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하여
예상치 못했던 어느 날
나의 마음 한가운데 든든하게 서 있던 하얀 기둥이 뿌리째 뽑혔다.
뽑힌 하얀 기둥에 윤을 내고 곱디 고운 수의를 입히고
내 두 눈을 감았다 떠보니
하얀 재가 소복하게 쌓여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 없었고 믿고 싶지 않았다.
그저 하염없이 눈물만 흘렀다.
가지 많은 집안의 장남으로서 삶
책임감과 의무감과 사랑으로
그 누구에게도 하소연하지 못한 채 쓰러지지 않으려 애쎴던 삶
마음의 짐 또한 나눠주려 하지 않은 채 끌어안고 가던 삶
항상 안부를 물을 때마다 '괜찮다 괜찮다'라고 '잘 지낸다'라고 되돌아왔던 대답들......
정말 괜찮은 줄로만 알았다. 항암치료 잘 받으면서 나아지고 있는 줄로만 알았는데
"좀 힘들어, 마음도 아프고 몸도 아프네"라는 말이라도 해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무엇이 그 한마디 내뱉는 것을 그리 힘들게 했을까?
내가 너무 안 둔했던 것일까?
왜 이제야! 떠나보내고 나서야! 그 애씀이 내 두 눈에, 내 마음에 보이는 건지
살아생전 '고맙다 사랑한다' '오빠의 동생이어서 행복하다'라는 말 한다미 제대로 해보지도 못했는데
마지막 가는 길이 무섭지 않게 마음 편히 잘 가라고 따뜻한 눈빛도, 손길도 주지 못했는데
후회와 미안함으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땅속에 한 줌 재를 묻으면서
부모님이 마중 나와 있을 그곳으로
가벼운 발걸음으로 편안히 잘 가기를 기도드렸다.
부모님 품에 안기어 이 세상에서의 삶이 고달프고 힘들었다고
응석 부리면서 위로와 사랑도 듬뿍 받으면서
자유롭고 행복하게 웃으면서 지내고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