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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소희 Mar 20. 2018

자원의 분배 방식을 바꾸기

젠더 관점의 투자 결정 프로세스 만들기

sopoong에서 마지막으로 고민한 일은 내게 가장 익숙했던 일, 투자 결정 프로세스를 재정비하는 일이었다. 나는 지난 2년 동안 동료들과 함께, 액셀러레이팅과 후속관리 총괄이라는 직함을 달고 프로세스 설계과 운영 사이사이를 쉴 틈 없이 보수했다. 박혜민 심사역, 곤 PR 매니저와 이 일을 갈무리하면서 리포트에 담진 못했지만 써 내려갔던 글의 일부를 공개한다.




창업은 하나의 세계를 만들고 내보이는 일이다. 여러 사람이 힘을 합치고 조력자를 찾아도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 그러나 창업계의 비극은 하나의 세계를 만들고 지키는 일이 가진 어려움에서 오지 않는다. 어떤 사람에게는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이유로, 타고난 성별 때문에, 사회적으로 형성된 편견 때문에 더 어려운 일이 되어버린다는 데 있다. 안타깝게도 세계를 만들고 지킬 수 있는 확률은 성별에 따라 제한된다.


한국의 여성 창업가는 37%이고 이중 생계형이나 개인 사업자를 제외하면 비율은 8.5%로 떨어진다. 여성 창업가의 투자유치율은 11%이고 금액 면에서는 전체 투자금액의 4%에 불과하다. 심사역은 중 여성은 7%이고, 파트너급은 이마저도 못 된다. 하지만 수적인 열세를 성향 차이나 개인 선택에 따른 현상에서 기인한다고 보는 것은 의도적인 오독이다.


2017년 하반기 투자 심의까지 모두 마치고 나서야, 우리는 스스로를 의심하고 환경에 대해 인지할 수 있었다. 우리의 투자 결정 프로세스가 젠더 편견을 강화하는 것은 아닐까, 완화하는 장치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계속된 논의 끝에 투자 결정 프로세스 각 단계마다 장치를 추가하고 젠더편향적인 발언과 판단을 감시하는 관찰자를 투입할 수 있었다. 리포트는 sopoong의 프레임에 맞춰 투자 결정이라는 협소한 주제를 다루나, 우리가 설계 의도를 밝히며 사고의 전 과정을 공개한 이유는 젠더 관점의 투자를 도입하려는 누구든 우리가 앞으로 나간 만큼 앞선 출발선에서 시작하길 바랬기 때문이다.


2018년 상반기 투자 심의를 앞둔 지금, 우리의 입장은 분명하다. 자원 분배 방식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젠더 평등은 공허한 비전일 뿐이다. 지금까지 젠더 몰 인지적으로 집행된 투자는 이런 통계로 요약된다. "벤처 투자금의 95%는 남성 창업가의 회사에 투자되며 여성 창업가는 평균적으로 펀딩을 덜 받는다."


임팩트 투자자는 자본의 수익률과 자본의 역할을 동시에 고려한다. 그리고 임팩트 투자는 자본을 투입할 문제의 범주를 선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임팩트 투자를 하겠다는 말은 "이 자본으로 어떤 가치를 지지하는가?", "어떤 사회를 만들려고 하는가?"라는 물음의 다른 말이다. 임팩트 투자를 하겠다는 주체가 많아진 요즘, 이른 희망을 갖는다.


"2018년, 자본은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라고 묻는다면, 답변에는 당연히 '젠더 평등'이 포함되어야 하지 않을까.




선도적인 임팩트 투자사이자 대한민국 최초 소셜벤처 액셀러레이터 sopoong의 일원으로서, 투자 업계의 여성 심사역으로서 내가 속한 조직의 투자 결정 프로세스를 젠더 관점으로 설계하는 일은 스스로를 고무시키는 프로젝트인 동시에 의무이기도 했다.


처음 젠더 관점에서 우리의 자원 배분 방식을 돌아봐야 한다는 문제 제기는 같이 일하던 혜민님이 건네주셨다. 그리고 섬세한 관찰자 영곤님 덕분에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기꺼이 실험을 할 수 있도록 전권을 준 sopoong의 대표 한상엽님과 응원하고 지지해준 동료들에게 감사한다.


*리포트 전문​은 클릭하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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