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상한 건 가요?
내가 3년 차가 되기 직전쯤에 있었던 일이다. 원장님이 12월 초와 12월 말에 해외여행과 세미나 등으로 치과를 4일 정도 비우시게 되었다. 원장님이 안 계신 날에는 직원들이 6명 중 3명만 출근하면 됐었다. 그래서 이틀씩 나눠서 나오기로 해서 추가 휴무 2일이 생겼고, 직원들과 상의해서 휴무를 짰다. 주로 휴무 짜는 건 내 담당이었는데, 공평하게 서로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휴무를 짰다.
나는 일 년에 1~2번씩 해외여행을 다니곤 했는데, 주로 언니와 다니기 때문에 언니와 휴가를 맞춰서 다녀오곤 했다. 나는 3년차부터 연차가 생기기 때문에 따로 연차는 없었고, 대신에 원장님이 이렇게 치과를 비울 때 일정을 맞춰 해외를 다녀왔어야 했다.
언니가 이번 연도 연차가 남았다며 3박 4일 정도 상해에 다녀오자는 말을 했다. 그래서 난 친한 선생님과 휴무를 바꿔서 12월 말에 5일간의 휴무를 만들어냈다. 치과에도 상해를 다녀오겠다는 말을 했고, 면세점에서 필요한 거 없으시냐고 실장님께 물어보기도 했다.
다들 잘 다녀오라고 한 뒤 문제없이 여행을 다녀왔는데, 다녀오고 나서 문제가 생겼다. 실장님이 막내인 내가 5일의 휴무를 만들어냈다며 "왜 막내인 네가 제일 길게 쉬어?"라고 뭐라 하기 시작한 것이다. 난 추가로 다른 선생님들에 비해 내가 더 쉰 것이 아니라 일요일과 크리스마스, 원래 나의 휴무에 2일의 추가 휴무를 붙이니 그렇게 된 것이며 마침 OO선생님이 휴무를 바꿔주어 5일 연속으로 쉬게 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아무리 설명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다른 선생님들은 하루 건너 하루 쉬고 그랬는데 난 5일 연속으로 쉬었다는 것, 내가 막내라는 것, 내가 휴무를 일부러 그렇게 짰다는 것 등 갖가지 이유를 대며 나를 몰아가기 시작했다.
결국 또 모든 선생님들이 있는 자리에서 나보고 사과하라는 것이었다. 어이가 없었다. 똑같이 정해진 휴무 개수만큼 쉰 것인데, 연달아 쉬건 건너 쉬건 그게 뭐가 중요한지 모르겠고 나로 인해 누군가가 덜 쉬거나 하는 피해를 입거나 내가 없어 진료에 차질이 생기거나 한 것이 아니었다. 내가 없는 동안에도 평소처럼 똑같은 인원수만큼 나와서 일을 했고 모두가 공평하게 정해진 휴무 일 수만큼 쉬었다. 도대체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있으면 없는 잘못도 만들어 내는지 신기했다.
나는 죄송하지 않아서 사과를 못 하겠다고 했다. 상해 가기 전에 그게 불만이셨으면 말하셨어야지, 왜 잘 다녀오라고 면세점에서 필요한 거 있음 말하겠다고 하셨으면서 다녀오고 이런 문제를 만드시는지도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그렇게 실장님과 나의 냉전이 시작되었다.
우리 치과는 직원이 한 명 그만둘 때마다 실장님이 한 명 씩 전에 일했던 직원이나 자신의 친한 후배 등에게 연락해서 직원을 데려오곤 했는데, 내가 2년차가 될 때쯤 실장님이 자신의 대학 후배인 선생님 한 분을 데려왔었다.
그 선생님은 그 당시에 30대 후반이었는데, 졸업하자마자 결혼해서 애 낳고 키우느라 치과 일은 몇 개월씩 밖에 안 해봤다고 하셨다. 그러니까 그냥 나이 신경 쓰지 말고 1년차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알려달라고 하셨다. 하지만 진료 준비시간에 자신이 맡은 일을 하지 않고 팀장님과 이야기하려고 팀장님을 따라다니며 거울을 닦는 등 굳이 진료 준비시간에 하지 않아도 되는 일만 하시는 것이었다.
다른 선생님과 내가 그 선생님의 일을 대신하다가 아직 잘 몰라서 그러실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선생님~ 이번에 컴퓨터 켜고 휴무인 선생님의 진료 준비까지 해주셔야 하는 거라, 제가 내일 휴무니 bur 정리해주시면 돼요!"라고 조심스럽게 가서 말했다. 그랬더니 "어떡해요..? 오늘은 누구 휴무였죠? 제가 안 했는데.."라고 하셔서 "오늘은 OO선생님이랑 제가 했어요 괜찮아요! 아직 잘 모르실 수도 있죠!"라고 했다. 그 선생님은 대신해줘서 고맙고 미안하다고 했고 그렇게 대화를 잘 마무리했다. 하지만 다른 선생님들 앞에서 얘기하면 그 선생님이 당황하거나 민망할까 봐 그 선생님에게 조용히 가서 얘기한 것이 화근이 됐다.
그다음 내 휴무가 되자 내가 이런 말을 했었다고 선생님들한테 내 이야기를 왜곡시켜 안 좋게 해 놓은 것이다. 휴무 지나고 출근하자 실장님과 그 선생님이 안 좋은 분위기를 조성하고 나에게 한 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맡은 일을 안 해서 자신도 미안하고 고맙고 했는데, 그때 꼭 그 말을 했었어야 했냐며 자신이 3개월, 6개월, 3개월 이런 식으로 여기저기서 몇 개월씩 일했던걸 합하면 2년 정도가 된다며 자신이 3년차라고 했다. 단 한 군데에서도 1년 이상 일한 적이 없는데 말이다. 결론은 네가 막내니 그냥 다 네 일이라 생각하고 일하라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