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 앉아 바다를 액자 삼고 파도소리를 노래 삼아 우리 둘로 꽉 찼던 세상을 잊을 수는 없겠죠.
살다 보면 문득 그때의 온도와 공기의 냄새까지도 기억나게 하는 순간들이 있다. 예를 들면 가을이 지나고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 새벽에 서리가 앉아 축축한 기운이 도는 날이었다는 것 까지도 말이다. 머릿속에는 필름을 돌리고 눈은 마치 영사기로 찍어내는 듯 그 장면이 영화의 명장면처럼 마음속에 남겨진 것이다.
처음이라 더 특별했을 수도 있고, 온 마음을 다 바쳤기 때문일 수도 있고, 정말로 너무나 큰 행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세상 일이 다 그렇다.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닐 수 있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큰 일이고 행운이기도 하다. 얼마나 특별하게 생각하는지는 마음의 차이이다.
별것 아닌 일에도 감사하고 기뻐할 줄 아는 것이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모른다. 내 가족이 건강한 것도, 매 끼니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여유가 있는 것도, 추운 날 비와 바람을 막아줄 집이 있다는 것도 큰 행운이다. 너무나 당연한 것 같지만 이 당연한 것 마저도 누리지 못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다.
이렇듯 나의 생활에 만족하고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아는 것은 나의 삶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오래된 아파트에 살면서 20년째 바꾸지 않은 가구들에 명품백 하나 없이 살지만 만족하며 사는 사람과, 10억이 있어도 더 많이 가진 사람과 비교하며 맨날 돈 없다고 하는 사람 중 누가 더 행복할까? 나는 망설임 없이 전자라고 생각한다.
나의 삶은 내가 기준이 되어야 하고 내가 불편하지 않고 내가 부끄럽지 않은 것이 중요한 것이다.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까지 신경쓰며 살기에는 그것보다 소중한 것이 너무나 많다. 누군가는 돈 때문에 사람을 버리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100억을 줘도 바꿀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 문득 옛일을 돌아봤을 때 호화로운 집에 이사 갔던 날이 생각날까, 한겨울 추위에 떨면서도 열렬히 사랑하던 이와 함께했던 순간이 생각날까?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겨준 것도, 영화 같은 순간을 남겨준 것도 돈이 아니라 사람이었고 관계였다.
어떻게 보면 살아가는데 최소한의 행복을 누리기 위한 필수 요소는 돈일지도 모른다. 당장 먹고 살 걱정을 하느라 사랑을 할 여유조차도 없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전적인 여유가 따른다고 사람의 마음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나는 살아가는 데 있어 필수 요소는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고 지켜야 할 존재가 생기는 것만큼 용감해질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사랑하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도 바칠 수 있는 것. 그리고 단 한 달조차 마음껏 쉬지 못하면서 가정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 타인에게는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사랑하는 존재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관계이고 사랑이다.
나는 이 소중한 관계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더 건강하게 사랑하는 방법을 생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