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당신

고마운 일이에요.

by Illustrator 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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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기에 내 자리가 있다고 느낀다. 그러고 보면 장래희망을 잘 이루는 중인 것 같다. 되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잠깐 앉아서 생각하면 이 자리가 꽤 나쁘지 않다. 나와 함께 일하는, 또는 나와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나는 당신들이 좋더라고요.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 여기 있는 걸 보면 나는 이 일을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당신들이 건네는 말의 온도가 좋아요. 별거 아닌 일에도 웃는 당신의 입가가 좋고, 어딘가 다정한 눈꼬리도 좋아요. 몰래 숨겨놨다고 생각하는 생각의 틈 그 옆에 가만히 앉아주는 당신들이 좋아요. 어떻게 말을 할까요. 나는 당신들이 좋아요. 나의 다정은 타인의 다정에서 온다고 생각하는데, 오늘도 내일도 나를 다정한 사람으로 있게 하는 당신들이 좋아요.


가만가만한 공기,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말이 없을 때도 있어요. 우리 아직 어색한 사이에 말을 고르는 일은 고마운 일이에요. 우리에게 어떤 말을 건네면 좋을까 가늠해보는 일이, 누군가의 지난 시간을 미리 단정 지어 버리는 일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도 하고요. 그러니까 어딘가 어색한 웃음이 오가는 그 시간은 고마운 시간이에요. 나는 내가 알 수 없는, 수많은 타인들을 좋아하지만 그만큼 함께 하기 어렵다는 것도 알아요. 나 자신의 균형을 맞추는 일도, 관계의 균형을 찾아가는 일도, 그 편안한 공기를 기다리는 일이 일기에 쓰는 글처럼 쉽진 않더라고요.


서둘러 나를 만들어내지 않아도, 서둘러 당신과 나의 영역을 구분 짓지 않아도, 각자의 별들이 각자의 궤도를 돌면서 만드는 공간은 큰 우주가 된다고 생각해요. 각자의 궤도를 걸으면서 서로를 기다리는 시간, 그 만큼의 거리. 우리 그렇게 조금씩 모이게 되면, 어딘가의 커다란 우주로 꽤 괜찮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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