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머리

by 예미니

내리면 갑갑하다고 길러

넘기면 허전하다고 잘라


혼자이고 싶다가

여럿이고 싶다가


신경 꺼

아니 관심 좀


지금이 아닌 나를

더 그리워한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있어도 좋고

없어도 괜찮은

그런 삶은 안 되겠니


나는 한 가지 헤어스타일을 좀처럼 오래 유지하지 못한다. 염색이 되었든 커트가 되었든 일단 분기별로 변화를 주어야 직성이 풀린다. 인내심 있게 기르는 것도 못하고 생머리도 금세 지겨워한다. 어느 날 핸드폰 사진을 검색하다가 앞머리가 있다가 없다가 있다가 없다가 무한 반복하는 내 얼굴의 변화를 주목하게 되었다. 뱅헤어의 답답함이 싫은데 넘겨서 주름 보이는 휑한 이마는 더 싫어 자르고 기르고를 반복하다가 최근엔 앞머리인 듯 아닌 듯 적당히 넘겨 빗는 선에서 타협을 보았다. 지금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고 부단히도 뭔가 대단한 변화를 시도하는 것 같았지만 사실은 예상 가능한 구간 안에서 같은 패턴을 무한반복 중이었다는 것을 앞머리 사진을 보며 새삼 깨닫는다. 오늘 새롭다고 느끼는 나도 익숙한 예전 모습을 많이 닮아 있다. 변했다는 것은 기분 탓. 애쓰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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