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휘어진 십자가

천막은 순식간에 불이 붙었다

by 권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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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후다닥 눈을 떴다. 꿈을 꾸었다. 정말 꿈이라고 믿고 싶었다. 간밤에 일어났던 일들이 현실이 아니고 흉한 꿈이었다고. 눈을 떴어도 여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로 혼란스러웠다. 푸석푸석 눈은 부었고 온몸은 뭔가에 흡씬 얻어맞은 듯 하다.엉망이 되었던 간밤의 일들이 생각이 났다. 아버진 방안에 없었다.


‘어디 가셨지?’


묵직한 몸을 일으켜 수돗가로 갔다. 기온이 훌쩍 내려가 공기가 싸늘했다. 먹먹한 가슴 안으로 차가운 하늘이 내려앉았다. 물통에 받아 놓은 물에 살얼음이 생겼다. 바가지로 톡톡 살얼음을 부서뜨렸다. 서걱거리며 부서지는 살얼음 사이로 말간 물이 솟아올랐다. 눈물이 핑 돌았다. 울지 말아야지. 찬물에 아린 손으로 새어나오는 눈물을 꾹꾹 눌러 닦았다. 라일락 나무 아래에 못 보던 플라스틱 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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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뭐지?’


통 안에 하나 가득 액체가 채워져 있었다. 뚜껑을 열고 냄새를 맡아보니 석유냄새가 났다.


'난로를 새로 들여놓으려나?'


슈퍼마켓에 가서 외상으로 콩나물과 두부를 사왔다. 썰렁한 부엌에 들어서자 가슴에서 휑한 바람소리가 났다. 콩나물을 씻어 국을 끓였다. 두부조림도 만들었다. 두부조림은 아버지가 좋아하는 반찬이다. 엄마가 만들어놓은 가지나물무침과 김치, 그리고 계란부침을 밥상에 올려놓은 다음 상보자기를 덮어놓고 집을 나섰다. 화난 아버지의 마음이 누그러졌으면. 엄마가 집에 돌아오면 차려진 밥상으로 위로를 받았으면.

터덜터덜. 천막교회로 향했다. 신발이 터덕거렸다. 나무에서 뻗어 나온 앙상한 마른 잔가지는 하늘을 찌를 것처럼 얇고 뾰족했다. 새들조차 추위에 숨어버렸는지 텅 빈 하늘은 너무 넓어서 새 꼬리를 닮은 구름은 쓸쓸해보였다.


“미래야! 어디 가니?”


탱글탱글한 귤이 담긴 궤짝을 가게 밖으로 내놓던 슈퍼마켓 아저씨가 나를 보고 아는 체를 했다. 나도 아저씨를 향해 웃음을 지었는데 그만 눈가에 맺혔던 물기가 방울이 되어 뺨에 떨어졌다. 의아한 표정을 짓던 아저씨가 내게 말을 건넬까봐 나는 고개를 숙이고 재빨리 뛰었다. 창피했고 서러웠다. 사라진 개천 옆을 바람과 내가 지나갔다. 바람을 가르는 가슴은 갈가리 사방으로 흩어졌다. 뛰면서 나는 생각했다. 독박골을 떠나고 싶다는.

아이들도 벌써 공터에 모여 햇볕을 쬐고 있었다. 나는 아이들을 향해 일부러 미소를 지었다. 아무도 내 심정이 어쩐지 눈치 채지 못했다. 아이들과 함께 우르르 햇살이 차단된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빛이 차단된 천막 안은 고목나무에 난 구멍처럼 어두웠다. 전등을 켜고 차가움에 익숙해지기 위해 각자 자기 손을 비볐다.


으, 춥다.


아이들의 입에서는 뽀얀 수증기가 나왔다. 도로 밖으로 나갔지만 식어버린 체온은 햇빛아래에 있어도 덜덜 떨렸다. 천막 안과 밖을 들락거리다가 마음을 잡고 우선 배경으로 쓸 무대부터 만들기로 했다. 바닥에 종이를 펼쳐서 말이 먹고 자는 마구간을 그렸다. 색칠하기를 좋아하는 나였지만 팔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았다. 옆에서 같이 그림을 그리던 찬우도 힘이 드는지 ‘에휴, 에휴’ 엄살을 피웠다. 그림을 그리기 싫은 핑계로 문방구에 가는 심부름은 찬우가 나섰다. 학교 앞에 있는 문방구까지 거리는 만만치 않았다. 찬우는 두 번이나 뛰어갔다 왔는데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이마엔 땀방울도 맺히지 않았다.


나는 찬우더러 팔을 벌리라고 하고 크기를 어림잡아 창호지를 이어 붙였다. 희옥이가 이불호청에 구멍을 내어 무대 복을 만들었던 것처럼 나는 창호지로 요셉의 옷을 만들었다. 박음질로 꼼꼼하게 종이들을 연결해 옆 솔기와 어깨솔기를 꿰맸다. 그리고 종이옷을 손으로 조심스레 종이를 구겼다. 창호지를 구기자 뻣뻣한 종이는 광목보다 더 보드라워졌다. 찬우에게 입혀보았더니 얼추 맞았다. 그리고 밧줄로 허리춤을 묶었다. 영락없는 이스라엘 사람 복장이다.


“이거 찢어지니까 조심해서 입어야 해.”

“햐, 너 진짜 솜씨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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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에서는 아이들이 조막손을 움직이며 색칠을 한 커다란 종이를 천막에 붙이고 있었다. 의자를 이용하고 빗자루 대를 높이 처 들었다. 흔들거리는 천막에 붙여놓은 종이는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았다. 셀로판테이프가 종이의 무게를 이겨낼지 염려되었다. 그래도 천막 벽에 그림을 붙여놓고 감상하니 제법 마구간 같았다. 그럴듯한 배경이 만들어졌다. 연극 시작하기 전에 사람들이 미리 보게 되면 시시해지니까 색칠한 그림 위에 종이를 한 장 씩 더 덧붙여 그림을 가렸다.

배가 고팠다. 오늘 같은 날은 자장면이라도 시켜주면 좋겠는데. 온갖 기대를 품어보지만 목사님은 아직 천막교회에 오지 않았다. 나는 배가 고프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괜히 신경질이 났다. 우리는 ‘목사님이 돈이 없는 모양이라’며 쑤군거렸다. 서운함도 들었다. 우리가 이 고생을 하는데 점심도 챙겨주질 않지?


“집에 갔다 올까?”

“그래, 가서 밥 먹고 오자.”


말은 그렇게 했어도 다들 뭔가를 기다리며 머뭇거렸다. 오후 4시가 다 되어서야 목사님은 라면을 끓인 냄비를 들고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라면에 반찬은 김치뿐이지만 배가 워낙 고팠던 터라 국물까지 말끔하게 비웠다. 한 젓가락이라도 더 먹으려고 모두들 재빨리 후루룩 면발을 삼켰다. 라면이니 밥이니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배를 채우고 나면 마음이 넉넉해진다. 희생때문에 손해 본다는 생각이 사라졌다. 라면 먹기 전까지 머릿속에 가득했던 불평이 단번에 쏙 들어갔다. 배가 부르니 몸이 늘어졌다. 식사를 마친 자리를 치워야 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누군가 하겠지. 그 누군가는 찬우였다. 찬우는 냄비에 수저를 집어넣고 지저분해진 신문지를 돌돌 말았다. 한 사람이 움직이자 그제야 모두들 찬우를 돕는 시늉을 했다.


“여, 이거 식사중이신가요?”

“다, 당신은.”


당황하는 목사님, 거들먹거리는 카메라 아저씨. 우린 누가 불리한 입장인지 단박에 눈치를 챌 수가 있었다.


“여기 있으면 내가 못 찾을 줄 알았소?”

“잠, 잠깐 밖으로 나갑시다.”


우리는 기웃기웃 천막을 살짝 벌리고 밖을 내다봤다. 공터 저 편에서 목사님은 벌겋게 된 얼굴로 뭔가를 설명하는 두 팔을 올렸다 내렸다. 카메라 아저씨는 팔짱을 끼고 듣고 있었다. 목사님은 왜 저렇게 쩔쩔 맬까? 카메라 아저씨가 몸을 돌리자 목사님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 카메라 아저씨는 그 손을 뿌리쳤다. 그러자 다시 목사님이 팔을 양손으로 붙잡고 못 가게 했다. 카메라 아저씨는 몇 발자국 앞으로 내딛었고 목사님은 그 뒤를 좇았다.


“저 사람 나쁜 아저씨인가 봐.”


아이들은 카메라 아저씨가 나쁜 사람일거라고 쑤군댔다.


“그야 알 수 없지.”

“그럼, 넌 목사님이 나쁜 사람이라는 말이니?”

“알 수 없다고만 했을 뿐이야.”

“분명, 저 카메라 아저씨가 나쁜 사람일거야.”

“…….”


두 사람이 천막 가까이로 다가오자 목사님의 말소리가 분명하게 들렸다.


“나도 마음을 고쳐먹고 있으니 날 좀 그만 내버려둬요.”

“그 말을 나더러 믿으라는 말이요? 또 지금 무슨 사기를 치려고 연극 따위를 하는 거요?”

“사기라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알았소. 내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오.”


천막 안으로 들어온 목사님의 인상은 평소와는 달랐다. 양 미간에 두꺼운 주름이 잡혔고 늘 미소를 짓던 입매는 일자였다. 너무도 무서운 인상에 우리는 모두 한 곳으로 슬금슬금 모였다. 게다가 목사님이 갑자기 우리를 향해 큰소리로 버럭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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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너희들, 연습 안 하고 있는 거야!”


흠칫. 우린 깜짝 놀랐다. 목사님도 독박골 어른들처럼 화를 냈다. 누구나 화를 낼 수는 있겠지만 목사님도 다른 어른들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 놀라웠고 당황스러웠다. 놀란 우리는 말없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목사님은 의자에 앉아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눈을 감았다. 우리는 조용히 천막 밖으로 나왔다.


“너희들 연습하고 있어. 나 할머니 모셔올게.”

“찬우야! 빨랑 와. 옷 갈아입어야 하니까.”

“…….”


모두 입을 다물었다. 아무도 연습을 하자고 나서지 않았고 분장을 하자고 재촉하는 아이도 없었다. 다들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발끝으로 땅바닥에 뭔가를 썼다. 시무룩한 시간이 흐르고 가라앉은 기분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연극을 보러 일찍 친구들이 공터에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의욕은 점점 더 가라앉았을 것이다. 기웃기웃 계곡 쪽을 바라보며 찬우를 기다렸다.


“얘는 왜 이렇게 빨리 안와? 대사도 한 번 더 맞춰봐야 하는데…….”


공연이 거의 시작할 즈음에 찬우가 공터에 들어섰다.


“야, 너 이제 오면 어떻게 해?”

“미안해. 할머니가 걸음이 워낙 느려서 말이야.”


우리는 힐끔 목사님이 계신 책상 쪽을 바라보며 천막 안으로 들어섰다. 의자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고 있는 목사님은 우리가 들어오는 기척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무대 위에 서서 연습을 시작했다. 찬우는 벌써부터 흥분 했는지 자꾸 대사를 까먹었다.


“너 때문에 오늘 연극 다 망치는 거 아냐?”

“그럴 리가. 안 틀리도록 정신 차릴게.”

“너 지금 얼굴이 잔뜩 얼어 있어.”

“야, 근데 사람들 벌써부터 들어오기 시작하네.”

“그래서 난 지금부터 떨려.”

“벌써 떨면 어떻게 해.”

“분장도 해야 되니까 정신 차려.”


연습은 포기하고 서둘러 모두들 무대 복으로 갈아입었다. 나는 배에 방석을 두르고 끈으로 묶었다. 찬우가 뒤에서 끈을 묶도록 도와주었다. 그 위에 천을 두르니 꼭 임신한 여자 같았다. 엄마가 쓰던 긴 머플러는 머리위에 덮었다. 찬우는 수염을 길게 만들어 달았다. 그렇게 하니까 제법 요셉 같았다. 머리에 세로 줄 무늬 수건을 쓰고 노끈으로 꽈서 만든 머리띠를 둘렀다.


“이 머리두건이 자꾸 벗겨져.”

“그러니까 단단하게 묶어야지.”


찬우는 내가 만든 종이옷을 몸에 걸쳤다. 종이이긴 하지만 그래도 병찬이가 입은 옷이랑 별반 다르지 않았다. 찬우가 입은 종이옷도 멀리서보면 광목천처럼 보였다. 찬우와 나는 영락없는 아기예수의 엄마아빠가 되었다.


“빈 방 있습니까.”


찬우가 굵은 목소리를 냈다.


“방이 없습니다.”


나도 음성을 밑으로 깔며 남자 목소리를 흉내 내었다. 낄낄. 나귀 역을 맡은 동철이는 말 가면을 만들어 얼굴에 뒤집어썼다. 나귀는 대사가 없어도 되니까 제일 나이 어린 동철이를 시켰다. 그래도 제일 눈에 띄는 건 천사 분장을 한 희옥이였다. 실은 천사 역도 욕심이 났다. 하지만 주인공은 마리아니까 나는 희옥이에게 예쁘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몰려온 동네 아이들은 벌써 맨 앞줄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낯익은 학교친구들 얼굴도 보였다.


“야, 니네들 근사하다.”

“멋있지?”


우리도 무대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찬우는 출입구 쪽에 앉았고 나는 그 옆에 앉았다. 천막 안은 사람들로 꽉 차서 난로가 없어도 후끈거렸다.


“미래야, 나 오줌 좀 누고 올게.”

“너, 진짜 긴장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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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터에 화장실은 없었다. 그냥 공터 한 쪽 구석에서 쭈그리고 볼 일을 보면 되었다. 찬우가 소변이 마렵다고 하니까 나도 오줌을 누고 싶었다. 하지만 예배가 곧 시작했기 때문에 난 움직이지 않았다. 목사님은 양복차림은 다른 날과는 달리 더 엄숙해보이고 말쑥해 보였다. 하지만 목사님의 얼굴 표정은 여전히 화가 난 듯 굳어있었다.

찬우가 수염을 손으로 붙잡으며 천막을 제치고 들어왔다.


“빨리 와. 지금 예배 시작했어.”

“미래야. 저 말야.”

“응?”

“밖에…….”

“빨리 말해.”

“니네 아버지가 와 있는 것 같아.”

“뭐라구?”

“그리고 니네 아버지가 천막 주변에다 뭘 뿌리고 있는 것 같아.”

“뭐라고? 잘 안 들려.”


귀에다 소곤거리는 녀석의 목소리는 모기소리만 하게 작았다. 하지만 분명히 ‘아버지’란 말은 정확히 들렸다. 아버지가? 왜? 어쩌면 아버지가 나를 찾아왔는지도 모른다. 정말 아버지가 왔다면 나도 아마 엄마처럼 매를 맞을 지도 몰라. 아버지 눈에 띄지 않게 숨어야 할 것이다. 가슴이 마구 뛰었다. 숨을 곳을 찾아야 했지만 이 설교가 끝나고 나면 곧 연극의 막이 오를 텐데. 설마하니 이렇게 사람이 많은 데서 나한테 뭘 어쩌겠어.


“…….”


그래도 신경이 쓰였다. 나는 아버지가 천막을 걷고 들어올까 봐 자꾸 출입구 쪽을 돌아보았다.

찬송가를 부른 다음 목사님의 기도가 시작되었다.


“사랑하는 하나님, 오늘 우리가 우리의 죄를 위해 이 세상에 오신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고자 합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우리에게 많은 은혜를…….”

“야잇, 개새끼야 다 집어 치워!”


우리는 느닷없는 고함소리에 눈을 떴다. 아버지였다. 찬우가 보았다던 아버지는 나를 찾으러 오지는 않았지만 분명 아버지였다. 사람들은 웅성 거렸다. 하지만 아무도 아버지를 말리지 못했다. 아버지는 워낙 빠른 속도로 사람들을 헤치고 목사님 앞으로 다가갔기에 모두들 입만 벌린 채 바라만 봤다. 목사님은 강대상을 양 팔로 잡은 상태로 고개를 아버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 새끼, 남의 여편네를 건드려? 지옥에나 가라.”

“으악!”


빠른 속도로 아버지는 팔을 휘둘렀고 그 손은 뭔가를 단단히 쥐고 있었다. 그 물건이 무엇인가 알아차리는 데는 시간이 다소 흘렀다.


칼.


얼굴을 감싸 쥔 손가락 사이로 피가 뚝뚝 떨어져 흘렀을 때야 그것이 피였음을 알았다. 비틀거리며 밖으로 튀어나가는 목사님을 보며 사람들도 웅성거리며 우수수 일어났다. 그리고 모두 입구 쪽으로 몰려갔다. 너도 나도 빠져나가려고 아우성을 치느라 천막 기둥이 흔들렸다. 기둥이 무너지려는 데 아버지는 품안에서 뭔가를 꺼내 켰다. 그건 라이터였다.


“이따위 허무맹랑한 것들은 모두 없애야 해!”


아버지는 불이 붙은 라이터를 천막에 갖다 댔다. 불길은 순식간에 무대에 붙여놓은 종이를 삼켰다. 푸르르 종이에 불이 붙자 천막은 갑자기 환해졌다. 천막은 순식간에 불이 붙었고 버팀돌이 되었던 기둥은 사람들 위로 쓰러졌다. 기둥이 쓰러지자 천막은 사람들을 덮었다. 천막지붕 아래 깔린 사람들은 괴성을 질렀고 아이들은 소리 내어 울었다. 연극을 보기 위해 참석한 어린애들과 나이든 어른들은 엉키고 밟혔다. 나는 누군가의 몸집 아래 깔리고 말았다.


- 다음은 장편소설 독박골 산14번지 "제17화 사라진 도시" 편이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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