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라는 이름으로 착취당하는 세상을 이기는 힘
겨우 일주일 다니던 일자리를 그만두겠다며 열쇠를 되돌려주던 월요일 아침, 샤이니의 종현이 자살을 했다는 인터넷 기사가 연일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그동안 힘들었다’는 문자가 안타깝다. 10년 째 가수로 활동했다던 그에게 남은 것은 ‘인기’가 아닌 스스로에 대한 포기였다니. 샤이니라는 그룹이 있었다는 것도, 그가 실력을 인정받던 아이돌 가수라는 것도 그날 처음 알았다.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나라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험한 선택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 않은가.
가장 자본주의에 적합한 직업을 들라면 아마도 연예인이 아닐까싶다. 한번 떴다 하면 거둬들이는 수익이 월급쟁이의 몇 배일 테니. 게다가 성형을 했든 안 했든 현란한 외모는 일반인과 확실한 차별을 둔다. 그런데 사람들이 열광하는 그에게 드리웠던 검은 휘장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어쩌면 보았을지 모른다. 꿈이라고 믿었던 휘장 뒤에 놓여있던 것은 꿈이 아니었음을.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늦은 시각 한인 타운의 마켓에 들렀다. 무엇을 샀는지는 기억은 나지는 않는데 아마도 급하게 살 게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야심한 밤에 허겁지겁 마켓을 가지 않았을 테니.
밤공기는 쌀쌀했다. 쇼핑 후 커피를 마시기 위해 마켓 옆에 붙어있는 커피숍에 들렀다. 커피숍도 곧 문을 닫을 모양인지 커피 한 잔 주문하기에도 눈치가 보였다. 의자에 앉아있던 여자에게 눈길이 갔던 것도 그래서였다.
30대로 보이는 여자는 가방핸들을 길게 빼서 머리를 기대고 잠을 자고 있었다. 말쑥해보여서 여행객이라고 여겼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행색이었다. 커피 잔을 손에 들고 주차장으로 향하면서도 곧 매장에서 쫓겨날 여자의 어둔 밤이 걱정이 됐다.
멀고 먼 나라 미국까지 와서 노숙자가 되었다면 참으로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어떤 기구한 사연이 있는지 모르지만 밤 10시가 넘은 그 시각에 가방 하나 달랑 들고 마감을 앞둔 매장에서 잠을 청하고 있던 젊은 여자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밟힌다. 그녀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건너왔을 텐데.
누군가 나더러 방송극을 써보라고 조언했다. 소설 쓴다고 땜질 하듯 일자리를 전전하는 내 모습이 보기에 딱했던 모양이다. 방송드라마가 히트를 치면 돈을 엄청 많이 번다는 그의 말도 일리는 있다. 이민사를 다룬 소설에 누가 흥미를 갖겠냐는 그의 말에도 공감 한다. 다 맞는 얘기다. 돈벌이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성공의 기술을 조목조목 가르치는 세심한 세상인데도 불안하다. 취직을 위해 성형도 불사하는 젊은이에게, 인생의 이모작을 위해 학원을 기웃거리는 장년층에게 꿈을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을 할까.
잘 생기고 뭣하나 빠질 게 없는 아이돌 가수가 등지는 세상에는 꿈이라는 이름으로 착취당하는 젊음과 갈 곳 없는 노동자의 슬픈 저녁들이 놓여있었다. 나이가 들어 보인다고, 머리에 핀을 꽂고 일하라는 핀잔에 나는 과감히 열쇠를 건네고는 손을 탁탁 털었다.
'내가 꾸는 꿈은 시간당 최저임금이 아니라 고래가 꾸는 푸른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