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울 게 없는 어른

"내 잘못도 네 잘못이야"

by 이열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실장님의 괴롭힘은 날로 심해졌다. 나중엔 진료적인 것뿐만 아니라 인신공격까지 하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에 커피를 사 오라고 하시길래 6명분의 커피를 사 가는데 나는 커피가 별로 먹고 싶지 않아 내 것은 조각 케이크로 주문을 했다. 그리고 다 같이 먹자고 하며 테이블 가운데에 놓았다. 그랬더니 실장님이 "넌 애가 왜 이렇게 배려심이 없니?! 먹으라고 할 거면! 다 잘라서! 먹기 좋게 다 펼쳐놔야지!"라며 갑자기 뭐라 하시는 것이었다. 내 것을 내가 같이 먹자고 가운데에 놨는데 이게 배려심 없는 행동이라니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조각 케이크를 누가 칼로 잘라먹는단 말인가... 하지만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한 번은 실장님이 치과 열쇠 누가 가지고 있냐고 묻자 "저요"라고 했더니 "열쇠 내놔. 다른 선생님 줘."라고 하셨다. 나는 일찍 와서 문 열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기에 다른 선생님께 열쇠를 주면 일찍 오지 않아도 되는 거라 좋아했는데 다른 선생님이 기분 안 나쁘냐고 괜찮냐고 내게 물어왔다. 그래서 "왜요? 전 좋은데요!"라고 대답하자 그 선생님이 "그거 너 도둑 취급한 거야... 내가 그거 우리 엄마한테 말했더니 엄마가 걔 그 치과 다니지 말라고 해라. 내가 다 기분 나쁘다.라고 하시더라."라고 하셨다. 뭔가 말투가 기분 나쁘긴 했지만 그런 의도였는지는 몰랐었다. 치과에 물건이 없어진 적도 없었는데 실장님이 날 그렇게 생각한다는 게 어이가 없었다. 나는 '뭐 눈엔 뭐만 보인다더니...'라고 생각하며 실장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져갔다.


또 한 번은 초등학교 3학년인 자기 딸이 왕따를 당한다면서 너네도 왕따 당해본 적 있냐길래, "초등학교 때 저도 당해본적 있어요. 어릴 때는 그냥 이유 없이 돌아가며 왕따 시키기도 하는 것 같더라고요."라며 실장님 아이의 잘못이 아닐 것이란 식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실장님은 왜 왕따 당했었냐고 물었고 나는 "뭐... 제가 초등학교 때 전교 회장이랑 사귀었었는데, 반에 친했던 여자애들 중 한 명이 그 친구를 좋아했었나 봐요. 저는 그 애가 저한테 말한 적이 없었으니까 몰랐는데 그게 기분이 나빴던 모양이더라고요. 학교 갔더니 갑자기 친했던 여자아이들이 다 저를 째려보더라고요."라고 대답하자 실장님은 "왕따 당할 만하네."라고 말했다.


너무 놀라고 황당해서 "네?... 왕따 당할만하다고요?... 왜요?"라고 물었고 실장님은 "까졌잖아."라고 대답했다. 초등학생이 사귀어봤자 손잡고 같이 뛰어노는 것밖에 더 한단 말인가... 고작 초등학생이었던 나에게 그런 단어를 쓴다는 것 자체가 나에 대한 모욕이었다. 그다음부터는 실장님이 하는 말에 대꾸하지 않고 입을 닫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외에도 스케일링하고 본뜨는 환자가 턱이 아프다고 하자 "넌 멀쩡한 환자 턱도 망가트린다."며 다른 선생님들 다 있는 앞에서 내가 하지도 않은 일을 만들어서 얘기하시길래, 매번 죄송하다고 하던 나는 처음으로 "잘 알지도 못하시면서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지 마세요."라고 하며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넌 그냥 선배가 얘기하면 죄송합니다,라고 하면 될 것을 그 말하는 게 어렵니?!"라고 얘기해서 기어코 나에게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받아내셨다.


또, 본인이 진료 차트에다가 '*crown prep'이라고 적어놓고 진료실로 들어와 다른 선생님들 다 있는 앞에서 큰소리로 "그 환자 prep 환자 아닌데 왜 prep 했어! 물어보고 했어야지!"라며 소리쳤다. 본인이 상담하고 본인이 진료차트에 prep 하라고 써놓고선 왜 prep 했냐고 소리치는데 너무 크게 화를 내서 내가 죽을죄를 지은 줄 알고 얼떨결에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다. 이 날 실장님이 화내시는 것을 들은 모두가 너무 심하게 화내길래 내가 정말 잘못한 건 줄 알았다고 한다.



나는 일을 하면서 실장님의 과거 이야기들을 듣게 됐고, 듣고 나니 실장님은 매우 이상한 사람이란 걸 알게 됐다. 본인의 딸 돌잔치에 원장님이 일정 때문에 바빠 좀 늦게 오셨던 모양인데 다음날 실장님이 데스크에서 "늦게 와서 밥도 꾸역꾸역 다 처먹고 간다."라고 원장님을 욕했고, 그 소리를 듣고 원장님이 데스크에 차트를 집어던진 일이 있었다고 한다.


또, 본인의 딸이 이사하는 날 이사하기 싫다고 울자 "징징거리지 말고 저리 가!"라며 초등학교 저학년밖에 안 되는 아이의 배를 발로 차서 집안에서 아파트 복도로 딸을 날려버렸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게 실장님의 입에서 나온 소리라는 것이다. 이런 것을 자랑이랍시고 우리들 앞에서 무용담 얘기하듯 얘기하던 분이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자신이 매우 힘이 세다는 걸 과시하며 나의 뺨을 때리는 시늉을 했던 적도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선생님들에게도 인신공격하는 것을 몇 번 들은 적이 있다. 실장님은 우리 치과에서 가장 몸집이 큰 거구였는데, 다른 선생님들에게 "너 몸무게 몇이니? 한 70 되니?"라는 말을 하거나 "넌 엉덩이가 그렇게 없어서 어떡하니? 나 정도는 돼야지."라며 외모에 대한 지적도 했다. 다른 선생님도 내가 들어오기 전에 실장님 때문에 울면서 다녔다고 한다.


이 외에도 굉장히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몇 년 전 일이다 보니 주요 사건을 제외하고는 정확히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crown prep: 치아를 씌우기 전에 본을 뜨기 위해 치아를 깎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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