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미래는 기억 속에 (2편)

음습한 매음이 거래되던 유곽의 현관문을 조용히 닫았다.

by 권소희

챙의 장례를 치룬 얼마 후 그녀를 그 지경으로 만들어놓은 그 흑인 놈이 업소에 마침내 나타났다. 챙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덩치가 무지막지하게 큰 놈이었다.

“여기가 어디라고 나타나! 너 때문에 이 아인 자살했어. 살인자 같으니라구!”

커다랗게 인화된 그녀의 사진을 가리키자 그놈은 어깨를 으쓱하며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다시는 우리 업소엔 들리지 않았다. 등을 돌리고 문을 열고나서는 그놈의 뒤통수에 대고 동료들은 박수를 치고 통쾌하게 웃었다.

“니 에미하고나 붙어먹어라! 유아 어 마더 퍽킹! 갓 뎀 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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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뿐이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항변의 전부는 욕이었다. 그러나 욕설마저도 나중에는 후회할 충동에 불과했다. 그 사진 때문인지, 챙이 얻어맞아 죽었다는 소문 때문인지 딴 놈도 찾아오질 않았다. 손님이 끊어지자 동료들이 나에게 눈총을 보냈다.

“니, 그 끔찍한 사진 좀 이젠 뗄 수 없니?”

끔찍하다니? 언제는 속이 후련하다고 좋아 죽더니만 이제 와서는 끔찍하다니. 의리도 한계가 있는 건지 몸뚱이로 먹고 사는 그들에게 인정은 사치스런 허영이었다. 나는 그들의 요구대로 사진을 떼 내어 방안에 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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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맞은편에 걸려있는 챙은 어떨 때는 비탄에 잠긴 표정을 지어보이기도 했고 어떨 땐 묘하게도 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사진은 악운을 물리치는 주술이라도 부리는 건지 손님이 내 방에 들어왔다가 그 사진을 보고는 기겁을 하고 나갔다. 아무도 내 방엔 찾아오지 않았다. 돈과 자존심과 삶이라는 삼각구도가 묘한 갈등을 일으켰다. 손님을 안 받아서 좋긴 했지만 당장 돈벌이가 떨어지니 조바심이 났다. 생활을 하려면 돈이 필요했고 돈을 벌려면 자존심을 버려야했다. 이미 자존심을 지키기엔 너무나 많은 것들이 무너졌지만. 어느 한 쪽이 채워지기도 전에 전부 포기해야했던 처지에 놓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운명의 전환점은 우연처럼 찾아온다는 삼류가수의 노래가사처럼 내게 다가왔다. 할 일없이 아침을 맞이했던 나는 응접실 깊숙이 비친 햇살에 의지해서 손님이 두고 간 일간지를 뒤적거리게 되었다. 그리고 한 줄의 신문광고가 내 눈에 띄었다.


‘국제사진경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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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우연은 정말로 기적처럼 내 인생을 바꾸어놓았다.

챙의 얻어맞은 얼굴을 찍은 사진은 유명 잡지의 표지를 장식하게 되었다. 그리고 기자들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퓰리처 상에 특별부문에 수상을 하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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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수상을 기대하진 않았다. 내 주제에 수상이라니 가당치 않았다. 다만 챙의 죽음을 세상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이렇게 사는 인생도 있다는 것을 세상에게 폭로하고 싶었다. 설사 우리 스스로 택한 직업이라 할지라도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폭행을 당하고 결국은 세상을 등져야했던 가녀린 여자의 존재를 세상에 알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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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들아, 너희들이 외면하고 있는 세상 한 구석에는 이렇게 살아가는 삶도 있어. 너희들은 우리가 쓰레기라고 여기겠지만 우리에게도 인간답게 살아갈 엄연한 인격이 있단 말이야. 어때, 이 사진을 보니까 좀 양심에 걸리지?’

죽음으로 자신을 항변했던 챙의 얻어맞은 얼굴덕분에나는 명성을 얻게 되었다. 난생처음 거금을 만졌다.

그리고 떠날 수 있었다.

나는 음습한 매음이 거래되던 유곽의 현관문을 조용히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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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독박골 산1번지 제3화 어떤 표정 편이 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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