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사랑을 몰라.

1. 금홍이 이야기

by 손병호

새벽 어둠이 거실 창에 붙어 있었다.

창밖에서 새 울음소리가 났다.

화장실을 나오니

아내가 소파에서 나를 보고 있었다.

“화장실을 자꾸 들락거리니까 내가 잠을 못 자지.

이제 칼럼은 그만두면 안 돼?

마감 때만 되면 힘들어 하니 걱정이구려”

잠을 설친 아내의 목소리가 푸석했다.

“글쎄… 올해 말까지는 쓰기로 했어.”

“그렇게 끙끙대지 말고

가까운 데서 찾아보시구려.”

“요즘 말투가 왜 그래.

말끝마다 ‘구려’를 붙이네.”

“왜. 듣기 이상해? 혈압 낮추려면 내 말투부터 고치라고 할 때는 언제고?”

“듣기 싫다는 건 아니야…

갑자기 그러니까 좀 낯설어서 그래.”

“요즘 당신이 자주 부르는 노래에서

말투를 따라 해봤어. 그것도 모르지?”

“아냐. 틀렸어.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모르지’ 가 아니라 ‘모르는 모양이구려’로 고쳐말해야지”

“호호 맞어. 내가 아직 익숙하지가 않아서 그래"


“그건그렇고 내가 요즘 무슨 노래를 자주 부른다고?”

“지난주부터 천등산 박달재만 흥얼 거렸잖아.”

“아니…내가 그렇게 자주 불렀어? 난 그 노래 가사도 잘 모르는데.”


“모르긴 뭘 몰라. 그날 동기 모임 다녀와서, 현관이 떠나가도록 불렀잖수.

옆집 고3, 수능도 얼마 안 남았다던데…

배웠다는 사람이.”

“그랬나…이제사 기억나네. 그날 2차에서

일식이 놈이 부르는데 가사가 귀에 남더라고. 나도 따라 부르긴 했는데 .”


술에 취해 노래 부르던 내 모습이

눈에 남았다. 민망했다. 이미 지나간 일이었다.


천등산 박달재와 포장마차 — 2회


2020년이 시작되면서 〈사주 이야기〉라는 칼럼을 지역 유력일간지에 써 왔다.


십여 년째남의 운명을 봐준다는 이름으로

철학관을 운영하고 있다.

입시철이나 연초, 한 해 운을 보는 때만

잠깐 손님이 몰렸다. 그 외에는

찾아오는 사람이 드물었다.


돈 들이지 않고 철학관을 알릴 방법이 필요했다. 마침 언론사 후배로부터 원고 청탁이 왔다. 그렇게 글을 쓰기 시작했다.

칼럼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한 달에 한 번이던 연재가

격주로 바뀌었다. 시간은 있었지만

늘 마감에 쫓겼다. 전날이 되어도

글감이 잡히지 않는 날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먼저 급해졌다

이번에도 글이 준비되지 않자

변비가 도졌다.별수 없었다.


아내 말대로

천등산 박달재라도

올라가 볼 생각이 들었다.ㅡ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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