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울 게 없는 선생님 1
선생님은 인격이 중요한 직업이다
살아가다 보면 인생이 달라질 만큼 나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선생님을 만날 수도, 인생이 망가질 만큼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선생님을 만날 수도 있다.
인격이 형성되는 시기에 어떤 어른을 만나 어떤 영향을 받는지가 아이들에게는 앞으로의 인생이 결정될 정도로 중요한 일이다. 그만큼 부모와 선생님은 공부를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는 인격까지 갖춰야 하는 일이다.
실제로 연쇄살인마인 신창원은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가정폭력과 학대를 받으며 자랐고, 그가 범죄자가 된 계기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선생님으로부터 "새끼야, 돈 안 가져왔는데 뭐하러 학교 와. 빨리 꺼져."라는 말을 듣고 자신의 마음속에 악마가 태어났음을 느끼고 어둠을 품게 되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물론 사이코적인 성향은 유전적인 것도 있어서 아무리 좋은 어른을 만나 행복한 생활을 했어도 사이코패스적인 성향이 나타났을 수는 있지만 과연 좋은 부모님과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 행복하게 지낸 사람이 연쇄살인마가 됐을까?
나는 초등학교, 중학교, 학원 등을 거치면서 수많은 선생님들을 만나봤고 고등학교 때 최악의 선생님들을 만나게 됐다. 나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나왔는데 모의고사, 수능, 성적 등에 온 신경이 집중되어 있어서 선생님들도 아이들에게 공부 말고는 그 어떤 것도 신경써주기 싫었던 걸까. 인성이나 사람 됨됨이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난, 고등학교 때 만난 선생님들을 보며 선생님이란 직업에 그 어떤 존경심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에서 1학년 때 있었던 일이다. 친구들끼리 점심시간에 2층 구름다리에서 놀다가 장난으로 A가 B의 실내화를 뺏어서 밑으로 던졌다. B는 투덜대면서 실내화를 주으러 1층으로 내려갔고 우리도 뒤따라 내려가고 있었다.
1층에는 술 먹고 학교에 오던 과학선생님이 있었는데 그전부터 얼굴도 빨갛고 비틀거리며 취해 보이는 모습을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선생님은 그날도 술에 잔뜩 취해 보이는 모습을 한 채 B에게 지금 이쪽으로 지나가지 말라고 경고를 했다. 안쪽에 있던 교실에서 뭔가가 진행 중인 모양이었다.
B는 조용히 실내화만 주워가면 됐기 때문에 선생님에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지만 선생님은 B의 말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B에게 무릎 꿇고 벽에 기대앉으라고 하더니 B를 구타하기 시작했다. 뺨과 머리를 손으로 때리고 배를 발로 차며 사정없이 B를 때렸다. 뒤에서 보고 있던 우리는 모두 놀랐지만 무서워서 말릴 수가 없었다. 말렸다가는 우리도 같이 맞을 것 같았다.
선생님은 분에 못 이겨 때리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B에게 반으로 가라고 했다. B는 울고 있었고 우리가 말을 걸어도 아무 말이 없었다. 우리는 B의 실내화를 가져와서 B에게 주었고, B는 실내화를 가지고 말없이 반으로 들어갔다.
그 이후로도 B는 딱히 잘못하지도 않은 일로 학년부장 선생님께 불려 가 엎드려뻗쳐를 한 상태로 발로 차이고 양손으로 머리를 사정없이 맞는 등의 일을 겪었으며, 공부를 못하고 외모가 남들에 비해 튀며 담배를 피우다 걸렸다는 이유 등으로 그 지역에서 문제아들이 잔뜩 모여있는 악명 높은 학교로 전학 보내졌다.
그리고 일 년 정도 후에 자퇴를 하게 되며 그 아이는 아직 검정고시도 패스하지 못한 채로 사채빚을 지며 안일한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의 케어도 거의 없었지만 착하게 자라왔던 그 아이는 주변 친구들에게 늘 착하다고 칭찬을 받으며 교우관계가 원만했던 아이였다.
그 아이가 남들처럼 학원도 보내주고 케어를 잘해주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며 좋은 선생님을 만나 올바른 길로 인도해주는 스승을 만났다면 지금처럼 고등학교 졸업도 못한 채로 사채빚을 지며 사는 사람이 되었을까?
난 고등학교에서 이러한 일들을 겪으며 학교에 대한 그 어떠한 애정도 느낄 수 없었다. 최악의 선생님들을 만나 학교생활을 하며 친구들이 떠나가는 아픔을 겪어야 했고 그 아이들이 선생님들로 인하며 안 좋은 길로 나아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그렇게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중학교에서 같이 고등학교로 왔던 친구들 중 5명이 학교를 떠나갔다. 나는 그저 묵묵히 내 할 일을 하며 이 학교를 빨리 졸업하기만 바라고 있었다. 그러던 중 수능을 얼마 남기지 않고 내 짝꿍이 같은 반의 한 무리들로부터 괴롭힘 당하는 것을 목격하게 됐다.
아이들은 교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바나나를 가리키며 "야 이거니가 여기다 버렸지? 주워."라고 하며 욕을 하는 등 공부하고 있는 내 짝꿍에게 시비를 걸어댔다.
-2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