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로 숲속에 살아보기: 콜로라도의 한 작은 산장에서 지내는 며칠
한때 해외여행이란 마치 내 인생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그 믿음과는 정 반대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신기하게도 말이다. 여행이라는 화제 자체가 대화에서 스트레스인 지경이었을 정도다. 내게는 너무나 미지의 세계이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설레는 주제였는데 말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어쩌다 보니 유럽으로 유학을 가게 되면서, 또 어쩔 수 없는 타의에 의해 여행을 떠나게 되면서 에어비앤비와의 연이 시작됐다. 지금 이 글은 미리 말하지만 정보성은 아니다. 다만 나의 독특한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아버린 이 플랫폼에 대한 감사함을 담은 회고록 정도일 것이다.
현재 이 글을 쓰고 있는 장소도 에어비앤비 숙소이다. 콜로라도의 파이크스 피크(Pikes Peak)의 만년설이 보이는 산장과 같은 목조주택에서 머무르고 있다. 바로 이곳에 머무르면서 이 글을 써야겠다고 영감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2015년 9월을 시작으로 내 인생을 변하게 해준 에어비앤비가 나를 여기까지 오게 했구나 싶어서다.
실은 이 콜로라도 스프링스(Colorado Springs)라는 도시에서 우드랜드 파크(Woodland Park)라는 작은 타운은 현지인들조차 인적이 드물다고 하는 곳인데 나는 이곳에 있는 한 학교에 관심을 갖게 돼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 하지만 이 학교에서 개최하는 여름 컨퍼런스에 쏠리는 관심만큼 미국과 세계 전역에서 이 기간에 우드랜드 파크로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호텔을 예약하기란 쉽지 않았다. 늘 잘 정돈된 도시 위주로 여행하던 내게, 게다가 운전도 할 줄 몰라 차도 없이 이동해야 하는 나에게 이 지역에서의 여행은 계획 초기부터 큰 난관이었다.
숙소도 마땅치 않고 우버(Uber)나 리프트(Lyft) 같은 택시 서비스도 턱없이 부족한 우드랜드 파크에서 어떻게 6일간 머물러야 할 것인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일정을 아예 포기할까도 생각했었다. 재학생 커뮤니티에도 접촉 시도를 해봤다. 재학생들이 방학 기간 동안 숙소를 비울 시기여서 그 기간 동안 짧게 렌트를 하는 방들을 구할 수도 있지 않을까 했던 것이다. 하지만 여느 학교와 달리 조금은 폐쇄적인 분위기여서 나 같은 방문객들에게는 전혀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결국 에어비앤비만이 내게 희망이었다. 여러 날을 들락거리며 열심히 들여다본 결과 현재의 숙소를 찾을 수 있었다. 사실 내가 생각한 예산에서는 초과된 곳이어서 처음에는 거들떠보지 않았지만 타협하기로 했다. 이번 컨퍼런스에 꼭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덴버 국제공항에서 밴을 타고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도착한 뒤 또 우버를 타고 25분 정도 달려서 도착한 이 집은 곰과 코요테, 보브캣 등이 간혹 출몰한다는 숲속에 위치해 있었다. 말 그대로 산장과도 같은 곳이었다. 물론 어느 정도 집들이 있어서 사람들이 사는 마을(village)의 형태를 띄고는 있지만 빽빽한 나무들과 콜로라도의 붉은 흙들이 시야에 가득한 거대한 자연 속 한 가운데에 위치해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어제는 택시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에 사슴들이 길에 나타났다. 이에 마을택시 기사는 "Oh DEEEEER! Not dear"라는 아재개그를 날렸고 이에 나와 동승한 뉴욕에서 왔다는 한 흑인 청년은 "OMG! I've never seen them on the road! Can't believe it!" 하며 호들갑을 떨어댔다.
같은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온 다른 동승객들은 조금 더 다운타운 쪽에 머물고 있어서 이처럼 숲속에 오기란 흔치 않은 기회였을 것이다. 택시 기사 역시 다운타운 쪽에 살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산골'로는 잘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다. 극동의 한 나라에서 온 나 하나 때문에 미국인 셋이 깊은 숲속으로까지 들어온 것이다.
어쩌다 이런 경험을 하러 이 지역을 찾는 사람들은 대개 캠핑이나 하이킹 등을 하러 온다. 그러다 곰 서식지에도 가보는 모험을 즐기는 듯하다. 너무나 도시에 익숙해져버린 나 같은 사람에게는 인생에서 이만한 경험을 또 해볼 수 있을까 할 정도로 특별한 곳인 것은 분명하다.
호스트는 러시아 출신의 남성과 미국 미주리 출신의 여성의 커플인데 마치 곰 같아 보이는 검은색의 자이언트 슈나우저와 통통한 고양이 두 마리도 키운다. 두 사람 모두 매우 상냥하고 집도 아름답다. 그래서 슈퍼호스트인 듯하다. 또 집에는 없을 게 없는데 장소만 숲속에 있다는 게 그저 놀라울 뿐이다. 해발고도 2.58km에 위치해 있어 고산병의 위험도 있지만 그림 같은 산들을 보고 있노라면 빡빡한 도시에서의 근심을 다 잊을 수 있다.
이번 컨퍼런스의 주제처럼 내게 이곳에 온 것은 그저 100% 모험(adventure)에 가깝다. 그래서 특별하다. 에어비앤비가 아니었으면 어마어마한 호텔 가격도 큰 장벽이었겠지만 애저녁에 호텔에 공실이 없어서 여기에 올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또 그동안 30건에 육박하는 에어비앤비 이용 경험을 통해 쌓인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세상에 대한 모험에 대해서 열린 마음으로 임할 수 있었다. 나를 스스로가 진정한 여행가가 될 수 있도록 해준 이 플랫폼 서비스에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