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질없다

by 예미니

할머니가 말씀하셨지

그저 건강이 최고라는

하루하루 즐거우면 그만

마음은 편안하게

스트레스에서 멀어지기

좋은 생각 가까이 두고

맛난 거 많이 먹어두기

아등바등 살지 않기

올 한 해 무탈하게

그 외엔 다 부질없다고

이런.. 벌써 할머니 말씀이 와 닿는 나이가 되었네. 인생의 진리가 이리도 시시할 수가.. 겨우 밥 잘 먹고 즐겁게 사는 것이 그렇게 중하다면 인생의 의미는 도대체 무엇이냐고 스스로에게 되묻기를 반복했었지. 가치, 성취, 열정으로 포장된 인생길을 발 밑에 닿는 땅만 응시한 채로 그저 열심히 걸어온 대가는 허무주의. 인생 참 싱겁지 않은가. 어딘가에 나의 몫으로 남겨진 거창한 무언가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면 나의 부족함으로 찾지 못한 것일까. 그런데 말이지.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는 말이 요즘 자꾸 떠올라. 좋은 건 꼭꼭 숨겨두는 거지. 내가 무심코 지나친 일상 속에 파랑새도 있었고 행복도 있었어. 분명 건질 게 많은 인생이었을 텐데 산뜻하고 가뿐하게 무시하고 살아왔잖아. eyes wide shut. 세상은 고요한데 마음속 소란이 잠재워지지 않는 이 밤 불면의 뒤척임이란. 이것이 불혹을 지나 지천명으로 흘러가는 인생의 물줄기 때문이라면 어떻게 살 것인가 답을 내는 것이 영 부질없게 느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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