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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왔다

#정윤작가님 소설반 글쓰기 숙제 - 5 (장면을 감정으로 나타내기)

by 빛나는

[중요한 시험 결과를 기다리는 학생] 에 대해 장면을 감정으로 나타내기 (1000자 내외)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핸드폰을 켰다. 화면에 뜬 커다란 숫자 07:04 밑으로 작은 글씨가 보였다. 11월 14일 금요일. 시각을 먼저 확인하던 평소와는 달리 오늘은 14라는 숫자에 눈길이 머물렀다. 알람이 울리기 전에 잠에서 깨어난 건 오랜만이었다. 해가 다 뜨지 않았기에 고요한 건 당연한 일인데도, 한동안 핸드폰을 바라봤다. 이내 어두운 화면에 얼굴이 비쳐 흠칫 놀랐다. 뻐근한 왼쪽 어깨를 부여잡고, 살살 목을 돌렸다. 바싹 마른 입을 다시며 부엌으로 나갔다.


정수기 아래에 컵을 가져다 대고 냉수 버튼을 눌렀다. 차가운 물줄기가 하얀 도자기 벽면에 부딪치며 서서히 차올랐다.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다 출수가 끝남을 알리는 소리에 컵을 들었다. 단숨에 안에 담긴 물을 들이켰다. 낮은 신음을 길게 뱉고 한 잔을 또 마셨다. 축축한 혀로 입 안을 몇 번이나 핥았지만, 갈증은 계속되었다. 목마름이 좀처럼 가시질 않는데도 이상하게 소변이 마려웠다. 물 한 컵을 다시 비우고 화장실로 향했다.


변기가 힘차게 내려가는 걸 보니 조금은 정신이 또렷해졌다. 눈앞에 꽂혀 있는 칫솔을 꺼내 치약을 길게 쭉 짰다. 박하향이 코를 강하게 찔렀지만, 그대로 입에 욱여넣고 손을 좌우로 움직였다. 머리카락이 쭈뼛 설 정도로 화한 기운이 목구멍까지 전해졌다. 그 깊숙한 곳에서 말간 침이 솟아올라 입 안을 적셨다. 속에서 풍성한 거품과 만나 입술 밖으로 질질 흘러내릴 때까지 쉴 새 없이 칫솔을 휘저었다. 마치 다른 공간에 있는 듯이 눈동자는 초점을 잃어갔다.

'지금이 몇 시 더라?'

문득 찾아온 생각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휴지통 위 선반에도, 서랍장 아래에도 핸드폰은 보이지 않았다. 돌이켜 보니 화장실에 들고 온 기억이 없었다. 대충 입을 헹구고 밖으로 나왔다. 재빨리 고개를 돌려 부엌을 먼저 살폈다. 싱크대 옆으로 뭉툭한 물건이 눈에 띄었다. 그 순간, 미세한 진동음이 귓가를 울렸다. 음량이 점점 커져 심장을 뒤흔드는 것 같이 느껴졌다. 한걸음에 달려가 옅은 빛을 내는 핸드폰을 움켜잡았다. 화면 속에는 하얀 종이 위아래로 흔들리고 있었다. 아직 7시 10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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