖에
그대를 사랑했지만

<사랑했지만>, 김광석


이미 끝난 인연의 끝, 사랑했던 이를 떠나보내며 이풍세는 오열한다. 주인공이 가슴 아픈 이별의 끝에 부르는 사랑했지만 노래는 서글프고 애절함이 가득해 함께 가슴이 아파졌다. 김광석의 노래와 그 시절 감성을 그대로 표현한 배우들의 연기는 극 속으로 푹 빠져들게 했다. 누구나 겪었을 이야기들이 가득한 뮤지컬 <바람으로의 여행>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풍경을 진솔하게 담아내어 관객과 진정으로 소통할 줄 아는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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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잃고 연인을 잃었던 이별의 대학시절이 끝나고 시간이 지나 40대의 나이에 다시 김광석의 노래로 만나게 된다. 그리고 앵콜로 <일어나> 노래를 부르며 관객 모두가 일어나 함께 즐길 수 있었다. '다시 한번 해보는 거야'라는 일어나의 가사처럼 어떤 고난과 고통이 있어도 꿋꿋이 잘 살아내고 결국은 다시 음악으로 뭉쳤던 그들처럼 우리에게 다시 일어나면 된다며 힘을 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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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소극장의 딱딱한 의자로 인한 통증 때문에 중후반부 관람에 집중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좋은 공연을 끝까지 좋게 볼 수 있도록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마치 소극장 콘서트 같았던 뮤지컬 <바람으로의 여행>. 김광석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는 공연이었다. 그의 음악과 함께 배우들이 해주는 이야기는 관객에게 삶을 살아가는 힘이 되고 용기를 주었다.


올 추운 겨울 혜화에서 뜨거운 우리의 이야기가 담긴 뮤지컬 <바람으로의 여행>을 관람해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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