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내가 불쌍해?"

엄마를 만나고 온 날

by 보노보노야

엄마는 여전히 요양병원에 계시다.

자주 찾아뵈어야지 하면서도 먹고 사는게 바쁘고 고되다는 핑계로 엄마를 찾아 뵙는 것은 늘 뒤로 밀린다.

그런 이유 외에도 형제들과 겪었던 갈등을 나는 여전히 '옹졸하게도' 마음에 품고 있다보니, 그래 너희들이나 잘하라지 하며 엄마라는 존재를 후순위로 미뤄뒀던게 사실이다.

늘 내게는 아내와 아이들이 최우선 순위이고, 먼 친척/가족보다는 가까운 친구가 낫다는 생각으로 친구들이라는 존재를 형제들보다 더 앞서뒀는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엄마랑 통화하다가 엄마가 이제 돈이 없어서 너가 와도 줄게 없다라는 말씀을 하시길래, 뭔 그런 소리를 하냐며 곧 갈께라고 한 적이 있다. 그 말을 뱉은 지가 한달이 다 되어가길래 아침 일찍 엄마한테 다녀오기로 했다. 내가 내려갈 때 엄마와는 요양병원 밖으로 나간 적이 없기에 이번에도 당연히 얼굴뵙고 얘기나누다 올 생각이었는데, 면회실로 나오시는 엄마의 복장과 머리가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10시에 요양병원에 도착한 아들한테 밥을 사주신다고 옷을 차려입고 머리도 단정하게 빗고 나오신 것이었다. 밥 먹고 내려왔다는 핑계를 댔지만, 아쉬워하는 표정이 얼굴에 남아있는 엄마에게 차마 조금있다 올라갈 거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엄마, 나랑 바람이나 쐬러갈까? 다니다가 차나 한잔 할까?

-밥 먹어야지. 배 안고파?

-아침 먹은 지 얼마나 됐다고. 다니다가 배고프면 그때 먹어요.


두 달전 고관절 수술을 한 후 요양병원에만 계시던 엄마를 어찌어찌 차에 태우고 도로를 나섰다. 20분쯤을 달렸을 때 뒷자리에 앉은 엄마가 '바람 쐬니까 참 좋다'라고 하신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엄마와 갈만한 찻집을 못찾고 헤매다보니 이른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되어 오래전 엄마와 몇번 갔었던 추어탕집으로 들어갔다. 엄마는 추어탕을 드시면 기운이 나신다고 했는데, 나 역시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되었다. 추어탕을 다 먹을 때쯤, 엄마가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만원짜리 두장을 건네며 밥값을 내라고 한다. 내가 낼거라고 했더니, '니가 무슨 돈이 있냐'고 하신다.


엄마는 사업하다 망했다고 굶어죽는 줄 아신다.


식당에서 나와 엄마를 요양병원에 모셔다 드리는데 요양병원의 면회실에서 엄마가 슬쩍 오만원 짜리 두장을 건넨다.

-돈도 없다면서, 뭔 돈이야. 난 필요없는데.

-돈이 한 푼도 없었는데(니 형이 다 가져가서), 지난 주에 나 다니던 절의 스님이 왔다가셨어. 스님이 떡하고 귤하고 뭐 먹을거 잔뜩 해와서 여기 사람들 같이 맛있게 먹었어. 그런데 가시면서 5만원짜리 네장을 주시면서 맛있는거 사먹으라고 하시더라구. 고맙더라.

-.....................

-용돈 써.

-......................


오랫동안 여러번 봤던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나왔던 장면 하나가 떠오르며 그냥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배우 이선균이 드라마에서 지었던 표정이 내 표정이 아니었을까 싶으며,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말을 삼키며 돌아 올라왔다.

"엄마,.. 엄마도 내가 불쌍해?"


엄마에게 다녀온 지 열흘이 다 되어가는데, 나는 지갑 안에 들어있는 오만원 짜리 두장을 쓰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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