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치과위생사이다. 치과위생사는 대부분 여자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 흔히 태움이라고 하는 것이 심한 편이다. 나 역시 태움을 피해갈 순 없었고, 나는 첫 직장에서 3년차가 되었을 때 우울증을 앓게된다.
첫 직장에 들어가기 전에 잠시 일했던 치과가 있었다.
그 치과에서는 점심시간마다 밥이랑 반찬을 배달해서 먹는 시스템이었다. 점심시간에 밥을 먹는데 밥을 조금 느리게 먹는다는 이유로 자신들이 밥을 다 먹자 반찬을 다 치워버렸다. 그리고 하루에 1개씩 오는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자기네들 먹고 남은 잔반을 넣고 묶어 쓰레기통에 버렸다. 나는 밥을 다 먹고 내 남은 잔반을 버리기 위해 쓰레기통에서 다시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꺼내서 버려야 했다. 그리고 다른 직원들의 식기구까지 내가 다 씻어야 했다.
또한, 남의 화장품을 누군가가 몰래 쓰고 일부러 더럽혀놔서 내가 누명을 썼던 일도 있었다. 그날 나와 화장품 주인이었던 5년 차 선생님을 제외하면 실장님 밖에는 없었는데 말이다.
학생 때 치과 알바를 했을 때는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아네"라는 칭찬도 듣고, 새로 온 선생님이 있으면 고작 학생 알바인 내가 어시 하는 것을 보여주며 "봐봐 잘하지?"라고도 해주셨으며, 선생님들이 하는 말에 "네~"라고 대답만 해도 대답도 어떻게 그렇게 예쁘게 하냐며 칭찬을 받았었기에 치과 일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그저 나를 싫어하는 한두 명이 있어도 그것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했고, 굳이 트러블을 만들지 않으며 잘 지내려고 노력하면 큰 어려움 없이 직장생활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 난 칭찬해주면 더 잘하려 노력하고, 못한다고 타박받으면 기죽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바보가 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24살에 난 본격적으로 첫 직장에 들어가게 됐다.
치과위생사가 나를 포함해서 총 6명이 있는 병원이었다. 인원이 6명이라 월요일~토요일 중에 하루씩 돌아가면서 쉬는 시스템이었고, 아침에 진료 준비할 때도 역할을 모두 나눠서 2주씩 돌아가면서 하는 시스템이라 모든 게 공평하게 돌아갔다.
보통은 진료 준비 같은 것은 저년차에게 모든 것을 시키고 고년차 선생님들은 늦게 와서 화장을 하고 핸드폰을 본다거나 하는 병원도 많았는데 여기는 모두 공평하게 하는 게 보기 좋았다.
하지만 면접 볼 때부터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었다. 관상을 무조건 믿는 편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그 사람의 삶의 태도나 성격 등이 얼굴에 묻어난다고 생각하는데, 그 치과의 실장님은 얼굴에 온갖 짜증이 섞여있는 표정을 가지고 있었으며 면접 온 나에게 몇 년생이냐고 묻더니 "와~ 내 친구 중에 20살 때 애 낳은 애가 저만한 딸이 있다던데~"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그저 웃긴 했지만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첫 직장에 들어가면서 간호사화를 새로 구입해갔는데, 슬리퍼 형식이라 안 된다고 실장님이 다른 신발을 사 오라고 했다. 그리고 새로 가져간 신발이 발 볼이 너무 꽉 끼어서 발이 너무 답답하길래 신발을 꺾어 신었다. 근데 그것이 맘에 안 들었던 모양이다. 나는 신발을 질질 끌며 다니지도 않았고, 어차피 환자 볼 때는 거의 앉아있음에도 불구하고 꺾어 신지 말라며 혼이 났다.
실장님 말고도 40대 선생님이 한 분 더 계셨다. 하루는 출근했는데 어디서 물이 샜는지, 진료실에서부터 데스크 있는 데까지 물이 흘러나와있었다. 아직 나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출근하지 않아서 어디서부터 물이 흘러나온 건지도 몰랐고 일단은 진료 준비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되어 진료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뒤이어 그 선생님이 출근하셨고 진료 준비하고 있는 나에게 진료실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면서 "소영쌤!!!! 물부터 닦아야지!!!!!!"라며 버럭 화를 내는 것이었다. 얼마나 크게 소리 질렀는지 너무 놀래서 순간 모든 신경이 곤두설 지경이었다. 일찍 와서 일하고 있는 사람에게 저렇게 화낼 일인가 싶었지만 조용히 걸레를 가져와서 죄송하다며 바닥에 있는 물을 전부 닦았다.
치과는 진료 하나를 하는데도 필요한 기구의 가짓수가 많은 편이라, 신경치료 마지막 날인 환자를 볼 때는 아직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나에게는 준비할게 매우 많게 느껴졌다. 나는 평소에 한 번 알려준 것은 다시 물어보지 않으려고 전부 수첩에 적어두었고, 수첩을 보면서 진료 준비를 하며 다른 선생님들이 와서 두 번 일하지 않게 하기 위해 빼먹은 것은 없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그런데 실장님이 들어와서 "너 일부러 환자 늦게 부르는 거니?"라며 내가 마치 환자를 적게 보기 위해 일부러 느리게 한다는 식으로 말씀하셨다.
그때부터 내가 조금이라도 다른 선생님들에 비해 느리게 하는 것 같으면 멀리서 나를 쳐다보며 눈치를 주기 시작하셨다. 그리고 하루는 나를 상담실로 불러 왜 이렇게 느리냐며 나를 타박하셨다. 진료적인 것으로 혼나는 것은 그저 내가 부족한 탓이라 생각했기에 웃으며 죄송하다고 했고, 다음부터는 빠르게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성격은 좋다며 웃으며 나가셨는데, 그때부터 실장님은 본격적으로 나를 공격하기 시작하셨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