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고레에다 히로카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은 기적을 바라는 아이들의 이야기다. 화산이 폭발하기를, 죽은 강아지가 살아나기를, 여배우가 되기를 바라며 아이들은 소원을 들어준다는 기찻길을 찾아간다. 아이들이 결코 이루어지지 않을 바람을 외칠 때, 모험을 이끌었던 주인공 남자아이가 결국 소원을 말하지 못할 때 찡한 마음이 들었던 것은, 이뤄지지 않을 것을 알기에 마음에만 눌러 담고 있는 내 허망한 소원들이 떠올라서였던 것 같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잔잔함 속에서 순간순간 감정을 톡 틔우게 만든다. 보는 사람의 마음을 고요한 물결로 만들었다가 마지막에 돌멩이를 퐁당 떨어뜨린다. 감독의 영화와 소설 모두 좋아하지만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은 그 정수에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다른 영화보다 더 힘이 빠져있고, 담백하다. 아이들이 생활하는 일상의 장면들을 한 조각씩 이어 붙인 느낌이다.
감독의 영화 자서전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에 나오는 비하인드 스토리에서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이토록 섬세한 감정선의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감독은 나만의 재료로 새로운 요리를 만드는 것이 작가의 일이라면, 감독의 일은 맛도 살리면서 손님이 만족할 만한 요리를 내놓는 것에 가깝다고 말한다. 늘 작가의 자세로 임했지만 이 작품에서는 이런 요리사의 마음이었다고. '기차'라는 영화의 소재 역시 자신이 구상한 것이 아닌, JR 규슈로부터 받은 신칸센 홍보 제안으로부터 시작한 것이었다고 한다.
바람이 들어올 자리를 마련해 둔다
(...) "고레에다, 이런 것도 가끔은 해 봐"라고 말했을 것 같아서 눈 딱 감고 받아들였더니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작가'라는 프라이드나 확신으로 소중히 여기는 것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고, 오히려 '신칸센을 어떻게 찍을까'같은 것 속에서 작가성이 드러난다고 느꼈습니다. (...) 바람이 솔솔 통해서 작품이 열린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는 커다란 변화였습니다.
-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중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에서 그처럼 담백함을 느낄 수 있었던 이유는 힘 빼기의 기술에 있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로부터 배우는 생산성 팁이다. 꽉 찬 우리 일상에도 조금은 자리를 비워두는 것은 어떨지. 솔솔 들어오는 바람을 타고 기적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