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면 좋은 절
수종사는 남양주에 있는 절이다. 보통 운길산 수종사라고 부른다.
운길산역 앞에 있는 산책하기 좋은 물의 정원 근처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올라가면 되는데, 이 길이 무척 가파르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에 가려면 웬만하면 아니 그냥 차를 두고 걸어올라 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드는 길이다.
매주 토요일이면 별일이 없는 한 옥천암을 찾았는데, 토요일에 비가 내리고 일요일엔 맑게 갠다는 소식에 조금 더 나가보기로 하고 찾은 절이다.
수종사는 얼마 전 OTT에도 올라온 '대가족'이라는 영화에서 배우 김윤식의 아들역으로 나온 배우 이승기가 출가한 곳으로 나왔다. 북한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뷰가 좋아 보여 찾아봤더니 남양주 수종사라 해 오게 되었다.
지도를 찾다 보니, 예전 아내와 주말 아침 일찍 두물머리에 바람 쐬러 나왔다가 아침을 먹고 아직 청소도 덜된 강변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 적이 있었는데, 그때 강 건너 산 위에 있는 절을 보고 '저긴 대체 어떻게 올라가는 거지?'하고 내가 말했던 기억이 났다.
영화 촬영도 할 정도면 길이 잘 되어 있나 보다 하기도 했고, 다녀온 사람들이 남긴 글에 차를 타고 올라가 절 입구의 주차장에 차를 세운 후 좀 더 걸어가야 한다라는 정도만 쓰여 있길래 그런가 보다 했는데, 생각보다 가팔랐고, 길이 험하게 느껴졌다.
거칠게 포장된 도로는 경사를 고려해 눈비에 덜 미끄러지라고 한 거 같은데, 눈이 오는 날엔 차를 안 갖고 가는 것이 좋을 거 같았다. 아니 비가 오는 날에도 차를 갖고 가기는 좀 걱정스럽게 느껴졌다.
아침 8시쯤 토스트 한 개씩을 먹고 집을 나섰다.
9시도 안돼 수종사 해탈문을 지나 절에 들어서니 숨이 절로 쉬어지고, 눈이 호강하는 느낌이 들었다.
대웅전과 산신각 등에 시주하며 절하고, 절을 조금 둘러보았다. 절마당 아무 데서나 양수리 마을과 북한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슴이 트이고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500년도 넘었다는 은행나무 아래에 앉아 북한강을 바라보고 있자니 땀이 식는다.
절을 다니며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는데, 괜히 이 절에서는 가족들 이름을 써붙여 등을 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초파일 너머까지 걸어주신다는 등을 달고, 초를 켜고 가족의 건강, 행복을 기원했다.
수종사에는 무료 다실이 있는데, 다른 절에서 봤던 둥굴레, 옥수수차를 편히 앉아서 마시라고 만든 곳인가 보다 했는데, 그게 아니라 다기 세트와 녹차를 구비해 두고 차분히 앉아 다도를 즐기라는 곳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수종사에서 내려와 조안면에서 유명한 동치미 국수와 만두를 먹었다. '죽여주는 동치미 국수'는 쓰러져가는 오래된 주택일 때부터 다녔는데 이제는 번듯한 건물에 테이블마다 키오스크 주문기가 달린 식당이 되었다. 오래전 구석진 방에서 혼자 만두를 빚고 있던 주인 할머니는 뭘 하고 계신지 모를 일이다. 여전히 만두맛과 동치미 국수맛도 그대로이니 다행일 뿐이다.
조안면을 지나 남양주종합촬영소, 양주 CC까지는 많은 카페와 음식점이 있는데, 나와 아내가 '여기 참 좋네' 했던 곳은 북한강숯불닭갈비, 고야호박오리구이, 카페대너리스 정도이다. 운길산역 근처에서 갈 수 있는 곳은 가마솥순두부집 정도이다.
카페 대너리스라는 곳은 담쟁이덩굴이 건물을 에워싸고 있는데, 실내도 좋지만 볕이 좋거나 춥지 않은 저녁이나 밤에 강가에 앉아 커피 한잔으로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다.
걸음을 돌려 다시 수종사 방향으로 돌아와 물의 정원에 들렀다. 사람들 많은 공원에서 산책도 하고 햇볕도 쬐고 돌아오는 길에 가마솥순두부집에서 점심을 먹으려 했는데, 줄 서있는 사람들을 보며 아차 싶었다. 늘 붐비는 시간을 피해서 다니다 보니, 이 식당이 늘 줄 서는 집이라는 걸 잊고 있었던 거다. 결국 사람을 피해 집에 돌아오니 2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수종사 - 죽여주는 동치미 국수 - 카페 대너리스 - 물의 정원 - 가마솥순두부(여긴 못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