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있길
화 자체가 없는 무던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꽤나 진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구미호, 마귀할멈 등이 내 별명이었다. 찢어진 눈 때문에 더 그런 별명이 붙여진 것 같다.
중학생이 되었을 때쯤부터는 웃음도 별로 없고 더욱더 인상이 진해졌다. 팔짱을 끼고 무표정으로 앉아있을 때가 많다 보니 주변의 또래 친구들이 날 어려워했다. 친구들이 나에게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다.", "얼음공주", "한번 잘못하면 영원히 끝일 것 같다." 등으로 나의 인상을 설명해주곤 했다.
하지만 난 항상 밝고, 선 해 보이며, 착한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다.
나도 그들처럼 화가 없었으면,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면, 밝은 사람으로 보인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 중학교 2학년 때 같은 반 아이가 나에게 한 말을 듣고 충격 먹은 적이 있었다. 2학기가 됐을 때였는데 복도에서 재밌는 일이 있었어서 웃으면서 교실에 들어오는 나를 보고 같은 반 남자아이가 놀란 표정으로 날 쳐다보며 "나 너 웃는 거 처음 봤어"라고 말한 것이다.
또, 중학교 3학년 때는 같은 반 아이 중에는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애가 있었다. 계속해서 시선이 느껴지길래 내가 쳐다봤지만, 그 아이는 내 눈을 피하지 않은 채 계속 쳐다보는 것이었다. 무표정으로 상대방의 눈을 계속 응시하는 게 얼마나 기분 나쁜지 그때 알게 되었다.
이러한 일들을 계기로 난 나의 인상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난 버스에 혼자 있을 때면 웃는 표정을 연습하곤 했다. 창밖을 쳐다보며 정신 나간 사람처럼 혼자 씩 웃어보곤 했다.
그리고 스무 살이 되었을 때에는, 찬 성질이 있는 나에게 이름까지도 매우 차가운 이름이라는 것을 듣게 된 후 개명을 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개명하게 된 이름에는 '불 화火)'자가 3개나 들어간다.
사주나 타로, 점괘 등을 잘 믿는 편은 아니지만 신기하게도 개명을 하고 난 후 나의 인상을 부드럽게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요즘에도 종종 무표정을 짓고 있을 때에는 나를 차갑다고 느끼는 사람도, 곁을 잘 내어주지 않을 것 같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조금이라도 친해지거나 단둘이 대화할 시간을 갖고 난 후엔 눈빛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는 편이다. 인상이 좋다는 말도, 눈빛이 빛난다는 말도, 여리고 순수해 보인다는 말도 듣는다.
상대방에게 부드러운 인상을 주고자 노력한 결과인지 이제는 잘 웃는 성격으로 바뀌기도 했고, 상대방과 대화하면 마음을 편하게 해 주고자 잘 웃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어렸을 때부터 나를 알던 친구들은 내가 많이 편해졌다고 한다. 어렸을 때는 조금 어렵게 느껴지곤 했는데 이제는 인상도 부드러워지고 실제 성격도 온화해졌다는 것이다.
사람이 어느 순간부터는 얼굴에 자신이 살아온 것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평소 내가 생각하는 것들, 내가 주로 짓는 표정들이 얼굴에 그대로 나타나게 된다. 인상을 자주 쓰는 사람은 미간에 주름이 생기기 시작한다. 짜증이 가득 섞인 얼굴보다는 온화한 삶을 살아온듯한 부드러운 인상을 주기 위해서는 실제로 그렇게 살고자 노력해야 한다.
또, 감정 기복이 심한 것은 안 좋다고 생각하지만 감정이 메마른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 항상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주변 사람들에게 편안한 마음을 주고 싶다.
나는 안정과 평안에서 오는 사랑을 가장 큰 사랑이라고 느끼는 것 같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사랑을 주는 사람으로 늙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