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어트> 수전 케인
회사를 다니면서 일을 잘하는 사람보다 말을 잘하는 사람이 승승장구하는 걸 많이 봤다. 회사라는 전쟁터에서 과묵하거나 수줍음 많은 사람은 설 자리가 없다. 화려한 언변과 상사들의 개그를 받아치는 순발력, 큰 웃음소리에 따라오는 쾌활함은 큰 능력이고 재능이다. 문제는 그것이 '더' 우월하다는 믿음이다. 그 믿음 속에서 얼마나 많은 감정과 노동이 소모되는지, 반대로 서로의 차이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얼마나 더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는지에 대해, '외향적인 사람들의 나라'에 사는 우리는 알 필요가 있다.
"오늘날 우리는 한쪽으로만 치우쳐진 편향된 성격 유형에만 점수를 준다. 사람들은 훌륭해지려면 대담해야 하고, 행복해지려면 사교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곳을 '외향적인 사람들의 나라'라고 여긴다. 이것은 우리가, 자신이 누구인지 잊어버렸다는 뜻이다."
- 콰이어트, 수전 케인
수전 케인에 따르면 사람들은 각자의 '자극 수준'이 다르다. 내향적인 사람은 훨씬 적은 자극, 친구와 와인을 홀짝거리는 정도가 '딱 맞다'라고 느끼는 반면 외향적인 사람은 가파른 슬로프에서 스키를 타야 같은 수준의 자극을 느낀다. 내향적인 사람들에겐 열린 사무실의 공간에 있는 것 만으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되고 혈압이 높아진다. 이런 환경이 생산성을 깎아먹고 기억에 손상을 가한다고 수많은 연구들이 증명한다. 사람들이 아프거나, 적대적으로 행동하거나, 동기를 잃어버리거나, 불안해하는 것과도 관련된다.
어찌 보면 나의 재택근무는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내향적인 사람 모두가 나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걸까? 결코 그렇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내향적이든 외향적이든 모두 함께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향이 있다는 것이다. 7년 동안 이 책을 쓴 수전 케인은 그 세상으로 우리를 조용하고도 대담하게 이끈다.
팀 작업은 중요하다. 다만 경계해야 할 것은 지나치게 많은 그룹 워킹이다. 회의만 하다가 하루가 끝나고, 회의에서는 없는 아이디어를 쥐어 짜내기 바쁘다. 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조별 과제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작가 김영하는 이 책을 소개하며 대학 강의 경험담을 덧붙인다. 같은 과제를 조별로 내줬을 때와 혼자 집에서 해오라고 시켰을 때, 혼자 한 작업물이 확연히 좋았다고. 우리는 고독한 영역이 필요하다. 오직 혼자 있을 때, 자신에게 힘겨운 일에 곧바로 도전할 수 있다. 일을 더 잘하려면 상황을 '자기가 주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룹 작업에서는 아주 작은 시간만을 주도할 수 있을 뿐, 목소리 큰 사람의 차지다. 회사는 주도적이지 않은 환경을 만들어놓고 주도적이기를 강요한다. 강압적인 체계를 만들어놓고 자기 주도성, 주인의식만을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생산성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진정 스스로 주도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같은 맥락에서 아주 공감했던 영상이다. > 신박사 TV 유튜브 링크 | 주인의식이 없다는 헛소리에 관하여
만약 자극에 더 민감해서 자주 부대끼는 사람이라면, 일상생활에서 되도록 '회복 환경 restorative niche'을 많이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회복 환경’이란 본인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 가는 장소를 가리킨다고 한다. 직장에서 주중 내내 시달렸다면 주말에는 모든 계획을 취소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보낸다거나, 연속되는 회의 중간에 가는 휴게실 등 강하게 받은 자극을 식힐만한 요소들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두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수전 케인은 리틀 교수의 말을 빌려 "의미도 있고 스스로 통제할 수도 있고 스트레스가 심하지 않으며 사람들이 지지해주는 ‘자기만의 핵심 프로젝트’에 몰두할 때 우리의 삶은 극적으로 향상된다."라고 말한다. 이것은 그녀가 TED 강연 마지막에 여행 가방을 꺼내며 했던 이야기와 연결된다. '자기 가방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꺼내보고 왜 넣었는지 생각해 볼 것.' 내향적인 사람들은 가방 속에 들어있는 것을 숨기려는 경향이 있다. 숨겨도 괜찮다. 하지만 아주 가끔은 가방을 열어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게 조용히, 열어보이기를 권한다.
"삶의 비결은 적절한 조명이 비치는 곳으로 가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브로드웨이의 스포트라이트가, 누군가에게는 등불을 켠 책상이 그런 장소일 것이다."
- 수전 케인
+ 수전 케인의 TED는 빌 게이츠가 가장 좋아하는 강연이라고 한다.
수전 케인
목차
1부 외향성이 롤모델인 세상
1 "무지 호감 가는 친구"
2 카리스마 리더십의 신화
3 협력이 창의성을 죽일 때
2부 부모가 물려준 성격 VS. 현재 나의 성격
4 기질은 바꿀 수 없는 운명일까?
5 기질을 뛰어넘다
6 "엘리너는 프랭클린의 양심이었습니다."
7 월스트리트가 무너져도 워런 버핏만은 잘 나가는 이유
3부 모든 문화는 외향성만을 선호하는가
8 부드러움의 힘
4부 어떻게 사랑하고, 어떻게 일할 것인가
9 원래의 나보다 더 외향적으로 행동해야 하는 순간은 언제인가
10 소통의 틈새
11 구두수선공이 되느냐, 장군이 되느냐의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